뉴스레터제물포구락부에서 온 편지 Vol.89

개항장의 숨은보석 제물포구락부


제물포구락부 아트콘서트 현장 스케치
1883 모던인천 특별전의 조각가 이영섭과 이승철밴드의 레전드 기타리스트 박창곤이 함께한 제물포구락부 아트콘서트.

지난 11월20일 토요일 오후5시부터 오후6시까지 1883 모던인천 특별전의 이영섭 작가를 모시고 아트콘서트를 개최했습니다. 특별히 본 이벤트를 위해 인천이 낳은 세계 정상급의 기타리스트 뮤지션 박창곤이 함께했으며 많은 시민분들께서 예약을 통해 제물포구락부 매킨지홀에서 진행된 공연에 참여해주셨습니다.

"백범 김구의 문화 강국론을 실천하는 제물포구락부 아트콘서트"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의 나라를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 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 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백범 김구,내가 원하는 나라,1947년)

가을정취가 함께 한 제물포구락부 아트콘서트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이 함께 어우러진 아트콘서트만의 풍류에 대한 시민여러분들의 호평에 주최자로써 어깨가 으쓱해지는 저녁이었습니다.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제물포구락부의 서재

당장 떠나지 못하는 여행, 미처 읽지 못한 책들 
<여행자의 독서> (이희인, 북노마드)

여행다운 여행을 해본지가 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니 생각해 보니 코로나 이후 근 2년을 지내는 동안 여행이라는 단어 자체는 제 삶에서 완벽하게 지워진 상태더군요. 여행이라 할 만한 이동은 없었고 고작해야 서울 동쪽 끝에서 인천역까지 오고가는 장거리 출퇴근 전철 이동이 전부였습니다. 

이 지루할 법한 전철 출퇴근에 만약 책과 음악이 없었다면 정말 어찌할 뻔 했을까 생각만 해도 몸이 뒤틀립니다. 제가 전철을 타면 반드시 하는 루틴이 있습니다. 먼저 헤드폰을 쓰고 폰에 저장된 음악을 플레이 합니다. 
그리고는 주섬주섬 가방에서 책을 한 권 꺼냅니다. 음악과 책은 미리 적당한 것으로 골라놓는 편이지만 딱히 정해진 룰은 없습니다. 

그때그때 맘이 닿는 것을 가지고 나옵니다. 다만 출퇴근용으로는 조금 가볍더라도 흥미로운 책들을 읽습니다. 그래야 쉽게 졸지 않을테니까요. 출퇴근에 음악과 책이 반드시 필요한 것처럼 업무든 여행이든 집을 떠나는 일정이 생기면 제일 먼저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게 음악과 책을 챙기는 일입니다. 

어떤 음악을 가져갈지, 어떤 책을 가져가야 할지, 몇 권을 가져가야 할지 정하는 일은 즐거우면서도 조금은 번거로운 일일 수도 있습니다. 까다롭게 고르기도 하지만 그저 집에서 읽던 책을 마저 읽겠다는 심산으로 생각없이 집어올 때도 있습니다. 하물며 사색과 사유가 필요하다 싶은 여행을 앞두고는 책과 음악은 어떤 준비물보다 중요합니다. 

소개하는 책 <여행자의 독서>의 저자 이희인 역시 여행 가방을 꾸리면서 제일 먼저 챙기는 것이 책이라고 합니다.

<여행자의 독서> 저자 이희인은 이십여 년간 세계 곳곳을 여행한 여행가이며 카피라이터이자 사진가이기도 합니다. 

그간의 여행 경험에 책, 음식, 사진, 영화 등을 엮어 낸 책이 바로 소개하는 <여행자의 독서>입니다. 2010년 초판이 나온 이래 10주년 기념 개정증보판이 나온 현재에도 꾸준히 읽혀지는 책이기도 합니다. 당시 유행했던 사진과 글로 이루어진 고만고만한 여행 에세이 홍수 속에서도 흔한 감성에 기대지 않은 흔치 않았던 책입니다. 단순한 여행 에세이가 아니라 여행지의 땅의 걸으며 그 땅의 이야기를 담은 책들을 읽고 그 책의 작가들과 나눈 사색을 담았습니다. 

