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제물포구락부에서 온 편지 Vol.81

시민 여러분. 행복한 추석 보내셔요~


기다림이 없는 인생은 지루할 거다
그 기다림이 너무나 먼 인생은
또한 지루할 거다
그 기다림이 오지 않는 인생은
더욱 더 지루할 거다

지루함을 이겨내는 인생을 살려면
항상 생생히 살아 있어야 한다
눈을 뜨고 있어야 한다
새로운 그 무엇을 스스로 찾고 있어야 한다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

산다는 걸 잠시도 잊지 않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스스로의 모습을
항상 보고 있어야 한다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가를.
- ,조병화
(조병화·시인, 1921-2003)은 1947년 9월 인천중학교(현,제물포고) 물리교사로 부임하면서 전 생애에 걸쳐 인천에 관한 주옥같은 시 작품을 남겼습니다. 시인의 당부처럼 산다는 걸 잠시도 잊지 말고 오늘 행복한 한가위 되세요~.

제믈포구락부의 서재
외국어는 어디에서 어디로, 
누구에게 어떻게 전해졌는가. 
<외국어 전파담> (로버트 파우저, 혜화 1117) 

한창 일하던 젊은 시절, 당시로서는 흔치 않았던 외국 출장 기회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어학에는 별 재능이 없었던지라 외국 출장은 늘 고역이었습니다. 
그래도 고만고만한 영어와 대학때 잠깐 익힌 중국어로 간신히 일을 볼 정도는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한 때였고 지금은 그나마 다 까먹고 남은게 없습니다. 직장을 그만 두고 직업을 바꾸면서 외국어를 사용할 기회가 거의 없어졌으니 당연한 일입니다. 돌이켜 보면 외국어 습득은 늘 관심 밖이었고 높은 산이었으며,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부차적인 것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철학 공부를 본격적으로 파고들 때 쯤 독일어를 공부하고픈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철학의 경우 저와 같은 독학자는 원전으로 읽지 않는 이상 중요한 개념의 이해가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번역의 정오마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실력이었으니 읽으면 읽을수록 더 깊은 미궁에 빠진다는 걸 느꼈습니다. 
물론 내 학습능력의 부족함이 더 컸겠지만 우선은 번역 탓으로 돌렸고 곧 원전 해독의 갈급함으로 이어졌습니다. 거기에 독일 문학에 대한 관심도 한 몫을 했습니다. 무작정 독일어 문법책과 회화책 몇 권을 들여놓고는 끙끙대며 보기 시작했습니다. 예상대로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포기한 뒤 몇 년이 흘렀고 외국어 자체에 흥미를 잃었을 즈음 이 책 <외국어 전파담> (로버트 파우저 Robert Fouser 혜화 1117)을 만났습니다. 
3년 전에 그렇게 읽었던 책을 이번에 다시 읽습니다. 다시 읽는다는 건 얼마전에 전면 개정판이 출간되었기 때문입니다.

 <외국어 전파담> (로버트 파우저 Robert Fouser 혜화 1117)

 2021년 개정판(좌)과 2018년 초판본(우)
<외국어 전파담>은 외국어의 전파 과정으로 역사, 문명, 문화를 얘기하는 책입니다. 때로는 드라마틱한 이야기로, 때로는 관련 학문의 기초 자료로 사용해도 될만큼 전문적인 지식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 책에 담긴 방대한 기록과 자료들은 단순히 외국어 전파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넘어 외국어 전파가 인류 역사와 문명의 변화 과정 자체라는 것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언어는 산맥을 넘고 바다와 강을, 그리고 국경을 넘어 대지와 대기로 흩어지고 섞이고 휩쓸렸습니다. 전쟁 같은 강제적인 방법뿐 아니라 특별한 사건없이 전파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어쨌든 역사가 문명간의 충돌과 화해, 융합, 재탄생 등으로 달려왔듯이 외국어 전파 역시 똑같은 방법으로 조망할 수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강자의 언어는 널리 퍼졌고 약자의 언어는 위축되거나 소멸되었습니다. 한때 문자를 해독한다는 것은 권력을 가진 자만이 가능했습니다. 
외국어를 익히는 것 역시 지배층이 아니고는 불가능했습니다. 사용하는 언어와 문자는 아비투스로 각인되어 인간의 사유와 관습을 지배했습니다. 
특히 이번에 나온 <외국어 전파담> 개정판은 여기에 더해 코로나 팬더믹 이후 현재 외국어 전파가 어떤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지, 나아가 외국어 전파의 미래까지 가늠할 수 있는 통찰을 얻는데 도움을 줄 것 같습니다.

