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제물포구락부에서 온 편지 Vol.85

개항장의 숨은보석 제물포구락부


인천은 의미심장한 역사지대다
인천역에서 올림포스 호텔 가는 길에서 만나는 첫 번째 횡단보도입니다. 
항리단길로 명명되기도 한 저 길은 1950년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 직전이나 지금이나 
경이롭게도 그 골목길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같은 공간,다른 시간. 인천은 의미심장한 역사지대입니다.

제물포구락부의 서재
욕망과 권태 사이에서 당신을 구할 철학 수업 
<사는 게 고통일 때, 쇼펜하우어> (박찬국, 21세기북스)

인간은 탐욕으로 가득찬 존재이며 세계 역시 악의로 가득한 장소라며 집요하리만치 철저하게 파헤친 철학자가 있습니다. 
바로 아르투어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 1788-1860)입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인생은 단지 이기적인 욕망과 권태 사이에서 방황하다 끝나는 과정일 뿐입니다. 사는 건 곧 고통입니다. 
그래서 그가 얻은 타이틀이 바로 ‘염세주의자’입니다.

쇼펜하우어는 당시 절대정신이 실현된 국가라며 프로이센을 찬양한 헤겔과는 달리 국가 권력과 종교 권력에 아부하지 않았던 철학자로 알려졌습니다. 니체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 프루스트, 카프카, 사무엘 베케트, 보르헤스 등 헤아릴 수 없을만큼 많은 작가들의 작품에서 쇼펜하우어의 영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쇼펜하우어의 폭로에 의하면 인간의 욕망은 궁극적으로 채워질 수 없으며 행복은 기껏해야 욕망이 충족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일 뿐입니다. 충족된 욕망은 곧이어 권태를 불러오고 권태는 또다른 욕망을 부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행복이 일시적인데 반해 고통과 욕망은 항구적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행복을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고통을 줄이도록 애써야 한다고 말합니다. 쇼펜하우어식 행복론에서 삶의 주제와 본질은 어차피 행복이 아니라 고통과 불행이니까요. 그래서일까요? 쇼펜하우어 앞으로 발걸음을 내딛을 땐 늘 망설이게 됩니다. 부정하고 회피하고 싶은 삶의 고통과 불행의 본질을 너무나도 적나라한 상태로 직면하기 때문입니다. 허술한 낙관과 낭만으로 삶을 허비하지 않게 해 줍니다. 이것이 바로 비관과 염세, 독설, 냉소로 가득한 쇼펜하우어 철학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는 게 고통일 때, 쇼펜하우어> (박찬국, 21세기북스)는 쇼펜하우어의 철학적 명제와 그 해설을 담고 있는 책입니다. ‘욕망과 권태 사이에서 당신을 구할 철학 수업’이라는 다소 거창한 부제가 붙어 있기는 하지만 본격적인 철학서라기보다는 에세이라고 해도 될만큼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특히 쇼펜하우어가 자살을 찬양했다는 등의 몇몇 오해를 바로 잡은 것은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어쩌면 아무런 희망없이 삶의 고통과 무게에 짓눌린 사람들에게 한줄기 가느다란 빛이나마 준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쇼펜하우어의 철학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인간의 욕망과 고통, 세계에 비극성에 대한 폭로이며 나머지 하나는 그 불행한 상태의 삶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것입니다. 말하자면 쇼펜하우어의 철학은 흔히 알려진 어두운 ‘염세주의 철학’뿐 아니라 긍정과 희망의 철학이기도 합니다. 


이 책 역시 크게 1부와 2부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1부 ‘사는 게 고통이다’에서는 인생과 세계의 허망함과 추악함을 드러내어 인간이 이성을 바탕으로 사유하고 행동하는 존재라는 당시 철학적 견해를 정면으로 비판한 쇼펜하우어의 철학 세계를 보여줍니다. 반면에 2부는 ‘고통의 늪에서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에 대한 쇼펜하우어의 통찰에 대해 말합니다. 


행복이라는 환영을 뒤쫓는 것보다 욕망을 줄이고 이기심, 탐욕을 버리라는 그의 주장은 어렴풋이나마 늘 들어왔던 말이라 생각하면서도 뭔가 모를 울림이 있습니다. 삶은 곧 고통이란 것을 긍정하든 부정하든 쇼펜하우어는 고통과 불행은 일시적인 회피나 외면으로 해결할 수 없는 본질에서 비롯된 것임을 직면하게 해줍니다. 
지금 이 시대에 쇼펜하우어를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삶 자체가 욕망에서 비롯된 고통이라는 것을 마주해야만 삶에 대한 통찰과 문제 해결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재즈브루잉

종종 그런 생각을 합니다. 좀더 나이가 들면 전원에 마련한 조그만 집에 들어앉아 밤이면 밖으로 난 커다란 창밖으로 보이는 별빛과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살겠다고. 그러나 한편으로는 전원 생활이 아무리 좋다한들 도시에서 나고 자란 내가 과연 불편없이 잘 살아낼 수 있을까? 하는 노파심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젊을적 배낭과 텐트를 메고 산과 들을 쏘다닐 때 밤을 감싸던 적막과 고요가 마냥 좋지만은 않았습니다. 
솔직히 헤아리는 밤이 많아질수록 도심의 인공 불빛 역시 그리웠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흥청거리는 밤의 불빛속에 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불빛만을 부감으로 바라보면(俯瞰風景) 좋겠다는 생각이 더 컸습니다. 
도시산(都市産) 인간은 어쩔 수가 없나 봅니다.

