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항장의 숨은보석 제물포구락부 임인년(壬寅年) 검은 호랑이의 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새해 첫 제물포구락부에서 온 편지의 커버아트로 아주 오랜만에 저희 상주 스탭이기도 한 이대호 작가의 카툰을 실어 보았습니다.
호기롭게,시원하게 세상에 나서 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쥐어짜야 나오는 치약에 비유한 유머러스한 작품입니다.
곁들여 호랑이의 호흡에 관한 이야기를 한꼭지 들려드리겠습니다.
호랑이는 아랫배로 천천히 호흡하는 복식호흡을 주로 하는 반면 토끼, 다람쥐, 쥐 등은 모두 얕고 빠른 가슴호흡을 한다고 합니다.
이런 동물들은 언제 어디서 맹수가 나타나 덮칠지 모르기 때문에 계속 불안하고 경계심이 높아 얕은 호흡, 즉 불규칙적이고 빠른 가슴 호흡을 하는 것이라고 하네요.
그리고 이 빠른 템포의 호흡이 임계점에 다다르면 비상조치가 나오는데, 바로 공황발작이나 실신 등이 그런 역할을 하는것이라 합니다. 역설적으로 그렇게라도 호흡을 정상화시켜 제대로 숨을 쉬게끔 만드는 일종의 비상조치라고 합니다.
그래서 수많은 심리학자들은 호랑이처럼 호흡할 것을 권하기도 한다 합니다. 복식호흡에서는 들숨보다는 날숨이 더 길고 중요합니다.
세상에 나서며 큰 울음을 내뱉는 아이의 첫 숨쉬기는 날숨이고 임종의 마지막 순간에 크게 다시한번 세상의 영욕을 한껏 삼키는 숨쉬기는 들숨입니다.
그래서 한자도 날숨 호(呼) 들숨 흡(吸)이라 합니다. 물론 사는 순간 내내 들숨,날숨 의식하지 않는 평온한 하루하루가 되었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호랑이의 해이니만큼 기왕이면 2022년엔 호랑이처럼 숨쉬는 법을 배워보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시민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도시를 탐구하는 두 가지 방법에 대한 두 권의 책 <무엇이 도시의 얼굴을 만드는가> (리처드 윌리엄스, 현암사) <도시는 왜 사라졌는가> (애널리 뉴위츠, 책과함께)
2022년 <제물포구락부의 서재>는 도시에 형성과 소멸에 관한 두 권의 책으로 시작합니다. 도시라는 거대한 군집체를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모습, 즉 건축물을 비롯한 도시의 ‘얼굴’을 만드는 것은 무엇인지 알려주는 책과 그렇게 유지되다가 사라진 도시들을 실제의 사례로 탐구한 책입니다. <무엇이 도시의 얼굴을 만드는가> (리처드 윌리엄스, 현암사) 리처드 윌리엄스의 <무엇이 도시의 얼굴을 만드는가>는 도시가 왜, 어떻게 현재의 모습을 하고 있는지 알려주는 책입니다. 저자는 도시가 철저히 인간의 자취를 따라 변화한 것이지 결코 설계된 것이 아니라고 단호하게 주장합니다.
만약 도시가 누군가의 구체적인 의도에 의해 설계되었다면 당시의 사람들은 현재 이 도시의 모습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과연 지금의 모습을 상상이나 했을까요? 바꿔서 말하면 도시의 건축은 계획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보다는 이후에 거주하는 사람들이나 방문자들에 의해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고층빌딩 등 도시를 대표하는 건축물과 기간시설, 도로와 주거지는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요? 저자는 이에 대해 자본, 권력, 성적 욕망, 노동, 전쟁, 문화라는 6가지 프로세스를 이용하여 해석합니다. 저자는 6가지 항목을 프로세스라 부릅니다. 그 이유는 애초의 계획이 아니라 도시의 현재 모습을 있게 한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도시의 모습은 어느 정도의 계획으로는 가능했을런지 모르나 설계 당시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찰나에 불과합니다. 결코 계획대로 나아가지 않았습니다. 인간이 그곳에 살게 되면서 일어나는 과정과 변화야말로 지금의 도시를 있게 한 가장 중요한 추동력입니다.
