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제물포구락부에서 온 편지 Vol.93

개항장의 숨은보석 제물포구락부


그룹사운드 부활의 8대 보컬 정단과 함께한 
제물포구락부 아트콘서트 에피소드 II
지난 12월 16일 제물포구락부 매킨지 홀에서는 그룹사운드 부활의 8대 보컬인 가수 정단이 제물포구락부 아트콘서트의 두 번째 에피소드를 맡아주셨습니다. 

갑작스레 들이닥친 오미크론 상황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청중 한분 모시지 못하고 녹화 작업으로만 진행했습니다만, 뮤지션 정단에겐 120년 유서 깊은 제물포구락부에서의 공연이 전문 녹음 스튜디오에서의 작업 못지않게 긴장된 공연이었다 합니다. 재녹음 작업까지 포함하면 무려 열두 곡을 열창하셨습니다. 

제물포구락부의 뉴스레터 구독자 여러분들께만 미리 보여드리는 "가수 정단의 라이브 공연 무편집 버전"을 아래 링크로 걸어두었습니다. 

애독자 여러분. 늘 감사합니다.
"제물포구락부에서 좀 더 많은 뮤지션들이 관객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2022년에는 활짝 열렸으면 좋겠구요, 인천의 다른 문화재 공간들에서도 뮤지션들에게 그런 기회를 많이 제공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인천은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해변이 있고 낭만이 있으니 이런 곳에서 진짜 공연을 해야죠!!"
-싱어송라이터 정단

제물포구락부의 서재

글쓰기란 넘을 수 없는 벽에 문을 그린 후, 그 문을 여는 것이다 
<환희의 인간> (크리스티앙 보뱅, 1984Books)

프랑스가 사랑하는 시인이자 에세이스트, 크리스티앙 보뱅의 에세이입니다. 
서문을 포함한 열 일곱 편의 이야기들과 사이사이 그의 손으로 직접 쓴 필체로 읽을 수 있는 짧은 조각들로 구성된 책입니다. 

각각의 이야기들 안에는 아름답고 소중한 것들에 대한 깊은 사유와 휴머니티가 담겨 있습니다.

저자 크리스티앙 보뱅(Christian Bobin)은 현재 활발하게 활동중인 프랑스의 대표 시인이자 에세이스트입니다. 

특유의 맑은 문체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고향 부르고뉴 지방의 크뢰조에서 평생 문단과 출판계 등 사교계와는 동떨어진 생활을 하고 있는 고독한 작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나는 페이지마다 하늘의 푸르름이 스며든 책만을 좋아합니다. 죽음의 어두움을 이미 경험한 푸름 말이에요. 나의 문장이 미소 짓고 있다면, 바로 이러한 어둠에서 나왔기 때문입니다. 나는 나를 한없이 끌어당기는 우울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며 살아왔습니다. 

많은 대가를 치르고 나서야 이 미소를 얻었어요. 당신의 주머니에서 떨어진 금화와 같은 이 하늘의 푸르름을 나는 글을 쓰며 당신에게 돌려드리고 있답니다. 이 장엄한 푸름이 절망의 끝을 알려주며 당신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 거예요. 무슨 말인지 아시겠지요?” – 「서문」 중에서 

<환희의 인간>에서 보뱅이 말하는 것은 소소한 일상에서 만나는 작고 투명하며 순수한 아름다움입니다. 

그의 글 자체가 온통 만지면 스러질 것 같이 맑고 투명합니다. 
그래서 그의 글에는 언제나 섬세한, 맑은, 투명한, 부드러운 등과 같은 형용사 천지입니다. 그러나 그가 서문에서도 밝혔듯이 그토록 사랑하는 이 모든 단어들은 사실 죽음의 어두움을 경험한 푸른 어두움에서 나오며 ‘죽음을 말할 때도 사랑을 이야기하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해야 한다’고 그의 또다른 책 <그리움의 정원>에서 고백한 바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따뜻함을 벗어나 차가운 순백의 음악만을 위해, 음악과 음악의 고독과의 약속을 위해 캐나다로 떠난 글렌 굴드를 비롯해 파스칼과 저자가 광인이라 칭했던 바흐와 그의 음악을 연주하는 예후디 메뉴인과 다비드 오스트라흐 등 불안 속에서 동면하지 않도록 어떤 면에서는 열렬했던 사람들을 얘기합니다. 아무튼 이 책을 이런 한 조각의 글로 설명하기란 무척 난감한 일입니다. 

더욱이 책을 다 읽고 덮을 때까지 ‘대체 작가가 말하는 환희의 인간이란 무엇일까?’라는 의문이 가시지 않으니 당황스럽기도 합니다. 
그러나 결국 작고 섬세하고 만지면 곧 부서질 것 같이 약하고 사소한 것들에서 기적과 예술을 발견하는 일, 그리고 사소한 순간이라도 거기에 몰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건 잘 알 것 같습니다.

송학동 역사산책길 아티스트 - 온도
JTBC '풍류대장-힙한 소리꾼들의 전쟁이 오는 21일(화) 대망의 파이널에서 제 1대 풍류대장을 가린다고 합니다. 국악과 대중음악의 크로스오버를 통해 국악의 멋과 맛을 알리며 매회 레전드 무대를 썼던 소리꾼들중 이제 치열한 경연 끝에 억스(AUX), 김준수, 김주리, 온도, 서도밴드, 이상등 여섯팀이 남았다고 하네요.

