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제물포구락부에서 온 편지 Vol.74

인천은 의미심장한 역사 지대다.


“우리는 반드시 자신만의 정원을 가꾸어야 한다” 라고 프랑스 계몽주의 철학자 볼테르가 말한 것처럼 정원과 철학은 서로 잘 어울립니다. 
17세기 영국의 작가이며 정원사로 알려진 존 에벌린 역시 “정원의 공기와 분위기는 철학적 열정"에 도움이 된다고 했습니다. 장자크 루소는 망명지였던 스위스 알프스 고원의 호수 중간에 있는 생 피에르라는 조그만 섬의 숲과 정원을 거닐며 행한 사유의 상당 부분을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이라는 책에 서술하였습니다.

 볼테르와 루소 훨씬 이전에는 에피쿠로스(Epicurus BC 341~271)가 정원에서 철학적 사유를 한 대표적인 철학자입니다. 쾌락주의 철학의 시조로 알려진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에피쿠로스야 말로 그가 말하는 쾌락이란 흔히 알려진 것처럼 육체적 방탕과 환락이 아니라 '마음이 동요되지 않고 평안한 상태'를 지속하여 평온한 삶을 말합니다. 그리스인들은 이것을 아타락시아(ataraxia)라 불렀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아타락시아를 무엇의 존재가 아닌 부재의 관점에서 얘기할 수 있습니다. 쾌락은 쾌락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 아니라 고통의 부재를 의미한다는 것입니다.

제물포 구락부와 제물포 정원
생전의 에피쿠로스는 방랑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그리스 여기저기를 돌아다녔습니다. 서른다섯이라는 늦은 나이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한 곳에 정착할 수 있었습니다. 아테네의 도시 성벽 외곽에 자리 잡은 그의 거처는 정원으로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이 공간은 나중에 정원을 뜻하는 케포스(Ke-pos)이라는 단순한 이름으로 널리 알려지게 됩니다. <제물포구락부> 주변 역시 온통 숲과 정원이라 할 만한 공간에 둘러 싸인 천혜의 철학적 장소입니다. 뒷편으로 손에 닿을 듯 자유공원 둘레길이 있는가 하면, 길 건너편 시민애집에는 일명 <제물포정원>이라 이름 지은 아담한 정원이 감추어져 있습니다. 

<제물포정원>이 재미있는 건 늘상 새롭게 보인다는 것입니다. 볼 때마다 새롭습니다. 무심히 지나쳤던 풍경이 시시때때로 다르게 보입니다. 정말 신기한 비밀 정원입니다. 

위에서 보는 것과 아래에서 보는 풍경이 완전히 다릅니다. 가만히 서서 보는 것과 천천히 걸으면서 보는 풍경이 다릅니다. 아침에 보는 것과 한낮과 저녁에 보는 것이 다릅니다. 철학은 기본적으로 낯설게 바라보는 정신적인 행위입니다. 사물과 공간을 낯설게 보는 순간이 이루어낸 사유입니다. 혹은 미세한 변화가 그걸 대신할 때도 있습니다. 낯섦과 어색함에서 사유가 번득이며 깊어져 간다는 뜻입니다. 또한 새로운 것에 대한 긴장입니다. 기존의 모든 것들을 의심할 수 있는 에너지이며 세상을 탐구하고픈 욕구이기도 합니다. 

모든 익숙함을 뒤로하고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낯설게 바라볼 때 비로소 새로운 세계와 가치관과 삶이 시작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천천히 걸으며 철학적 사유를 향유할 수 있는 장소중에 <제물포구락부>와 <제물포정원>만한 곳도 드뭅니다. 

새소리를 들으며 나뭇잎에 스치는 바람결을 느낄 수 있는 멋진 곳이기도 합니다. 코로나에 지친 일상이지만 조용한 정원에서 잠시나마 사색과 생각을 깊게 하는 건 어떠신가요? <제물포구락부>와 <제물포정원>은 여러분께 늘 열려있습니다.

재즈브루잉

단 이틀 동안의 세션으로 총 네 장의 앨범을 만들어 냈다면? 
더구나 이 네 장의 앨범이 재즈 역사상 최고의 명반으로 손꼽히고 있다면? 믿기 어렵겠지만 이는 모두 사실이다. 
이른바 황금 퀸텟이라 일컫는 Miles Davis Quintet이 1955년에 이루어낸 재즈 역사상 가장 놀라운 일화다.

Miles Davis (1926. 5. 26 ~ 1991. 9. 28)
일화의 중심에 있는 주인공 마일즈 데이비스(Miles Davis)는 1954년 레이블 블루노트(Blue Note) 에서 두 장의 앨범을 낸다. 곧이어 3년간의 계약으로 프레스티지(Prestige) 레이블로 옮겨와 자신의 5중주단을 이끌게 된다. 

