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제물포구락부에서 온 편지 Vol.87

개항장의 숨은보석 제물포구락부


잊어버리자고 바다 기슭을 
걸어 보던 날이 
하루 
이틀 
사흘 
여름 가고 가을 가고 
조개 줍는 해녀의 무리 사라진 겨울 이 바다에 
잊어버리자고
 바다 기슭을 걸어가는 날이 
하루 
이틀 
사흘

 - 인천이 낳은 서정시인, 조병화의 추억(1949년작)-

11월9일 촬영한 송학동 역사산책길의 11월 정취입니다.

제물포구락부의 서재
작가에게 술은 상상력의 묘약인가, 파멸의 독약인가? 
<작가와 술> (올리비아 랭, 현암사)

스콧 피츠제럴드, 어니스트 헤밍웨이, 테네시 윌리엄스, 존 베리먼, 존 치버, 레이먼드 카버.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문학적 성과를 이루어 낸 미국 현대문학의 거장들이라는 뻔한 대답은 어쩐지 식상합니다. 

조금 의외일지는 모르지만 여기에서 요구하는 대답은 이들 모두 알콜중독자라는 것입니다. 사실 미국 노벨문학상 출신 작가들 중 상당수가(여섯 명 중 네 명) 알콜중독자라고 하니 그리 놀랄 일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술이란 대체 어떤 의미일까요? 이들의 작품에 미친 영향은 얼마나 될까요?

 <작가와 술> (올리비아 랭, 현암사)의 저자 ‘올리비아 랭’ 역시 그 물음에 대한 답변을 찾고 싶었나 봅니다. <작가와 술>은 영국의 작가이자 평론가인 올리비아 랭이 이들 작가들의 삶과 문학의 흔적들을 찾아 여행하며 쓴 기행문이자 비평문입니다. 저자는 우선 이들 알콜중독 작가들에게 관심을 갖게 된 계기를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알코올중독 작가에게 관심을 갖게 된 근원적 배경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자면, 사실 나 자신도 알코올중독 가정에서 자랐다. 나는 여덟 살부터 열한 살까지 알코올의 마수에 휘둘리는 가정환경 속에서 살았고 이 시기의 영향은 이후의 삶에까지 쭉 이어졌다. 
그러다가 열일곱 살 때 테네시 윌리엄스의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를 읽으면서 비로소 내가 자라면서 겪었던 알코올중독과 연관된 행동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하는지에 마음이 쏠렸다. (작가와 술, p 29) 

저자 올리비아 랭의 내밀한 고백처럼 술이 이들 문학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은 이들 알코올중독 작가들에 대한 치밀한 추적을 통해 매력적으로 파헤쳐집니다. 저자는 미국 전역을 다니며 작가와 그들의 평탄치 않았던 삶, 위대한 작품에 적셔진 술의 흔적을 찾아냅니다. 


이 책의 원제는 올리비아 랭이 특별히 좋아했다는 테네시 윌리엄스의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에 나오는 대사에서 인용한 것으로 '에코 스프링으로의 여행 The Trip to Echo Spring'입니다. '에코 스프링'은 미국의 위스키 브랜드이자(버번 위스키) 술을 넣어두는 곳을 말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술을 마시러 가겠다는 의미입니다.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주인공 브릭이 아버지에게 하는 대사인 "I'm taking a trip to Echo Spring"에서 따온 말입니다. 그런만큼 특히 테네시 윌리엄스에 관한 일화와 그의 자취를 품은 장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언급합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저자 올리비아 랭이 테네시 윌리엄스가 오랫동안 머물며 글을 썼던 뉴욕의 브로드웨이에 있는 고급 호텔 엘리제 호텔을 찾으면서 시작합니다. 한번 손에 쥐게 되면 쉽게 놓지 못하는 책입니다. 언급된 작가들의 면면과 무엇보다도 작가와 술이라는 흥미로운 주제 때문이겠지만 더불어 저자 올리비아 랭 자신이 훌륭한 작가라는 점입니다. 
그만큼 읽는 맛이 좋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애초의 의문들… 가령 작가와 술과의 관계, 술이 작품과 작가의 삶에 미친 영향은 어렴풋하게나마 윤곽을 느끼게 되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또다른 의문이 생긴다는 걸 고백할 수밖에 없습니다. 술이 없이도 작가들이 위대한 작품들을 남길 수 있었느냐 하는 물음입니다. 
만약 그랬다면 그 작품들은 어떤 모습으로 읽히게 될까요? 술기운을 빌린 것이 아니었을테니 좀더 명철한 이성으로 쓰인 또 다른 명저가 되었을까요?