<Night Lights> (Gerry Mulligan Sextet 1963)
제리 멀리건 (Gerry Mulligan, 1927년 4월 6일 ~ 1995년 1월 2일)의 앨범 <Night Lights>는 담겨 있는 음악뿐 아니라 도시의 불빛을 형상화한 자켓 이미지로도 유명한 앨범입니다. 
그러나 대중적인 인기와 상업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누구든 이 앨범을 명반으로 칭하지는 않습니다. 대체로 창의성이 부족하다는 평입니다. 
이런 대접을 받는데에는 재즈 전문 레이블이 아닌 네덜란드의 필립스 레이블에서 발매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제리 멀리건(Gerry Mulligan, 1927년 4월 6일 ~ 1995년 1월 2일) 사진 : www.jazziz.com

제리 멀리건은 커다란 바리톤 색소폰을 부는 모습으로도 유명한 미국의 재즈 색소포니스트, 작곡가, 편곡자입니다. 1950년대에 쳇 베이커와 함께 한 피아노가 배제된 퀄텟으로 쿨재즈의 스타로 떠오른 이후 바리톤 색소포니스트로서뿐 아니라 작곡자, 편곡자, 밴드의 리더로도 명성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1960년대 들어 재즈 장르적 환경의 변화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위축된 시절을 보내게 되었는데 이 앨범 <Night Lights>은 그의 60년대를 대표하는 앨범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담겨진 음악 역시 그 이전 제리 멀리건의 음악과는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피아노가 빠지고 트럼펫의 아트 파머, 트롬본의 밥 브룩메이어, 키타에 짐 홀 등으로 구성된 섹스텟(6중주) 앨범입니다. 

제가 가장 아끼는 곡은 역시 타이틀이자 첫 번째 트랙인 ‘Night Lights’입니다. 앨범 자켓의 이미지를 그대로 음악으로 재현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상상하는 도심 빌딩의 불빛, 밤의 적막, 고요, 정적 그 자체입니다. 아마도 도시의 불빛에 대한 정서는 앨범이 녹음된 1963년 어느날이나 2021년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것이 없나 싶을 정도로 현대적이고 세련됐습니다. 이 곡을 작곡한 이는 놀랍게도 제리 멀리건입니다. 제리 멀리건이 작곡가로서의 역량 또한 뛰어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알 수 있습니다. 

특이한 건 이 곡에서 그는 자신의 시그니처라 할 수 있는 바리톤 색소폰을 부는 것이 아니라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다는 겁니다. 하기사 피아노 대신 묵직한 저음의 바리톤 색소폰이 들어갔다면 Night Lights라는 제목이 주는 곡의 분위기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었는지는 의문이긴 합니다. 그렇다고 제리 멀리건의 바리톤 색소폰을 전혀 들을 수 없는 건 아닙니다. 특히 보사노바로 연주된 두 번째 트랙 Morning Of Carnival과 네 번째 트랙인 Prelude In E Minor에서 그의 바리톤 색소폰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쇼팽의 곡을 편곡한 Prelude In E Minor에서는 보사노바이면서도 차분한 도심의 밤을 표현합니다. 도시가 커질수록 그림자와 어둠은 더 짙어집니다. 도시는 번잡하나 개인은 각자의 섬에 스스로 고립되어 소외된 개체로서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도시의 불빛은 태생적으로 차갑습니다. 
이 앨범이 가진 분위기가 바로 그 차가운 고독감입니다. 전체적으로는 제리 멀리건의 활동이 위축되기 시작한 시기 녹음된 앨범이라는 듯 모든 트랙이 차분한 발라드입니다. 평론가의 평이야 어떻든 가을밤에 홀로 들어도, 연인과 함께 들어도 좋을 앨범입니다.

Provided to YouTube by Universal Music Group Night Lights · 
Gerry Mulligan Sextet Night Lights ℗ A Verve Label Group Release; 
℗ 1963 UMG Recordings, Inc. 
Released on: 1963-01-01 
Producer: Hal Mooney 
Composer Lyricist: Gerry Mulligan Auto-generated by YouTube.

노래 Prelude In E Minor 아티스트 Gerry Mulligan Sextet YouTube 
라이선스 제공자 UMG(Verve 대행); LatinAutor - SonyATV, 
Public Domain Compositions, LatinAutorPerf, ASCAP, IRICOM, Polaris Hub AB, UNIAO BRASILEIRA DE EDITORAS DE MUSICA - UBEM, UMPI, Kobalt Music Publishing, Broma 16, LatinAutor - PeerMusic, LatinAutor - UMPG 및 음악 권리 단체 7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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