즉 도시는 인간 욕망의 결과입니다. 도시의 형성과 발전, 현재와의 인과관계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생각하게 해 주는 책입니다. <도시는 왜 사라졌는가> (애널리 뉴위츠, 책과함께) 그렇다면 이렇게 건설되고 유지되던 어떤 도시들은 왜 사라지는걸까요? 그 해답에 접근하기 위해 읽으면 좋을 책이 바로 <도시는 왜 사라졌는가> (애널리 뉴위츠, 책과함께)입니다. 먼저 소개한 <무엇이 도시의 얼굴을 만드는가>가 도시의 탄생과 과정, 현재의 모습을 이야기하는 책이라면 이 책 <도시는 왜 사라졌는가>는 도시의 소멸을 말하는 탐사 르포르타주입니다.
저자 애널리 뉴위츠는 한때 번성했다가 소멸한 네 도시 차탈회윅, 폼페이, 앙코르, 카호키아에 얽힌 미스테리를 추적합니다. 한때 번성했던 이 도시들은 왜 종말을 맞았을까요? 저자는 이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먼저 왜 도시가 그곳에 자리잡게 되었는지 소멸되어 흔적만 남은 도시를 찾아 연구합니다.
도시의 소멸을 알기 위해서 거꾸로 도시의 시작과 사람들의 흔적을 탐구한 것입니다. 결국 두 책 <무엇이 도시의 얼굴을 만드는가>와 <도시는 왜 사라졌는가>는 모두 현재 온갖 문제로 위기를 맞은 도시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기 위한 방법론이라 하겠습니다.
그 방법에 대해 하나는 도시의 현재를 만들어가는 과정으로부터, 또 하나는 소멸된 도시의 번성 과정으로부터 얻고자 하는 것입니다. <무엇이 도시의 얼굴을 만드는가>를 먼저 읽고 <도시는 왜 사라졌는가>를 읽는 것이 순서인 듯 하지만 반대의 순으로 읽어도 괜찮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내키는대로 교차해 가며 읽어도 좋습니다. 지안루이지 트로베시(Gianluigi Trovesi)와 지아니 코시아(Gianni Coscia)는 클라리넷과 아코디언의 독특한 조합으로 거의 평생을 함께 한 음악적 동반자입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클라리넷과 아코디언, 이 단순한 구성은 오히려 음악적 순수함을 표현함에 있어 가장 이상적이라 불러도 될만큼 조화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들은 1999년에 발표한 앨범 In Cerca Di Cibo를 시작으로 레이블 ECM을 대표하는 듀오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소개하는 앨범 La Misteriosa Musica Della Regina Loana 역시 같은 구성과 스타일의 앨범이지만 위대한 작가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에게 헌정하는, 조금은 특별한 앨범입니다.
움베르토 에코는 알려지다시피 기호학자, 미학자, 언어학자, 철학자, 소설가, 역사학자 등 수많은 수식어를 동반하는 현대를 대표하는 인문학의 거장이면서 아마추어 뮤지션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움베르토 (Umberto Eco 1932. 1. 5 ~ 2016. 2. 19) 듀오 지안루이지 트로베시 & 지아니 코시아와 움베르토 에코와의 인연은 이들의 첫 번째 앨범 In Cerca Di Cibo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움베르토 에코는 In Cerca Di Cibo의 라이너 노트 이래 이들 듀오의 모든 앨범의 라이너 노트를 책임져 왔기 때문입니다. 소개하는 앨범 La Misteriosa Musica Della Regina Loana의 타이틀은 세상에 대한 모든 백과사전적 기록들을 다 기억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이름은 기억하지 못하는 주인공이 자신의 상실된 기억 조각들을 복원해 가는 과정을 그린 자전적 소설 <로아나 여왕의 신비한 불꽃>에서 빌려왔습니다. 그래서 앨범 전체에는 움메르토 에코와 이 소설에 영감을 얻은 곡들로 가득합니다. 로아나 여왕의 신비한 불꽃 (움베르토 에코, 열린책들) 움베르토 에코의 이름에서 따온 헌정곡 Eco와 Umberto를 비롯하여 루이 암스트롱이 즐겨 연주했던 초기 재즈 넘버인 Basin Street Blues, 글렌 밀러의 대표적인 스윙 넘버인 Moonlight Serenade, 영화 카사블랑카의 OST로 유명한 As Time Goes By 등 재즈 스탠더드를 포함하여 다양한 스타일의 곡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수백 번을 들었을 스탠더드도 이들만의 곡인양 특별하게 들립니다.
