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제물포구락부에서 온 편지 Vol.94

개항장의 숨은보석 제물포구락부


[쎈척] - 카투니스트 이현정
어리석은 호랑이가 곶감을 자기보다 무서운 존재인 줄 착각하고 도망하는 과정을 묘사한 설화가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때부터 교과서에도 수록되고, 1920년대에 들어서서는 전래동화로 개작도 되었다 합니다. 

동화작가 고 마해송 선생은 1933년 이 설화를 동화로 각색하였고, 최근에는 여러 출판사에서 그림책으로도 자주 간행되고 있습니다. 
 유럽에도 이와 비슷한 <도둑과 호랑이>가 널리 분포되어 있고, 4세기경 완성된 인도의 『판챠탄트라』에도 유사한 이야기가 전하고 있어 기원이 매우 오래된 설화임을 알 수 있습니다. 

 어리석은 호랑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강자는 어리석음으로 패배하고, 약자는 재치 있는 상황 대처로 승리한다는 것을 해학적으로 표현한 재미난 이야기입니다. 

 최근 일러스터 작품집《강릉이 취향이라서요》를 출간한 이현정 작가의 SNS에서 호랑이와 곶감을 소재로 삼은 카툰을 발견했습니다. 정말 혼자 보기 아까워 작가의 작품 활용 허락을 받아, 우리 "제물포구락부에서 온 편지"의 애독자 여러분들께 공유해드립니다. 

 부작용 "1"도 없는 청정 백신은 바로 "웃음"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애독자 여러분.2021년 한 해 정말 정말 수고 많이 하셨고 2022년엔 좀 더 많이 웃으실 수 있는 날이 함께 하길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송학동에 내린 첫눈

2021년 12월18일 촬영

'21년 마지막 편지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녘에 날아오른다.

미네르바는 고대 로마 신화에 나오는 지혜의 여신입니다. 그는 해가 질 무렵이면 언제나 산책을 합니다. 그때마다 부엉이를 데리고 다닙니다. 
왜 하필이면 부엉이일까요? 부엉이는 아무리 캄캄한 밤이라도 주변과 사물을 또렷이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습니다. 

혼탁한 세상에서도 늘 깨어있는 지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경고인 셈입니다. 프리드리히 헤겔이 <법철학>에서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녘에 날아오른다”는 말을 쓴 이후로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철학과 철학자를 상징하는 말로 쓰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밤이 지나면 곧 해가 뜨리라는 것, 또 그것을 준비하려면 해가 지기 시작하는 황혼녘부터 총명한 정신을 유지해야 한다는 뜻으로도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라면 지금이야말로 제물포구락부가 미네르바의 부엉이처럼 힘찬 날개짓을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곧 호랑이의 해 2022년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2019년에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은 삶과 일상의 패러다임을 단번에 변화시켰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야외활동이나 모임을 패스하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겁니다. 
넷플릭스와 같은 멀티미디어의 인기가 높아진 것도 같은 이유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집에서 각자 즐길 수 있는 취미생활 역시 늘어나는 추세라고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독서와 음악감상입니다. 제물포구락부가 인문, 예술, 문학 위주로 큐레이션 한 서재의 운영과 ‘인문학 아카데미’, ‘해설이 있는 재즈’ 등 오프라인 프로그램에 더해 매주 발행되는 뉴스레터를 통하여 다수의 책과 음반을 소개하는 작업 역시 그런 취지라 하겠습니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여기저기에서 올해의 책, 올해의 음반을 선정하느라 분주합니다. 제물포구락부도 지난 2021년에 <제물포구락부의 서재>와 <재즈 브루잉>으로 소개했던 책과 음반중에서 나름 의미있다고 평을 받은 베스트 5종을 각각 추려봅니다.

<제물포구락부의 서재> 베스트 5 

1. <노견 만세> (짐 웨인가튼 & 마이클 윌리암슨, 책공장 더불어) 
대체할 수 없는 유일한 ‘개체성’을 지닌 노견 60여 마리의 모습을 사진에 담은 에세이입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개들은 사진을 찍을 당시(2018년 발간) 모두 10살이 넘었다고 합니다. 지금 현재 모두 살아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대부분이 흔히 말하는 무지개 다리를 건넜을 겁니다. 그러나 그들의 존재는 영원할 것입니다. 대체할 수 없는 유일한 ‘개체성’을 지닌 존재로서 말입니다. 마지막 나날을 보내는 그 노견들에게 보내는 찬사입니다. 

2. <분더카머> (윤경희, 문학과지성사) 
예술과 문학 부문에서 독창적인 글쓰기로 이름을 알리고 있던 윤경희의 첫 번째 책입니다. 분더카머(Wunderkammer)란 ‘놀라운 것들의 방’이라는 독일어로 한 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진귀하고 놀라운 물건들을 컬렉션하여 모아 둔 방을 의미합니다.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문득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분더카머에 들어와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결국 이것은 어린 시절의 기억처럼 선명하지는 않으나 분명 자신을 깊이 들여다 보는 흔치 않은 경험이 될 것입니다. 

3. <행복의 지도> (에릭 와이너, 어크로스) 
4대륙 10개국을 여행하면서 행복학 연구자부터 정치가 평범한 시민 가릴 것 없이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 같이 먹고 마시며 그들의 행복을 탐구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곳을 찾아 떠나는 여행기입니다. 
행복의 조건에는 나라와 장소, 경제적 풍요같는 물리적이며 외형적인 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 바로 지금 이 순간 내가 있는 이곳에서 느끼고 있는 이 사소한 즐거움도 행복이라는 것, 행복은 다양한 형태와 얼굴로 존재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행복이라고 인식하는 것이 바로 행복의 시작이라는 걸 인식하게 해 주는 책입니다. 