미국인인 저자 로버트 파우저는 10대 후반 도쿄에서 머물며 외국어에 관심을 가졌고 스페인어 습득을 위해 멕시코 홈스테이를 했습니다. 
일본 리쓰메이칸 대학교를 비롯한 여러곳에서 한국어와 영어를 가르친 놀라운 능력의 소유자이기도 합니다.

한국어는 서울대학교에서 본격적으로 익혔습니다.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 부교수로 임용된 뒤 서울에 살면서 한옥을 짓기도 하고, 도시 재생 활동을 해나가는 등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해 전문가의 식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도 언어 모국인 미국에서 관련 분야의 연구와 에스페란토어, 이탈리아어를 공부하고 있다고 합니다. 저자는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글로 썼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한국어 전문가라 하더라도 이 두터운 책을 한글로 썼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 아닙니까? 

이 놀라움은 저자의 또다른 신간 <외국어 학습담>을 읽으면 좀 수그러들까요? 
아무튼 <외국어 전파담>은 저자 로버트 파우저의 다른 책들을 집어들게 만드는 마중물 같은 책입니다.

재즈브루잉

어김없이 추석이 돌아왔다. 추석을 일컫는 또다른 말인 한가위, 중추절(仲秋節), 가배(嘉俳)는 음력 팔월의 한 가운데 날, 또는 가을의 한 가운데 날을 뜻한다. 그래도 추석하면 역시 ‘보름달’이다. 

추석(秋夕)’이라는 단어의 뜻 자체도 ‘가을의 달빛이 가장 좋은 밤’을 의미한다. 옛부터 사람들은 크고 둥그런 보름달을 ‘풍요와 행운’의 상징으로 여겼다. 
그래서 이날만큼은 누구나 커다란 보름달을 보려고 밤하늘을 기웃거리게 된다. 그래서 이번 재즈 브루잉은 달을 주제로 하는 세 개의 아름다운 곡을 골랐다. 첫 번째 곡은 자크 루시에 트리오 (Jacques Loussier Trio)가 연주하는 클로드 드뷔시(Achille Claude Debussy)의 Clair De Lune(달빛)이다. 자크 루시에와 그의 트리오는 1959년 Play Bach Trio를 결성하면서부터 바흐의 작품을 재즈로 연주한 바흐 스페셜리스트로 유명하다. 
이후에는 바흐뿐 아니라 헨델, 비발디, 모차르트, 베토벤 등 바로크와 고전주의 작품에서 슈만과 쇼팽 같은 낭만주의 작곡가 작품들까지 아우르며 연주했다. 여기에 인상주의의 작곡가인 라벨과 사티 그리고 이번에 소개하는 드뷔시의 작품으로까지 연주의 영역을 넓혔다. 
앨범 Plays Debussy(Telarc 2000년)는 클로드 드뷔시의 빛과 색채감으로 가득찬 대표곡들을 재즈 피아노 트리오의 절제된 스윙감으로 담아낸 앨범이다.

