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제물포구락부에서 온 편지 Vol.76

인천은 의미심장한 역사 지대다.


대청도는 서해상의 섬 가운데 북한과 인접해 있는 서해 5도에 속하는 섬이다. 인근에는 소청도(小靑島)와 무인도인 갑죽도가 있다. 편암 및 반송층(盤松層)으로 되어 있으며, 대청도의 삼각산(三角山, 343m) 등 산지가 많아 농경지는 섬 북쪽에 좁게 형성되어 있다.   [사진:인천 토박이 사진작가 홍승훈 제공]

홍승훈 작가의 좀 더 많은 작품을 보실려면 인천시민애집 디지털갤러리를 방문해주세요.

재즈브루잉

현 재즈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레이블을 꼽자면 단연 블루노트(Blue Note)와 ECM을 들 수 있다. 블루노트와 ECM이 추구하는 음악적 성향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블루노트는 재즈의 탄생지이며 본고장인 미국에서 정통 메인스트림 재즈의 역사와 함께하며 성장하여 현재에 이른 레이블이다. 

반면에 ECM은 재즈의 변방일 것 같았던 유럽을 중심으로 재즈의 신조류를 이끌며 유럽을 넘어 명실상부한 메이저 레이블로 성장했다. 하지만 극명하게 다를 것 같은 이 둘에게도 공통점은 있다. 바로 창업자들이 모두 독일 출신이라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블루노트의 창업자 알프레드 라이언(Alfred Lion)은 독일에서 태어나 나치의 압박을 피해 미국으로 건너 온 독일 이민자 출신이며(정확히는 유대인) ECM 창업자 맨프레드 아이허(Manfred Eicher) 역시 독일에서 나고 자란 독일인이다. 

한 사람은 재즈의 본토 미국에서, 또 한 사람은 유럽, 그것도 재즈와는 왠지 정 반대에 있을 것 같은 클래식의 본고장 독일에서 각각 재즈 레이블을 창업했다. 블루노트와 ECM 모두 현대 재즈를 이끌어 가고 있는 쌍두마차다. 그러므로 어떤 레이블을 먼저 소개할지 결정하는 일은 어찌보면 매우 곤혹스러운 일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역시 블루노트를 먼저 고르지 않을 수 없다. 재즈의 영광과 쇠락을 모두 겪은 블루노트에 대한 일종의 예의일지도 모르겠다.

올해 2021년을 맞아 창립 82주년이 되는 블루노트는 1939년 나치의 박해를 피해 재즈의 고장 미국으로 이주한 유태계 독일인 알프레드 라이언이 설립했다. 16세 때 베를린에서 재즈 공연을 처음 접하고 나서 재즈에 빠지게 되었고 미국으로 이민 온 후 1939년에 블루노트를 창업했다. 

하지만 거창한 뜻은 아니고 그가 좋아하는 재즈를 좀 더 가까이 그리고 직접 음반을 만들어 보겠다는 단순한 의도였다. 이듬해 1940년에는 친구인 사진가 프란시스 울프(Francis Wolff)가 합류하였다. 전하는 바에 따르면 당시 재즈 뮤지션들은 두 사람의 성을 따서 블루노트를 ‘사자와 늑대의 왕국’이라고도 불렀다고 한다.

블루노트의 창업자 알프레드 라이언(좌)과 프란시스 울프(우) 사진 출처 : mmjazz.net
블루노트의 공식적인 첫 음반은 1939년 1월 부기우기 피아니스트 알버트 애먼스의 78회전 SP 음반이다. 1940년 6월에는 발매한 시드니 베셰(Sidney Bechet)의 'Summertime'가 대성공을 이루어 블루노트를 재즈 세계에 널리 알리게 된다. 이후 델로니어스 몽크, 팻츠 나바로, 버드 파웰 등 비밥 주역들의 앨범을 연이어 출시하며 메이저 레이블로서의 위치를 구축했다. 