책은 총 4장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1장 ‘구원을 찾아 떠나다’ 편은 시베리아, 네팔 히말라야, 카슈미르, 인도까지의 여정을, 2장 ‘사랑을 찾아 떠나다’ 편에서는 미얀마, 라오스, 베트남, 일본, 호주를, ‘이야기를 찾아 떠나다’의 3장에서는 스페인, 그리스, 모로코, 요르단, 시리아, 레바논,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터키, 이집트를, 마지막 4장은 쿠바, 페루, 볼리비아, 칠레, 이른바 세상의 끝이라 불리는 파타고니아(아르헨티나)까지 라틴아메리카를 종단합니다. 

저자는 각각의 여행지에서 그곳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읽습니다. 가령 러시아에서 맞는 백야에 도스토옙스키의 ‘백야’를 읽으며 대문호 도스토옙스키의 청춘과 고뇌를 생각합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서는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를 읽습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는 노천카페에 죽치고 앉아 조지 오웰의 카탈로니아 찬가를 읽겠다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터키에서는 터키 최초의 노벨상 수상 작가인 오르한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을 이야기 합니다. 

등장인물들 각자의 내러티브 형식이라는 특이한 방식으로 그린 ‘내 이름은 빨강’은 세밀화에 얽힌 예술 세계를 그린 일종의 역사 추리 소설입니다. 이슬람이라는 낯선 세계에 대한 묘한 매력을 주는 위대한 작품입니다. 그밖에 아르헨티나의 파타고니아에서는 당연히 보르헤스를 말합니다. 

이번 10주년 기념 개정증보판은 저자가 특별히 권하는 국내 여행지와 동행할 책을 부록으로 덧붙였습니다. 

그 중에는 흥미롭게도 인천이 들어있습니다. <고향을 떠나온 사람들의 고향 − 인천 원도심 일대> 편에서는 인천 원도심의 오래된 부둣가인 괭이부리말이 배경인 김중미 작가의 ‘괭이부리말 아이들’과 최인훈의 ‘광장’, 오정희의 ‘중국인 거리’가 소개됩니다. 고향이 인천인 저자의 애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당장 떠나지 못하는 여행만큼 미처 읽지 못한 책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습니다. 책을 읽지 못한 것에 대한 핑계로는 왠지 곤궁합니다만 워낙 시절이 하수상하니 가지 못하는 여행 탓을 한들 그리 조롱받지는 않을 듯 합니다. 

그렇더라도 가을이 가기 전에 책 한 권은 떼어야 하지 않을까요? 저도 이 책 <여행자의 독서>에 나오는, 미처 읽지 못한 한 권을 골라야겠습니다.

스토리 by 제물포구락부

 제물포구락부와 함께하는 개항장 정기구독 서비스 

제물포 개항장은 1883년 서양국가들과의 외교관계 체결과 함께 우리나라가 새롭게 재편되는 국제질서에 첫발을 내딛기 위해 개발한 최초의 국제도시였습니다. 

 그리고 청일전쟁,러일전쟁의 격전지였으며 일제강점기와 인천상륙작전등 우리나라의 지난한 근현대사가 켜켜이 쌓여있는 의미심장한 역사지대이기도 하며, 지금도 그때의 골목길과 담벼락, 오랜 노포들과 문화재들이 즐비한 소중한 우리의 문화유산입니다. 

 2021년 국토대전 국무총리상에 빛나는 제물포구락부의 진정한 가치와 역할은 홀로 빛나는 보석이 아니라 개항장의 문화적 재생을 견인하는 안내자로써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이에 그동안 제물포구락부가 축적한 콘텐츠와 기술 그리고 비지니스 네트웍을 개항장의 가게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개항장의 상생플랫폼 제물포구락부가 동네가게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개항장 정기구독서비스. 다양한 콜라보 상품으로 시민 여러분들의 가정까지 직접 찾아갑니다. 기대해주시고 응원해주세요.

재즈브루잉

파트리샤 바버(Patricia Barber). 현존하는 최고의 여성 재즈 아티스트이자 노래하는 여류 시인. 
진부한 이런 표현 말고 시적인 가사, 현대적인 작곡과 편곡, 독특한 음색의 보컬과 피아노 연주 등 모든 면에서 재즈가 가진 기존을 틀을 허문 그녀를 지칭할 적당한 수식어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파트리샤 바버는 1956년 시카고에서 태어났습니다. 스윙 재즈 시대에 가장 유명한 밴드 중 하나였던 글렌 밀러밴드의 색소포니스트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자연스레 피아노와 재즈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오와 대학에서 심리학과 피아노를 공부한 후 다시 시카고로 돌아와 작은 바에서 공연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재즈를 시작했을 당시만 해도 크게 주목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1994년 마이너 레이블인 프리모니션 레코드에서 발표된 <Cafe Blue>가 블루노트에서 발매되면서부터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리게 됩니다. 