그러던 중 1955년 뉴포트 재즈 페스티벌에 참여하게 되었고 메이저 레이블 콜럼비아 레코드(Columbia Records)의 프로듀서인 조지 아바키언(George Avakian)의 눈에 띄게 된다. 마일즈 데이비스의 연주에 감동한 아바키언은 마일즈가 프리스티지와의 계약이 남아 있었음에도 콜럼비아 레코드와의 계약을 요청하였고 마일즈가 승낙하게 된다. 당시 재즈에 대한 열정과 함께 진보적인 음악을 추구하던 마일즈 데이비스는 프레스티지보다 훨씬 나은 경제적인 대우와 새로운 레코드 시스템을 갖춘 콜럼비아의 제의를 물리칠 수가 없었다. 

콜럼비아로의 이적을 확정했다고는 하나 마일즈 데이비스에게는 기존 소속사인 프레스티지와의 당초 계약이 남아 있었다. 프레스티지와의 계약상 아직 발매하지 못한 엘범은 네 장이었고 이를 이행해야만 콜럼비아에서 새로운 앨범을 낼 수 있었다. 이에 마일스는 1955년 5월 11일과 10월 26일 이틀간의 레코딩을 하게 된다. 

이때 만들어진 앨범들이 바로 이번에 소개하는 마일즈 데이비스 퀸텟의 이른바 “-ing” 시리즈로 발매된 네 장의 앨범이다. '스티밍(Steamin')', '릴랙싱(Relaxin')', '워킹(Workin')', '쿠킹(Cookin')'이 바로 그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1955년 이틀 연속으로 녹음한 분량으로 네 장의 앨범에 수록한 것이 아니라 1955년 5월11일에 한 번 녹음 한 후 5개월의 시간이 지난 뒤 10월 26일 또 한차례의 녹음을 한다. 

보통은 하루에 서너곡을 녹음하는 시스템이었으나 하루에 10곡 이상을 녹음했으니 당시는 물론 지금의 상황에 견주더라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렇게 연주되고 녹음된 24곡을 4장의 앨범에 나눠 발매한 것이다. 
알려진 바로는 전곡이 모두 한 번의 테이크로 녹음되었고 이런 사실 또한 지금까지도 전설처럼 떠도는 신화가 되었다.

이런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당시 퀸텟을 이끌었던 마일즈의 리더십과 그의 연주 기량은 물론이고 여기에 테너 색소폰의 존 콜트레인(John Coltrane), 피아노의 레드 갈란드(Red Garland), 베이스의 폴 챔버스(Paul Chambers), 드럼의 필리 조 존스(Philly Joe Jones)로 구성된 각 멤버들의 기량 또한 최고였다는 반증이다. 

이들 퀸텟의 연주는 1957년 콜럼비아에서 <‘Round About Midnight> 라는 타이틀로 발매된 첫 앨범까지 이어졌고 앨범 <‘Round About Midnight>가 발매될 쯤 알토 연주자 캐논볼 애덜리(Cannonball Adderley)를 포함시킨 섹스텟(Sextet)으로 재편하게 된다. 첫 번째 황금 퀸텟이라고도 불린만큼 최고의 명반만을 남긴 채 전설이 된 것이다. 

수록곡들은 리더 마일즈의 곡 뿐만 아니라 기존의 스탠더드와 디지 길레스피, 셀로니어스 몽크, 소니 롤린스 등의 곡들과 함께 비밥과 하드밥을 망라한 곡들이다. 전체적으로는 마일즈의 뮤트 트럼펫과 존 콜트레인의 열정적인 사운드가 균형을 이루고 있어 재즈 초보자나 재즈 애호가 모두 반드시 들어봐야 할 필청 앨범들이다.


재물포구락부의 서재

<최초의 인간> (알베르 카뮈, 열린책들) 

<최초의 인간>은 부조리와 반항을 얘기한 실존주의(카뮈 자신은 실존주의자가 아니라고 했지만) 작가 알레르 카뮈(Albert Camus)가 쓴 미완의 작품이자 자전적 소설이다. 카뮈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지 3년이 갓 지난 1960년 남프랑스에서 파리로 향하던 중 자동차 사고로 사망한다. 

카뮈가 탔던 자동차로부터 사고의 충격으로 튕겨나간 검은 색 가방 속에는 파리로 출발하기 바로 직전까지 몰두했던 육필 원고가 하나가 들어있었다. 그 미완의 작품이 바로 <최초의 인간>이다. 사고 후 <최초의 인간>의 출간은 여러 이유로 좌절되었고 카뮈 사후 34년이 지난 1994년이 되서야 비로소 출간 될 수 있었다.

 미완성된 채로 남겨진 원고 정리에만 2년 반이 걸렸다고 하니 실제 출간 작업은 훨씬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다면 작품의 제목 ‘최초의 인간’은 누구이며 무슨 의미일까? 이에 대해 번역자 이화영은 번역 후기에서 ‘그러나 그가 찾아낸 것은 아버지의 철저한 부재와 어머니의 침묵뿐이었다. 