특히 Moonlight Serenade의 경우 글렌 밀러의 원곡이 주는 애수 어린 로맨틱한 분위기와는 또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움베르코 에코를 향한 추모의 감정이 짙게 배어나옵니다. 가슴 한켠에 담아둔 슬픔이 천천히 올라옵니다. 곡명 그대로 움베르토 에코를 향한 ‘달빛연가’입니다. 이외에도 체코의 현대음악 작곡가 야나첵의 Nebjana가 세 가지 바리에이션으로 들어가 있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에 대항해 항쟁을 벌인 이탈리아 파르티잔들이 불렀던 Bella Ciao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트로베시와 코시아의 음악적 아이디어로 변형되어 녹아들어 있습니다. 지안루이지 트로베시 (Gianluigi Trovesi) 움베르코 에코에 대한 헌정 앨범이라고는 하지만 슬픔과 애도만 느껴지는 건 아닙니다. 따뜻한 낭만성이 가득한 아름다운 선율 리듬으로 가득합니다. 게다가 수십 년간 음악적 교감을 나누어 온 두 연주자는 추모앨범임에도, 여태까지 늘 그래왔던 것처럼 유머와 위트를 잊지 않았습니다. 마치 움베르코 에코의 유쾌했던 지적 유희를 닮은 듯 합니다. 별점 다섯 개 만점에 다섯 개로는 모자랍니다. 마음으로는 한 개를 더 주고 싶은 앨범입니다. THE ILLUSTRATED STORY OF ROME 진정한 멋은 스며든 상태에서만 나온다. 아무리 근사하게 차려입은들 잔뜩 의식하며 몸가짐에 지나친 공을 들이면 멋은 사라지고 만다. 몸과 마음에 꼭 맞지 않아 넘치는 상태는 자신이 가장 먼저 알아채는 법이고, 그때의 부산스러움은 바깥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나니까.
아무리 대단한 것으로 치장하고 근사한 취향과 몸짓을 내보인 들, 오랜 시간에 걸쳐 스며든 것이 아니라면 눈길을 잡아끌 수는 있어도 감동을 주기는 어렵다. 장소 또한 마찬가지다. 진짜 멋은 뽐내지 않아도 무심하게 드러난다. 어쩌면 무심해질수록 더 드러나는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로마는 진짜 멋을 풍기는 도시라고 할 수 있다. 2세기초에 지어진 로대 로마 시대의 신전. 개축되어 지금은 증권거래소로 활용중 로마는 오랫동안 유럽 세계의 중심으로서 특별한 역할을 해왔기에 근사하고 귀한 것을 많이 품고 있다. 그러나 로마는 자신의 멋을 내색하는데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이 도시가 다소 불친절하고 투박하다고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조금 여유를 가지고 본다면 이런 무심함이야말로 로마의 진정 한 멋이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로마에서 특별한 광경은 유적지 나박 물관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스쳐 지나는 일상의 풍경 이나 로마 사람들의 태도에서 물씬 풍긴다. 유적들은 거리나 주택가에서 수백수천 년의 시간차를 별로 내색하지 않고 섞여 있다.
잠시 쉴 만한 그늘을 찾다가 2천 년이 다 되어가는 고대 건물의 파편이 벤치처럼 쓰이고 있음을 발견하기도 하고, 무심하게 콜로 세움을 돌아 지나가는 버스를 타게 되기도 한다. 영화 벤허의 촬영 장소인 전차 경기장 터, 지금은 로마시민들의 공원으로 활용중 의술의 신 신전 터엔 현대식 병원이 자리 잡고 있고, 로마제국의 근위대 병영이 있던 곳은 이탈리 아군이 쓰고 있으며, 고대 전차 경기 장터의 트랙은 산책로가 되어 있다. 무심코 들어간 장소에서 거장들의 작품을 발견하는 일도 자주 경험한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무심코 건넌 다리가 2천 년이 넘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리기도 할 것이다.