스토리 by 제물포구락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천년고찰 전등사와 개항기 각국조계의 유일한 증언자이자 인천시 문화재활용정책 1호인 제물포구락부가 의미있는 한걸음을 함께 내딛었습니다. 12월중 런칭하게될 제물포구락부에서 온 편지 정기구독 프로젝트로 시민 여러분들을 찾아뵙겠습니다.

재즈브루잉

뉴욕의 가을을 상상하게 만드는 시즌송 Autumn in New York
수없이 많은 재즈 연주곡들 중에서도 재즈 뮤지션들의 주요 레퍼토리가 되는 곡들이 있습니다. 이들 두고 재즈 스탠더드라고 일컫습니다. 

딱히 어떤 기준을 가지고 특정한 곡들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어서 시대에 따라, 유행에 따라 목록이 바뀌기도 합니다. Round Midnight(델로니어스 몽크), Stardust(호기 카마이클)처럼 처음부터 재즈 뮤지션들에 의해 지어진 곡들도 있지만 상당수의 곡들은 재즈외 여러 장르로부터 차용되었습니다. 

특히 1920~30년대에 전성기를 누렸던 뉴욕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많은 곡들이 재즈 스탠더드가 되었습니다. 어빙 베를린의 Cheek to Cheek, 거슈윈의 <Porgy and Bess>에 삽입된 Summertime과 The Man I Love, 콜 포터의 Night and Day, 리차드 로저스가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사용했던 에델바이스와 자연스레 쳇 베이커가 연상되는 My Funny Valentine 등의 그런 예입니다. 

성공한 뮤지컬은 곧 영화 제작으로 이어졌고 뮤지컬에서 불리던 곡들 역시 덩달아 히트하게 됩니다. 
특별히 이 시기에 작곡된 명곡들은 ‘Great American Songbook’ 이라 하여 당시 재즈 뮤지션들의 단골 연주곡 즉 재즈 스탠더드가 되었습니다

버논 듀크(Vernon Duke 1903 – 1969) 사진 : sbdralyuk.wordpress.com
러시아 이민자 출신의 브로드웨이 뮤지컬 작곡가 버논 듀크(Vernon Duke)도 당시에 활약한 뮤지컬 작곡가 중 한 명입니다. 그가 만든 곡 중 특히 유명한 것은 1930년에 작곡한 April in Paris입니다. 

이 곡을 듣는 누구든 파리를 연상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유명한 재즈 스탠더드입니다. 그리고는 4년 후 April in Paris처럼 계절과 도시를 상징하는 두 번째 곡 <Autumn in New York>을 작곡합니다. 1934년 늦은 여름, 항구도시인 코네티컷 주 웨스트포트에 머물던 중 뉴욕을 그리워하며 만든 겁니다. 버논 듀크가 직접 쓴 가사는 한적한 시골에서의 휴가를 끝내고 돌아가는 대도시 뉴욕은 소란스러움과 아픔을 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기대감으로 들뜨게 하는 곳이라고 말합니다. 