 1954년 2월 아트 블레이키의 < A Night At Birdland Vol.1 >의 출시로 하드밥의 전성기이자 블루노트의 전성기를 만들어 낸다. 현재 재즈사에서 언급되는 대표적인 아티스트들인 아트 블레이키, 호레이스 실버, 소니 클락, 리 모건, 소니 롤린스, 존 콜트레인, 마일즈 데이비스, 캐논볼 애덜리, 웨인 쇼터, 허비 행콕, 프레디 허바드 등 수많은 재즈 레전드들이 이때 탄생했다고 말해도 무리가 없다. 하지만 블루노트가 이런 명성을 얻는데는 알프레드 라이언의 특별한 철학이 있었으므로 가능했다. 무엇보다도 연주자들에 대한 배려와 후한 대우였다. 녹음 전에 미리 푸짐한 다과를 대접하면서 자유로운 분위 속에서 연주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연주자들이 환영했음은 두 말할 나위 없다. 또한 아직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초보 연주자 혹은 메인 연주자를 보조하던 역량있는 사이드 맨을 발탁하여 녹음 기회를 주기도 했다. 블루노트를 얘기할 때 알프레드 라이언 외에 반드시 언급되는 몇 명의 이름들이 있다. 

누가 보더라도 블루노트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한 특유의 자켓 사진을 찍은 동업자 프란시스 울프는 물론, 블루노트의 상징과도 같은 타이포그래피를 이용한 그래픽 디자이너 레이드 마일스(Reid Miles), 음향 엔지니어 루디 반 겔더(Rudy Van Gelder)가 그들이다. 이들의 합류로 블루노트는 아티스트, 사운드, 디자인 등 하나의 앨범에 담을 수 있는 미적 요소를 완벽히 구현할 수 있었다. 하지만 1950년대 중반부터 1960년대 초반까지 이어졌던 블루노트의 짧은 전성기는 비틀즈를 대표하는 록과 밥 딜런으로 대변되는 포크 등과 같은 타 장르의 성황으로 위태롭게 된다. 
여기에 1965년 건강 악화로 알프레드 라이언이 은퇴하면서 레이블을 통째로 리버티 레코드에 매각했고, 1971년 동업자 프란시스 울프가 세상을 떠나면서 위기는 더욱 가속화 된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메이저 음반사 EMI 사장 브라이스 룬더발에 의해 블루노트는 EMI 레이블을 인수되었다. 
그 후 1985년 2월 22일, 역사적인 블루노트 재건 축하 공연 <One Night With Blue Note>가 뉴욕에서 개최되며 블루노트는 극적으로 부활하게 된다. 지난 80여 년간 1,000여 장이 넘는 앨범을 발매한 블루노트는 과거 화려했던 시절의 조류에 연연하지 않고 포스트 밥과 윈튼 마샬리스와 테렌스 블렌차드를 위시한 신 정통주의 아티스트들을 중심으로 현대 재즈를 주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새로운 아티스트들도 지속으로 발굴하여 육성시키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아티스트들이 조 로바노, 미쉘 페트루치아니, 카산드라 윌슨, 다이안 리브스, 곤잘로 루발카바이며 심지어 애시드 재즈의 선구자 중 하나인 Us 3 등이 있다. 

특히 2003년 블루노트에서 발매하여 그래미 올해의 앨범, 베스트 팝 보컬 앨범, 올해의 여자보컬, 최고 신인상 등을 휩쓴 노라 존스의 앨범 ‘Come Away With Me’와 수록곡 'Don't Know Why'는 재즈팬들 사이에서 재즈냐 아니냐는 논란을 불렀음에도 지금까지 5천만 장의 판매고를 기록해 블루노트를 재건에 이르게 한 대표작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 많은 블루노트 레코드 중에서 어느 것을 골라 들어야 할까? 조언을 한다면 보통 재즈사에서 블루노트의 황금기와 모던 재즈의 황금기라 부르는 50년대 중반 ~ 60년대 중반 사이에 발매된 앨범들을 우선 추천하고 싶다. 블루노트가 추구하는 진정한 음악적 정체성인 하드밥적인 열정과 현장음을 최대한 살린 사운드가 가장 잘 구현된 시기이기 때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블루노트의 앨범 고유넘버 중에서 1500번대의 앨범들이 바로 그것이다.