유적지 발굴 현장은 보통 다큐멘터리나 역사 관련 채널에서 볼 수 있지만, 로마에서는 그저 거리 풍경 중 하나다. 로마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지나간다. 나 같은 이방인에게는 그런 평범함이야말로 결코 평범하지 않은 로마만의 매력으로 다가온다. 로마가 품고 있는 것 중 가장 귀한 것은 장소와 물건이 아니라 공기와 토양 자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탈리아에는 ‘스프레차투라-Sprezzatura’라는 말이 있다.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의 학자이자 정치가였던 발다사레 카스틸리오네는 저서 《궁정론 Il Libro del Cortegiano》(1528)에서 근사하고 세련된 사람이 유지해야 할 태도인 스프레차투라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궁정인은 뭐든지 태연하게 행동하도록 연습함으로써 예술적 기교를 감추고 말과 행동이 꾸며냈거나 공들여 만든 것이라는 인상을 주지 말아야 한다. 힘들게 어떤 일을 행하고 거기에 계속 신경을 쓰면 우아함과 기품이 없어 보이며, 사람들은 그가 하는 일을 무시하게 된다."
스프레차투라란 대단하고 특별한 일도 무척이나 자연스럽게 해내는 경지, 이른바 ‘무기교의 기교다. 훗날 이 말은 궁정인을 넘어 천재 예술가들의 노련함을 표현하는 데 쓰였고, 오늘날에는 패션에 관한 용어로도 사용되고 있다.
스프레차투라는 그냥 무심히 행하라는 말이 아니다. 자기 몸에 완벽히 스며들도록 오랜 시간과 고된 과정을 거쳐야 진정한 멋에 이를 수 있다는 말이다. 로마가 어떤 도시인지 잘 담아낸 표현이 아닐까. 위 콘텐츠는 네이버,넥슨등 IT업계에서 일러스트레이터,아트디렉터,게임 컨셉 아티스트,UI 디자이너 등으로 일하고 있는 "이상록 작가"의 여행일기 "로마시티"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무려 15년간 수차례의 로마여행을 통해 직접 그림으로 글로 채록한 기록들이 도서출판 "책과함께"와의 협업을 통해 인문교양서로 묶여 나왔습니다. 1901년 건립된 서양인들의 커뮤니티 공간인 제물포구락부가 늘 관심을 기울여 탐구하고 있는 서양국가체제의 근원과 철학을, 이상록 작가와 함께 로마에서 한번 들여다보고자 2022년 기나긴 장정을 시작합니다. 책의 전문이 궁금하신 독자분들은 아래 링크에서 지름길을 찾으실수 있습니다. 제물포구락부에서 온 편지의 애독자 여러분들. 새해에도 매주 화요일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응원해주세요~. jemulpoclu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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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롭게,시원하게 세상에 나서 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쥐어짜야 나오는 치약에 비유한 유머러스한 작품입니다.
곁들여 호랑이의 호흡에 관한 이야기를 한꼭지 들려드리겠습니다.
호랑이는 아랫배로 천천히 호흡하는 복식호흡을 주로 하는 반면 토끼, 다람쥐, 쥐 등은 모두 얕고 빠른 가슴호흡을 한다고 합니다.
이런 동물들은 언제 어디서 맹수가 나타나 덮칠지 모르기 때문에 계속 불안하고 경계심이 높아 얕은 호흡, 즉 불규칙적이고 빠른 가슴 호흡을 하는 것이라고 하네요.
그리고 이 빠른 템포의 호흡이 임계점에 다다르면 비상조치가 나오는데, 바로 공황발작이나 실신 등이 그런 역할을 하는것이라 합니다. 역설적으로 그렇게라도 호흡을 정상화시켜 제대로 숨을 쉬게끔 만드는 일종의 비상조치라고 합니다.
그래서 수많은 심리학자들은 호랑이처럼 호흡할 것을 권하기도 한다 합니다.
세상에 나서며 큰 울음을 내뱉는 아이의 첫 숨쉬기는 날숨이고 임종의 마지막 순간에 크게 다시한번 세상의 영욕을 한껏 삼키는 숨쉬기는 들숨입니다.
물론 사는 순간 내내 들숨,날숨 의식하지 않는 평온한 하루하루가 되었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호랑이의 해이니만큼 기왕이면 2022년엔 호랑이처럼 숨쉬는 법을 배워보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시민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책의 전문이 궁금하신 독자분들은 아래 링크에서 지름길을 찾으실수 있습니다. 제물포구락부에서 온 편지의 애독자 여러분들. 새해에도 매주 화요일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응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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