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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물포구락부의 서재<외국어 전파담> (로버트 파우저, 혜화 1117)

리디언스
2021-09-20
조회수 75


외국어는 어디에서 어디로, 누구에게 어떻게 전해졌는가.

<외국어 전파담> (로버트 파우저, 혜화 1117)


한창 일하던 젊은 시절, 당시로서는 흔치 않았던 외국 출장 기회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어학에는 별 재능이 없었던지라 외국 출장은 늘 고역이었습니다. 그래도 고만고만한 영어와 대학때 잠깐 익힌 중국어로 간신히 일을 볼 정도는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한 때였고 지금은 그나마 다 까먹고 남은게 없습니다. 직장을 그만 두고 직업을 바꾸면서 외국어를 사용할 기회가 거의 없어졌으니 당연한 일입니다. 돌이켜 보면 외국어 습득은 늘 관심 밖이었고 높은 산이었으며,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부차적인 것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철학 공부를 본격적으로 파고들 때 쯤 독일어를 공부하고픈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철학의 경우 저와 같은 독학자는 원전으로 읽지 않는 이상 중요한 개념의 이해가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번역의 정오마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실력이었으니 읽으면 읽을수록 더 깊은 미궁에 빠진다는 걸 느꼈습니다. 물론 내 학습능력의 부족함이 더 컸겠지만 우선은 번역 탓으로 돌렸고 곧 원전 해독의 갈급함으로 이어졌습니다. 거기에 독일 문학에 대한 관심도 한 몫을 했습니다. 

무작정 독일어 문법책과 회화책 몇 권을 들여놓고는 끙끙대며 보기 시작했습니다. 예상대로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포기한 뒤 몇 년이 흘렀고 외국어 자체에 흥미를 잃었을 즈음 이 책 <외국어 전파담> (로버트 파우저 Robert Fouser 혜화 1117)을 만났습니다. 3년 전에 그렇게 읽었던 책을 이번에 다시 읽습니다. 다시 읽는다는 건 얼마전에 전면 개정판이 출간되었기 때문입니다.



<외국어 전파담> (로버트 파우저 Robert Fouser 혜화 1117)




2021년 개정판(좌)과 2018년 초판본(우)



<외국어 전파담>은 외국어의 전파 과정으로 역사, 문명, 문화를 얘기하는 책입니다. 때로는 드라마틱한 이야기로, 때로는 관련 학문의 기초 자료로 사용해도 될만큼 전문적인 지식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 책에 담긴 방대한 기록과 자료들은 단순히 외국어 전파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넘어 외국어 전파가 인류 역사와 문명의 변화 과정 자체라는 것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언어는 산맥을 넘고 바다와 강을, 그리고 국경을 넘어 대지와 대기로 흩어지고 섞이고 휩쓸렸습니다. 전쟁 같은 강제적인 방법뿐 아니라 특별한 사건없이 전파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어쨌든 역사가 문명간의 충돌과 화해, 융합, 재탄생 등으로 달려왔듯이 외국어 전파 역시 똑같은 방법으로 조망할 수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강자의 언어는 널리 퍼졌고 약자의 언어는 위축되거나 소멸되었습니다. 한때 문자를 해독한다는 것은 권력을 가진 자만이 가능했습니다. 외국어를 익히는 것 역시 지배층이 아니고는 불가능했습니다. 사용하는 언어와 문자는 아비투스로 각인되어 인간의 사유와 관습을 지배했습니다. 

특히 이번에 나온 <외국어 전파담> 개정판은 여기에 더해 코로나 팬더믹 이후 현재 외국어 전파가 어떤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지, 나아가 외국어 전파의 미래까지 가늠할 수 있는 통찰을 얻는데 도움을 줄 것 같습니다.






미국인인 저자 로버트 파우저는 10대 후반 도쿄에서 머물며 외국어에 관심을 가졌고 스페인어 습득을 위해 멕시코 홈스테이를 했습니다. 일본 리쓰메이칸 대학교를 비롯한 여러곳에서 한국어와 영어를 가르친 놀라운 능력의 소유자이기도 합니다. 한국어는 서울대학교에서 본격적으로 익혔습니다.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 부교수로 임용된 뒤 서울에 살면서 한옥을 짓기도 하고, 도시 재생 활동을 해나가는 등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해 전문가의  식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도 언어 모국인 미국에서 관련 분야의 연구와 에스페란토어, 이탈리아어를 공부하고 있다고 합니다.

저자는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글로 썼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한국어 전문가라 하더라도 이 두터운 책을 한글로 썼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 아닙니까? 이 놀라움은 저자의 또다른 신간 <외국어 학습담>을 읽으면 좀 수그러들까요? 아무튼 <외국어 전파담>은 저자 로버트 파우저의 다른 책들을 집어들게 만드는 마중물 같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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