Autumn in New York은 곧 1934년 발표된 풍자극 <Thumbs Up>에 수록됩니다. Thumbs Up 제작자가 가을의 맨해튼을 찬양하는 노래를 찾는다는 소문을 듣은 버논 듀크 자신이 직접 제안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April in Paris와 같은 인기는 얻지 못합니다. 1934년 12월에 시작된 Thumbs Up이 156회라는 짧은 공연 끝에 이듬해 5월 막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운이 없게도 가을을 노래하는 곡이 정작 가을이 아닌 계절에 불리었으니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13년이 지난 1947년 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가 노래하여 의외의 히트를 기록합니다. 요즘 말로 역주행하게 된 셈입니다. 

빌보드 차트 27위에 오르는가 하면 1952년에는 급기야 빌리 홀리데이와 찰리 파커가 연주하면서 명실상부한 재즈 스탠저드로 굳건한 지위를 얻었습니다. 더불어 New York, New York과 함께 뉴욕을 상징하는 대표곡이 되었습니다. 
이로써 곡명대로 가을의 뉴욕을 상징하는 독보적인 노래가 되었습니다.

영화 Autumn in New York (2000)
이 곡은 특히 2000년에 개봉된 리처드 기어와 위노나 라이더 주연의 영화 <Autumn in New York>의 삽입곡으로도 유명합니다. 

스산한 가을이 배경인 이 영화에서는 재즈가 아닌 가스펠 싱어 이본 워싱턴(Yvonne Washington)이 노래로 들어갔습니다. 수많은 버전의 Autumn In New York 중에서 어느 하나를 꼽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땐 그저 잘 알려진 보컬을 고르는 것이 최고입니다. 빌리 홀리데이, 엘라 피츠제럴드(루이 암스트롱과 듀엣), 사라 본 등 전통적 여성 재즈 보컬 버전을 고르는 것도 그중 한 가지 방법입니다. 

이 세 여성 보컬에 의한 Autumn In New York은 신기하게도 한번도 가보지 않은 뉴욕의 가을을 다양한 모습으로 상상하게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두 번째 가을을 인천에서 맞이합니다. 
훗날 제물포구락부와 자유공원을 어떤 모습으로 기억하게 될까요? 
혹 Autumn In New York이 Autumn In Jemulpo로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을은 언제나 찰나의 순간에 지나간다는 느낌입니다. 
엊그제 내린 비가 제법 차갑게 느껴졌으니 이제 곧 겨울을 기다려야 하는 순서겠지요. 더 늦기전에 제물포구락부 주변의 가을을 담아 두어야겠습니다.

노래 Autumn In New York 
아티스트 Billie Holiday 앨범 Autumn In New York 
작곡가 Vernon Duke YouTube 
라이선스 제공자 BMG Rights Management (Europe) GmbH, UMG, Zebralution(Verve Reissues 대행); 
LatinAutor - PeerMusic, ASCAP, Wise Music Group, UNIAO BRASILEIRA DE EDITORAS DE MUSICA - UBEM, LatinAutor - Warner Chappell, CMRRA, LatinAutorPerf, PEDL 및 음악 권리 단체 6개

Provided to YouTube by Universal Music Group Autumn In New York
 · Ella Fitzgerald · Louis Armstrong Ella And Louis Again ℗ 1957 UMG Recordings, Inc. Released on: 1957-02-25 
Producer: Norman Granz Associated Performer, Piano: Oscar Peterson Associated Performer, Guitar: Herb Ellis 
Associated Performer, Double Bass: Ray Brown Associated Performer, 
Drums: Louie Bellson Composer Lyricist: Vernon Duke Auto-generated by YouTube.

노래 Autumn In New York 아티스트 Sarah Vaughan 
앨범 Autumn In New York 작곡가 Vernon Duke YouTube 
라이선스 제공자 UMG(Verve 대행); CMRRA, LatinAutorPerf, UNIAO BRASILEIRA DE EDITORAS DE MUSICA - UBEM, Wise Music Group,
 LatinAutor - PeerMusic, PEDL, LatinAutor - Warner Chappell, ASCAP 및 음악 권리 단체 6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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