특별히 저희 제물포구락부에서 온 편지의 애독자 여러분들께, 크로스오버 밴드 - "온도"에 대한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지난 7월1일 인천시민애집 개관기념 콘서트에 함께 참여해준 인연으로 최근 12월17일 공연까지 송학동 역사산책공간에서의 추억을 함께 쌓은 팀입니다. 
송학동의 좋은 기운이 그들에게 전달될 수 있기를 제물포구락부도 함께 응원합니다.


재즈브루잉

만일 자신에게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의 과거로(오직 과거로만) 돌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면 제일 하고 싶은 게 과연 무엇일까요? 영화 <어바웃 타임(About Time, 2013)>은 그 능력을 오직 '사랑'을 위해서만 사용하는 주인공의 이야기입니다. 

타임 슬립(Time slip)이라는 진부한 소재와 유치하고 뻔한 내용이지만 나름 사랑의 본질적인 면을 일깨워 주는 괜찮은 영화입니다. <어바웃 타임>은 OST 역시 유명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은 곡은 에스토니아의 작곡가 아르보 패르트(Arvo Pärt)가 작곡한 'Spiegel Im Spiegel(거울 속 거울)’입니다. 

단순한 리듬과 화성으로 이루어진 미니멀리즘 음악의 대표적인 곡으로 홍상수 감독의 영화 <생활의 발견>에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또 '장 뤽 고다르'의 단편 <시대의 어둠 속에서>에도 수록되었던 곡입니다. 또한 영화 <Gravity>의 트레일러 영상에도 사용되었을 정도로 잘 알려진 곡입니다.

Spiegel Im Spiegel은 1978년에 처음 만들어진 곡이나 1999년 ECM을 통해 앨범 <Alina>가 정식 발매된 이후 아르보 파르트 곡으로는 대중에게 가장 많이 사랑 받는 곡이 되었습니다. 

<Alina>는 Für Alina와 Spiegel Im Spiegel 두 곡을 모두 다섯 가지 버전으로 담았습니다. 작곡자 아르보 패르트는 에스토니아 출신의 현대음악가로 재즈 레이블 ECM의 뉴 시리즈 탄생의 계기가 된 인물로 매우 상징적인 존재입니다. 

레이블 창립자이자 프로듀서 만프레드 아이허가 우연히 운전 중이던 차 안에서 그의 음악을 들은 후 ECM 뉴 시리즈를 시작하겠다고 결심한 겁니다. 

재즈에 머물던 레이블의 영역이 드디어 클래식과 현대음악으로 확장된 계기가 된 것입니다. 아르보 패르트 자신 또한 1984년 ECM 첫 작품인 Tabula Rasa (ECM 1275) 발표 이후 대표적인 현대음악 작곡가로 인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아르보 패르트(Arvo Pärt 1935. 9. 11)
곡명 <거울 속 거울>이 의미하는 것처럼 단순한 멜로디와 리듬이 반복되어 무한한 대칭이 계속되는 듯 선율이 이어집니다. 
그럼에도 매우 단순하게 들립니다. 특이하게도 워낙 조심스럽게 연주되는 탓에 긴장감이 팽배할 것 같지만 오히려 편안하게 들립니다. 설명하기 어려운 신비감이 모든 것을 천천히 침잠하게 합니다. 거울 속 거울이 주는 무한 반복이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라 쥐고 있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을 정도로 편안합니다. 

반복되는 피아노의 아르페지오와 그 위에서 발끝으로 걷는 듯한 첼로와 바이올린의 울림을 듣고 있노라면 요란과 현란, 귀청을 찌르는 고음과 비유, 은유 없는 가사로 범벅된 이 시대의 음악이 오히려 초라하게 느껴질 정도로 서정적인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그속에서 침묵이 느껴집니다. 

상대의 가슴을 찌르는 비수처럼 날카로운 언어가 아니면 의미 없이 허공을 메우는 클리셰가 난무하는 시대입니다. 때로는 바람이 왜 부는지, 왜 돌이 거기에 있는지 굳이 묻고 싶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가득 차서 넘치고 매일매일 익사이팅한 삶보다는 조금 모자라는 성근 삶, 반복되는 단순한 삶이 바로 본질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영화 <어바웃 타임>의 주인공 팀은 영화 말미에서 "이제 나는 시간 여행의 능력을 사용해서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다. 대신 오늘 하루가 인생의 마지막인 것처럼 열심히 살아간다. 순간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아가며 그것이 진짜 삶의 행복이라는 걸 이제야 배웠다"라고 말합니다. Spiegel Im Spiegel이 주는 단조로운 반복이야말로 어쩌면 팀이 말한 것처처럼 가장 단순하고 사소한 일상이 곧 행복이라는 메시지를 주는 듯 합니다.

Leonhard Roczek - Cello Herbert Schuch - Piano Arvo Pärt: Spiegel im Spiegel (1978) Mozart Week Salzburg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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