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페이지마다 하늘의 푸르름이 스며든 책만을 좋아합니다. 죽음의 어두움을 이미 경험한 푸름 말이에요. 나의 문장이 미소 짓고 있다면, 바로 이러한 어둠에서 나왔기 때문입니다. 나는 나를 한없이 끌어당기는 우울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며 살아왔습니다.
많은 대가를 치르고 나서야 이 미소를 얻었어요. 당신의 주머니에서 떨어진 금화와 같은 이 하늘의 푸르름을 나는 글을 쓰며 당신에게 돌려드리고 있답니다. 이 장엄한 푸름이 절망의 끝을 알려주며 당신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 거예요. 무슨 말인지 아시겠지요?” – 「서문」 중에서
<환희의 인간>에서 보뱅이 말하는 것은 소소한 일상에서 만나는 작고 투명하며 순수한 아름다움입니다.
그의 글 자체가 온통 만지면 스러질 것 같이 맑고 투명합니다. 그래서 그의 글에는 언제나 섬세한, 맑은, 투명한, 부드러운 등과 같은 형용사 천지입니다. 그러나 그가 서문에서도 밝혔듯이 그토록 사랑하는 이 모든 단어들은 사실 죽음의 어두움을 경험한 푸른 어두움에서 나오며 ‘죽음을 말할 때도 사랑을 이야기하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해야 한다’고 그의 또다른 책 <그리움의 정원>에서 고백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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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책에서는 따뜻함을 벗어나 차가운 순백의 음악만을 위해, 음악과 음악의 고독과의 약속을 위해 캐나다로 떠난 글렌 굴드를 비롯해 파스칼과 저자가 광인이라 칭했던 바흐와 그의 음악을 연주하는 예후디 메뉴인과 다비드 오스트라흐 등 불안 속에서 동면하지 않도록 어떤 면에서는 열렬했던 사람들을 얘기합니다. 아무튼 이 책을 이런 한 조각의 글로 설명하기란 무척 난감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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