초 거대 메이저 레이블인 블루노트가 시카고 지역의 이름 없는 프리모니션의 앨범을 공급하기로 한 이유는 단 한 가지입니다. 바로 소속 아티스트인 파트리샤 바버의 음악성이 가진 잠재력 때문입니다. 

이후 1998년에 다운비트에서 만점을 받았던 <Modern Cool>을, 1999년과 2000년에는 시카고에 있는 그린 밀이라는 작은 카페의 실황 연주를 담은 <Companion>과 <Night Club>을 발표하며 확실하게 컨템포러리 재즈 아티스트로 명성을 얻었습니다.

소개하는 앨범 <Verse>는 파트리샤 바버의 최고 전성기인 2002년에 발매된 명반입니다. 하지만 그런 명성을 들었음에도 그녀의 음악을 감상하고 있으면 뭔가 모르게 기존에 알던 재즈와 다르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그저 읊조리는 것 같은 그녀의 보컬은 한마디로 여태까지의 상식을 완전히 무너뜨립니다. 극도로 자제된 멜로디 라인과 함께 특별한 기교도 없고 재즈 보컬의 정수라 할 수 있는 스캣도 구사하지 않습니다. 

이를 두고 ‘시적 재즈’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이 음반의 타이틀이 ‘Verse’인 걸 보면 그리 나쁘지 않은 표현입니다. Verse는 흔한 스탠더드 하나 없이 자신이 거의 전곡을 작사, 작곡한 곡만으로 구성했습니다. 보컬은 물론 피아노와 펜더 로즈 역시 파트리샤 바버 자신이 연주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트럼페터 데이브 더글라스와 드러머 전설 조이 배런의 참여가 특별히 눈에 들어옵니다. 특히 데이브 더글라스의 트럼펫은 그의 아방가르드한 색채가 파트리샤 바버와 절묘하게 어울립니다. 

조이 배런의 안정된 드럼은 말 할 필요도 없이 앨범 전체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이 앨범의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매력은 심리학을 전공한 그녀가 직접 쓴 가사에 있습니다. 대표적인 곡이 바로 ‘Clues' 와 ‘I Could Eat Your Words’같은 곡입니다.

언젠가 늦은 밤 작은 사진집을 펼쳐 놓고 이 앨범을 듣다가 저의 개인 트위터에 이렇게 적어 놓았더군요. 
읊조리는 노래는 시가 되어 흐르고 사진으로 담은 시간은 풍경으로 남았다. 삶이라는 것도, 시간이라는 것도 그저 시처럼 흘러가고 풍경처럼 남으면 얼마나 좋을까. 읽고보니 저 때의 감정이 지금도 느껴집니다. 

사뭇 철학적이면서도 상징적인 어법으로 쓴 노랫말들이 우울함과 염세적인 분위기의 보컬에 더해져 삶의 실존적 불안으로 느껴졌나 봅니다.

사족 하나 더하자면 파트리샤 바버의 거의 모든 앨범들이 오디오파일 레코딩으로 유명합니다. 앨범 Verse 역시 저 개인적으로 오디오를 테스팅할 때 자주 플레이 하는 앨범입니다. 그만큼 음질이 뛰어납니다. 

특히 Regular Pleasures에서 묵직한 베이스, 찰랑거리는 드럼의 하이햇, 저역대에서 울리는 파트리샤 바버의 보컬, 마치 찬공기를 가르는 듯 진동하는 더글라스의 뮤트 트럼펫 등 각 영역의 윤곽들이 선명하면서도 짱짱하게 느껴진다면 그 앰프와 거기에 물린 스피커는 일단 합격입니다. 

파트리샤 바버의 앨범들은 개인적으로 혼자 몰래 듣고 싶을 정도로 아끼는 것들입니다. 겨울의 문에 들어서는 요사이 들으면 좋을 듯 싶어 추천합니다.

Provided to YouTube by The Orchard Enterprises I Could Eat Your Words · Patricia Barber Verse ℗ 2002 
Premonition Records Released on: 2002-08-27 
Producer: Patricia Barber Auto-generated by YouTube.

Provided to YouTube by The Orchard Enterprises I Could Eat Your Words · Patricia Barber Verse ℗ 2002 
Premonition Records Released on: 2002-08-27 
Producer: Patricia Barber Auto-generated by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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