더 나아가 그 중에서 몇 장을 추려달라고 물으신다면? 어려운 질문일 것 같지만 솔직히 그 질문에 대하여 답하기에는 오히려 수월하다. 
내 답변은 이렇다. "고민하실 필요 전혀 없습니다. 
아무것이나 집어 들어도 실패할리 없어요. 왜냐하면 현재 국내에서 구입할 수 있는 음반이라면 그 많은 앨범 중에서도 특별히 살아남은 특별한 앨범일테니까요."

송학동 1가

송학동 역사산책길 또 하나의 역사적 계단을 찾아내다. 

어느 학자는 서양 건축의 전 역사와 궤를 같이해온 계단 하나만 추적해도 서양 문명 전체를 읽어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종교적 상징성, 정치적 기념비성, 사회적 공공성, 경제적 욕망, 생물학적 육체성 등 인간을 둘러싼 개인적-집단적-정신적-육체적 문명 작용의 총집합체가 계단이라고 합니다. 

글쎄..뭐 다 동의하긴 어려우나 그런 맥락에서 1883년 자주적 개항의 역사를 오롯이 품고있는 인천 중구 송학동 역사산책길에 또 하나의 계단이 그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시민 여러분들께 전해드립니다. 

더불어 이 계단을 놀이터 삼아 유년의 추억을 갖고계신 인천 시민 여러분들의 제보 또한 요청드립니다.

재물포구락부의 서재

<블루노트 컬렉터를 위한 지침> (오가와 다카오, goat)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단편 ‘야우레크’에서 주인공은 외삼촌이 경영하는 시골 채석장 회계과에서 일하고 있는 남자입니다. 
남자의 어머니는 자살을 했고, 어머니의 자살은 외삼촌과 관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남자는 채석장에서 일하라는 외삼촌의 제의를 큰 고민 없이 수락합니다. 그러면서 일종의 복수를 꾀하지만 좀처럼 기회를 얻지 못합니다. 

오히려 그것은 소심한 남자의 무력감이 이유일지도 모릅니다. 대신 비참한 절망감에 빠지지 않도록 관심을 돌릴 만한 ‘어떤 일’들을 합니다. 예컨대, 금요일엔 책을 한 권 사고 화요일엔 맛있는 음식을 사먹는다던지, 자연과학 공부를 하고, 독백을 하거나 몇 시간 동안 바깥 건물의 창문을 관찰하는 일 따위입니다. 

그러다가 급기야 그는 어느새 채석장 사람들을 웃기려고 온갖 궁리를 다 하게 됩니다. 결국 어설픈 코미디언이 되어가는 자신에 대해 자조하는 것으로 소설은 끝이 나고 맙니다.

한때 저에게는 재즈 음반 컬렉션이 바로 야우레크의 주인공이 절망감에 빠지지 않기 위해 행했던 ‘관심을 돌릴 만한 ‘어떤 일’같은 것이었습니다. 

학창시절부터 간간히 모아왔지만 본격적인 수집은 회사원이 된 이후부터였습니다. 얄팍했지만 매월 따박 따박 들어오는 급여가 있었는지라 주저 않고 음반을 사는 일에 써버렸습니다. 미치도록 사 모으고, 틈나는 대로 들었습니다. 

오디오 교체에 열을 올리기도 했고, 재즈를 조금이라도 언급하는 음악 잡지란 잡지는 모두 정기구독을 했을 정도입니다. 결혼과 함께 아이들이 생긴 후부터는 정신을 차렸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무튼 과거의 일입니다. 
아마도 내 생애에 지금 가지고 있는 앨범의 모든 트랙을 듣는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제 나이를 생각하면 물리적인 시간 자체가 허락되지 않을 것입니다. 

과잉이라 불러도 될 만큼 음반이 많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과거 음반 수집에 대한 관성이 남아 있어서 그럴까요? 종종 음반에 대한 욕망이 스멀스멀 올라올 때가 있습니다.