4. <시간의 각인> (안드레이 타르콥스키, 곰출판) 
저자 안드레이 타르콥스키는 러시아(소련 태생)의 위대한 영화감독입니다. 난해하고 몽환적인 롱테이크 영상으로 종교적, 철학적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그의 작품은 그가 부재한 이후의 수많은 영화 예술에 영감을 불어 넣었습니다. 
<시간의 각인>에는 종교와 인간, 철학적 사유, 시간, 예술의 본질과 기원등 예술이 다가갈 수 있는 한계치 근방에 머무르고 있는 그의 영상에 대한 성찰과 사유가 담겨 있습니다. 

5. <외국어 전파담> (로버트 파우저, 혜화 1117)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 부교수로 임용된 후 서울에 살면서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해 전문가의 식견을 가지고 있는 저자 로버트 파우저가 순 한글로 쓴 책입니다. 외국어의 전파 과정으로 역사, 문명, 문화의 전파를 때로는 드라마틱하게, 때로는 관련 학문의 기초 자료로 사용해도 될만큼 전문적인 지식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 담긴 방대한 기록과 자료들은 단순히 외국어 전파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넘어 외국어 전파가 인류 역사와 문명의 변화 과정 자체라는 것을 말해 줍니다.

<재즈 브루잉> 베스트 5 

1. <Plays Gabriel Faure> (The Treya Quartet, DIVOX) 
프랑스 작곡가 가브리엘 포레(Plays Gabriel Faure)의 음악을 이탈리아 트럼페터 파올로 프레수(Paolo Fresu)가 멤버였던 트레야 퀄텟(The Treya Quartet)이 재즈로 연주한 앨범입니다. 클래식을 재즈로 연주하는 경우 스윙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자칫 가벼운 로비음악으로 전락시키는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트레야 퀄텟의 본 작품은 재즈의 자유로움이 적절히 묻어 있으면서도 원곡의 클래시컬한 분위기와 작품성을 전혀 손상시키지 않고 있습니다.

2.<Nightfall> (Till Brönner & Dieter Ilg) 
트럼펫과 베이스로 이루어진 독특하면서도 단출한 구성의 듀오 앨범. 한마디로 틸 브뢰너의 트럼펫이 주는 낭만과 디터 일그의 묵직한 베이스의 순수함이 주는 인터플레이가 전부라고 할만한 작품입니다. 
어떤 경우엔 트럼펫이, 또 어떤 때는 베이스의 호흡이 조금 더 두드러질 뿐 둘 중 누구 하나가 부각된다거나 튀지 않습니다. 
Nightfall이라는 앨범 제목처럼 차분한 가을밤을 기다리는 낭만을 연주하는 두 뮤지션, 그리고 그 속에 묻은 감성. 이 모든 것이 기가 막히게 잘 들어 맞는 앨범입니다.

3. <Budapest Concert> (Keith Jarrett , ECM) 
2016년 7월 3일 헝가리 부다페스트 벨라 바르톡 국립 콘서트홀(Béla Bartók National Concert Hall)에서 있었던 키스 자렛의 공연 실황 앨범입니다. 
수많은 솔로 실황을 통해 현대 재즈의 정수를 펼친 키스 자렛은 2018년 두 차례에 걸친 뇌졸중으로 모든 공연과 연주가 중단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어쩌면 과거 만성피로 증후군으로 비슷한 처지에 있을 때 아내를 위해 집에서 연주한 음원이 앨범으로 발매된 것과 같은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키스 자렛의 새로운 연주는 이대로 영영 들을 수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앨범이 특별히 소중한 이유입니다.

4. Verse (Patricia Barber, Blue Note) 
현존하는 최고의 여성 재즈 아티스트이자 노래하는 여류 시인 파트리샤 바버(Patricia Barber)의 최고 전성기인 2002년에 발매된 명반입니다. 
시를 읊조리는 것 같은 그녀의 보컬은 한마디로 여태까지의 상식을 완전히 무너뜨립니다. 극도로 자제된 멜로디 라인과 함께 특별한 기교도 없고 재즈 보컬의 정수라 할 수 있는 스캣도 구사하지 않습니다. 
이를 두고 ‘시적 재즈’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이 음반의 타이틀이 ‘Verse’인 걸 보면 그리 나쁘지 않은 표현입니다.

5. En Attendant (Marcin Wasilewski Trio, ECM) 
앨범 <En Attendant> (Marcin Wasilewski Trio, ECM)는 2005년에 ECM의 첫 앨범 Trio 이후 발표된 일곱 번째 작품으로 트리오 멤버가 공동으로 작곡한 세 곡과 마르신 바실레프스키가 작곡한 1곡, 칼라 블레이와 도어스의 각 1곡씩,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1곡으로 총 7개의 트랙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En Attendant>라는 앨범 타이틀이 혹 사무엘 베케트의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의 제목 ‘En Attendant Godot’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할 정도로 그들의 다음 작품을 기다릴 수 밖에 없게 만드는 명반입니다.

2021년 마지막 뉴스레터로 인사드립니다. 
미네르바의 부엉이같은 지혜와 호랑이같이 건강한 2022년 새해를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시민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제물포구락부는 늘 여러분과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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