Jacques Loussier Trio (사진 : www.list.co.uk)

Plays Debussy 
(Jacques Loussier Trio, Telarc 2000년)
그중 첫 번째 트랙이 바로 드뷔시가 1890년에 작곡한 Clair De Lune, 즉 달빛이다. 드뷔시의 곡 중에서도 일반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곡이다. 
밤하늘에 흐르는 아름다운 달빛을 연상케 하는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작품이다. 
자크 루시에 트리오는 여기에 감미로운 스윙감을 더해 매우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두 번째로 소개하는 곡은 재즈 스탠더드 Fly Me to the Moon이다. 
바트 하워드(Bart Howard)가 1954년에 작곡하고 프랭크 시나트라, 자니 마티스, 낸시 윌슨, 냇 킹 콜, 패티 페이지, 줄리 런던 등 수많은 재즈 가수들이 부른 가장 널리 알려진 재즈 스탠더드다. 처음에는 별 인기를 끌지 못하다가 1964년 프랭크 시나트라가 불러 빅히트 했다. 
아폴로 11호 우주선이 달 궤도를 선회하고 달 표면에서 탐사를 마친 후 착륙선이 이륙할 때 시나트라의 노래를 승무원 버즈 올드린이 틀어서 더욱 유명해졌다. 우주여행에 대한 낭만과 사랑에 대한 가사가 달에 토끼가 산다는 이야기만큼 낭만적이다.

마지막으로 소개하는 곡은 재즈가 아닌 프로그레시브 락의 초기 원형을 제공한 밴드 무디 블루스(The Moody Blues)의 노래다. 

1965년에 첫 앨범을 발표한 무디 블루스는 뛰어난 음악성은 물론 특히 가사의 심오함은 문학과 철학의 영역까지 침범했던 그룹이다. 

또한 1967년 이후 클래시컬 뮤직과의 결합으로 마치 클래식 교향곡의 한 악장을 듣는 듯한 심포닉 록 스타일의 작품들이 유명하다.

The Moody Blues (사진 : www.deezer.com)
이들이 싸이키델릭 라인업 해체 이후에 1978년 재결성 기념반으로 발표한 앨범 Octave는 그리 성공한 앨범은 아니지만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명반이다. 그 중 두 번째 트랙이 바로 이 시절에 맞는 Under Moonshine이다. 

인트로의 플룻 연주와 시종일관 배음으로 연주되고 있는 현악 오케스트라의 반주가 언뜻 클래식 소품을 듣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누구나 할 것 없이 코로나로 지쳤겠지만 이번 추석만큼은 잠깐만이라도 소개하는 음악으로나마 넉넉하고 편한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어찌되었든 추석을 대하는 마음은 언제나 편안하고 풍성하다. 

저 달이 차오르고 지는 날이 계속 되는 한 추석은 언제나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처럼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행복한 추석 명절이 되기를…

노래 Clair de lune (Arr. for Jazz Trio)
아티스트 Jacques Loussier Trio
앨범 Clair de lune (Arr. for Jazz Trio)
YouTube 라이선스 제공자
UMG(Telarc 대행); LatinAutorPerf, LatinAutor - SonyATV, AMRA, Sony ATV Publishing, UMPG Publishing, UNIAO BRASILEIRA DE EDITORAS DE MUSICA - UBEM, Kobalt Music Publishing, LatinAutor, SODRAC 및 음악 권리 단체 3개

Provided to YouTube by Universal Music Group Fly Me To The Moon (Remastered) · Frank Sinatra · Count Basie And His Orchestra Nothing But The Best ℗ 2008 Frank Sinatra Enterprises, LLC Released on: 2008-01-01 Conductor: Quincy Jones Producer: Charles Pignone Associated  Performer, Vocals: Frank Sinatra Composer  Lyricist: Bart Howard Auto-generated by YouTube.

Provided to YouTube by Universal Music Group
Under Moonshine · The Moody Blues
Octave
℗ A UMC recording; ℗ 1978 Universal Music Operations Limited
Released on: 1978-06-09
Producer: Tony Clarke
Associated  Performer, Vocals, Bass  Guitar: John Lodge
Associated  Performer, Vocals, Flute: Ray Thomas
Associated  Performer, Vocals, Keyboards: Mike Pinder
Associated  Performer, Vocals, Electric  Guitar: Justin Hayward
Associated  Performer, Drums, Percussion: Graeme Edge
Composer  Lyricist: Ray Thomas
Auto-generated by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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