소개하는 책은 음반 수집에 열을 올릴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책 <블루노트 컬렉터를 위한 지침> (오가와 다카오, goat)입니다. 

1939년 창업된 재즈 전문 레이블 <블루노트 Blue Note>의 모든 음반을 수집하여 블루노트의 전설적인 프로듀서이자 창업자인 알프레드 라이언으로부터 컴플리트 컬렉터로 공식 인정받은 ‘오가와 다카오’의 수기입니다. 

사실 재즈에 관심없는 이한테는 지극히 따분할지도 모릅니다. 도쿄에서 나고 자란 이 책의 저자 오가와 다카오는 중학교 2학년 때 스탄 게츠와 질베르트의 앨범(Getz/Gilberto, Verve)을 접하고는 재즈에 빠지게 됩니다. 

블루노트의 현장감 있는 사운드에 매력을 느낀 다음엔 블루노트의 음반을 한 장도 빠짐없이 다 모아보자고 다짐합니다. 그리고 이후 그의 수집 열정은 범인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수준을 보여줍니다. 학교와 직장 근처의 단골 레코드샵에서 시작한 음반 구입은 국내와 해외를 넘나들며 무수한 이야기를 만들어 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놀라울 정도로 미시적인 작업으로 담았습니다. 

가령 라벨에 프린트된 주소가 뉴욕인지 뉴저지인지, 오리지널 음반이라 할지라도 음반 보관시 손상을 막기 위한 그루브가드가 있는지 없는지(당시 블루노트 음반 제작 공장이 두 군데였기 때문에), 레코드 홈이 깊은지 그렇지 않은지 따위의 골치 아픈 논쟁입니다.

“그런 시절에 야마하의 바겐세일과 만나게 된 것은 Taylor (캔디드)였다. 재킷도 음반도 상태는 나빴다. 그래도 800엔에 살 수 있었다. 
그 언저리에 지미 스미스 앳 디 오르간 Vol.2(1514)가 있었다. 이것도 음반에 약간 기스가 있어 그럭저럭 보통인 컨디션으로 1500엔. 이것이 내가 처음 손에 넣은 렉싱턴 음반이었다. 

그리고 오리지널반은 아니지만 호레이스 실버 퀸텟의 더 스타일링 오브 실버 The Stylings Of Silver (1562)와 귀티스 풀러 Curtis Fuller Vol.3 (1583)이 1200엔이었다. 이것까지 사려면 수중에 돈이 부족했다. 
거기서 호텔까지 쏜살같이 달려가서 부모님께 돈을 빌린 뒤 다시 레코드가게로 돌아온 기억이 난다. 
그때 오리지널반에 대해서 알았더라면 좀 더 귀한 레코드를 구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p 52~53) 

읽으면서 특히 놀라웠던 건 여태까지 수집한 음반마다의 구입 동기, 장소, 상황, 감정, 심지어는 가격같은 디테일까지도 열거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단순한 기억으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예상했던대로 저자는 일종의 수집을 위한 일기 형식의 기록을 해온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점에서 저자의 수집은 여타 컬렉터들의 작업과는 차원을 달리합니다.
컴플리트 컬렉터의 기록인 만큼 다양한 서체를 사용한 만듦새 역시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합니다. 다만 독자에 따라서는 이 점이 오히려 가독성을 해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책을 읽고 읽노라면 마치 총탄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살아남은 용사의 생존 기록같은 감동을 받습니다. 
설령 재즈에 관심없는 독자라 할지라도 목표로 설정한 그 가치를 위해 한 사람이 쉼없이 달려온 과정과 지난한 투쟁의 기록 자체에 박수를 치게 됩니다. 

또한 블루노트 컬렉터들에게 국한한다면 책 제목대로 ‘블루노트 컬렉터를 위한 지침’으로 이보다 더 완벽한 가이드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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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영상은 제물포구락부 인문학아카데미 현장강의를 편집한 버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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