그것은 가난과 무지, 기억 상실과 무관심의 세계였다. 예컨대 그것은 무의 세계였다. 이리하여 그는 자신이 텅 비어있는 무의 세계와 마주한 <최초의 인간>임을 발견한다.’고 했고 저자 카뮈 역시 ‘그가 오랜 세월의 어둠을 뚫고 걸어가는 그 망각의 땅에서는 저마다가 다 최초의 인간이었다.’고 했다. 
말하자면 이 세계에 던져진 개개인의 우리, 곧 인간 모두가 최초의 인간이다. “20년을 같이 살고 난 끝에 그 사람은 자기 아내가 제과점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게 된 거야.  그래 아내의 거동을 유심히 살펴본 결과 그녀가 일주일에 여러 번씩 거길 찾아가서 커피 과자를 잔뜩 먹고 나온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네. 사실이야. 아내가 단 것을 싫어하는 줄 알고 있었는데 사실은 커피 과자를 아주 좋아했던 거지” (최초의 인간, 열린책들 p 39) 

묘지에 묻혀있는 아버지의 삶에 관하여 알고 싶어하는 주인공 코르므르에게 ‘말랑은 말한다. 

20년 동안이나 같이 살았음에도 한 인간을 알 수 없는 것이라면 죽은 지 40년이 지난 아버지에 대해 알 수 있는 건 더더욱 없다고. 자신의 아내에 관한 에피소드로 에둘러 말한다. 여기에서 지나치지 못하는 한 가지 의문이 있다. 
말랑의 아내는 대체 왜 20년 동안이나 커피 과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숨겼을까?

카뮈의 문학과 삶을 얘기할 때 실존주의를 빼놓을 수는 없다. 실존주의를 빌어 인간 존재를 말하자면 인간은 단지 호명으로 이 세계에 던져진 피투성(被投性)의 존재다. 

즉 인간이 애초에 이 세상에 존재하는 건 내 의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실존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실존적 삶은 자유로운 만큼 선택과 책임에 대한 불안이 따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구속(물론 자율적 자기 구속이지만)이 필요하다. 

그래서 사르트르는 현실에 관계하며 일종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뜻으로 앙가주망을 실천했고 카뮈는 부조리(不條理)를 직시하고 대응하는 것에 온 전력을 다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현재 실존주의 철학이 비록 시대에 뒤떨어진 한물 간 사유라고 조롱받기도 하나 솔직히 실존주의자들만큼 명료하게 자기 서사를 실제의 삶으로 증명하려고 했던 사람들도 없었다. 

특히 카뮈가 생각하는 이 세계는 온통 부조리로 가득찬 세계다. 카뮈는 이런 부조리한 세계에 대응하는 방식을 반항이라고 불렀다. 가령 ‘시지프의 신화’처럼 바위가 다시 굴러 떨어지는 부조리함을 알면서도 사태를 인정하고 산꼭대기로 밀어 올리는 행위가 바로 실존적 반항이란 뜻이다. 

말랑의 아내가 커피 과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숨긴 이유가 혹 여기에 있는 건 아닐까? 아무에게도(남편에게조차도) 알리지 않고 오로지 혼자만 먹는 것. 완벽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일종의 그녀가 세계에 반항하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어차피 부조리로 가득 차서 돌아가는 세계이니 이 정도의 엉뚱한 사태 정도야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건 그렇고 대체 커피 과자가 얼마나 맛있었기에 20년 동안이나 남편 몰래 혼자만 먹었을까? 하기사 세상에 커피에 곁들이는 과자치고 맛없는 과자가 있을까 싶기는 하다.

인문학 아카데미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인천 시민 여러분들을 위한 힐링캠프. 
제물포구락부 인문학 아카데미가 특별한 스토리텔러를 모시고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2014년 베니스건축비엔날레에서 서울과 평양의 도시와 건축을 비교 전시한 한국관의 공동 큐레이터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으며, 한국도코모모설립추진위원장, 한국 건축역사학회 부회장,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그리고 서울시 도시계획위원으로 활동하신 경기대학교 건축학과 안창모 교수. 

7월 30일과 8월 1일 이틀간 진행되었고 오는 8월 6일,8월 8일 2회 더  흥미진진한 인천 개항 역사의 숨겨진 이야기를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코로나19 방역지침에 의거 현장수강은 다섯분만 사전예약제로 신청가능하며, 유튜브라이브를 통해 생생하게 댁에서 청강하실수도 있습니다. 

수강신청은 제물포구락부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가능합니다. 

신규 업데이트된 강좌
알지만, 잘 모르는 역사적 유물들 Chapter#1
알지만, 잘 모르는 역사적 유물들 Chapter#2
알지만, 잘 모르는 역사적 유물들 Chapter#3
알지만, 잘 모르는 역사적 유물들 Chapter#4
위 영상은 박물관 연구자이신 박찬희 소장의 제물포구락부 인문학아카데미 현장강의를 편집한 버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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