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제물포구락부에서 온 편지 Vol.37

자주적 개항의 상징적 서사자원



프랑스의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1979년에 발간한 저서 <구별짓기 : 문화와 취향의 사회학>에서 매우 독특한 시각으로 ‘아비투스’라는 개념을 정의했다. 아비투스란 개인의 습관과 취향은 자신이 속한 계급에 맞는 패턴이라는 것이다. 자기들만의 공통적인 체계를 만들고 그 체계 안에서 생각하고 소비하고 취향을 표현한다는 뜻이다. 또한 아비투스는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후대에 세습되는 경향이 있다. 
음악으로 예를 들면 우리 사회에서 트로트를 주로 듣는 계층과 재즈나 클래식을 즐기는 계층 사이에는 묵시적인 간극이 존재한다. 트로트는 전문적인 음악 교육을 받지 않더라도 쉽게 즐길 수 있으나 경제적, 문화적 우월감을 갖는 계층은 어느 정도의 지식이 필요한 것이라 생각하는 재즈나 클래식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고가의 음향 장비를 구입하거나 고액의 입장료를 지불하고 공연장에서 즐길 수 있는 경제적인 여유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더욱 재즈와 클래식에 집중하게 된다.  ............(중략)
제물포구락부는 여태까지 개항기 시절 제물포 지역에서 활동하던 외국인 전용 사교 클럽 건물이라는 역사성만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의 제물포구락부는 이러한 한정된 기능과 의미에서 벗어나 개항장의 상징적 서사 자원과 미래세대를 위한 가치 재생 공간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모두 아우르는 열린 공간으로 변신했다. 일정한 계층만 출입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 시민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간이라는 뜻이다. 
제물포구락부에서 재즈를 듣는다는 건 그런 의미에서 매우 상징적이다. 특별한 계층 내지는 소수의  매니아들만이 아닌 재즈 본래의 탄생 의미대로 시민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공간을 제공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기적인 ‘해설이 있는 재즈 감상회’뿐 만 아니라 별도로 요청하는 경우에도 수시로 재즈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 사회는 개성이 중시되고 다양한 층위의 문화가 모두 존중되는 다양성의 시대다. 다양성을 존중하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해 주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복합문화공간인 제물포구락부에서 여러 장르가 융합되어 만들어진 재즈를 즐긴다는 것 자체가 현대 사회에서 가장 적합한 문화 행위가 아닐까 한다.
[그림: 조관제 화백 / 재즈큐레이션:경성현]

아래 앨범 정보를 클릭하시면 제물포구락부 재즈 브루잉에서 소개되었었던 12곡의 명반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몇 년전 조금은 힘겹게 읽은터라 책장 한켠에 꽂아두고는 내내 잊고 있었던 책 <아메리카> (장 보드리야르, 산책자)를 다시 펼치게 되었습니다. 다분히 최근 미국 대선을 바라보며 생긴 관심 덕분입니다. ‘주의 : 이 거울 속에 비치는 사물들은 보이는 것보다 더 가까이 있을 수 있습니다’ <아메리카>는 철학적 사유와 내밀한 관찰력이 조합된 일종의 기행 에세이입니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네오가 디스크를 숨겨둔 책 <시뮬라시옹>의 저자 '장 보드리야르'가 썼습니다. 그래서 책의 첫 장에 써 있는 위 문장은 두 말할 것 없이 ‘시뮬라시옹'에 대한 저자의 예고라 할 수 있겠지요. 

미국이 멋지고 매혹적이거나 혹은 인종차별과 빈부격차가 넘쳐나는 천박한 자본주의의 폐해가 고스란히 노출된 사회라는 양단의 이미지를 벗겨내 다는 점에서 있는 그대로의 민낯으로 미국을 바라볼 수 있게 해 줍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미국의 실현된 유토피아, 현대성의 완성(결국 더 진보할 수 없는)은 역설적으로 미국이 현대적이면서도 원시적이고, 실재이면서도 가상의 꿈들이 꿈틀거리며 혼재된 사회로서의 한계를 지닐 수 밖에 없음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관념을 강력한 실재로 만들어버리는 미국에서는 오히려 과거 트럼프의 당선과 최근 선거를 둘러싼 혼란이 필연이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아무튼 이 책을 처음 접했을때 좀 더 찬찬히 읽었더라면 최근의 최근 미국에서 일어나는 씁쓸한 코메디가 다소나마 덜 충격적이었으리라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레이건의 시대에 이미 오늘과 같은 결과를 예측한 보드리야르에 감탄하며 몇 일간 틈틈히 이 책만 붙들고 읽고 있습니다. 이미 절판된 책이라 구하기가 쉽지 않겠습니다만 제물포구락부에서는 편히 읽으실 수 있습니다. 방문 하루전 말씀해 주시면 준비해 놓겠습니다.

강화 참성단(江華塹星壇)
-인천광역시 강화군 화도면 마니산(摩尼山)에 있는 단군이 하늘에 제를 올리기 위해 쌓은 것으로 전하는 제단. 사적 제136호이다.





읽는 커피, 역사 스토리텔링의 또 다른 접근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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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물포구락부 창문에 부딪힌 되지바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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