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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물포구락부의 서재<블루노트 컬렉터를 위한 지침> (오가와 다카오, goat)

리디언스
2021-08-17
조회수 191


<블루노트 컬렉터를 위한 지침> (오가와 다카오, goat)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단편 ‘야우레크’에서 주인공은 외삼촌이 경영하는 시골 채석장 회계과에서 일하고 있는 남자입니다. 남자의 어머니는 자살을 했고, 어머니의 자살은 외삼촌과 관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남자는 채석장에서 일하라는 외삼촌의 제의를 큰 고민 없이 수락합니다. 그러면서 일종의 복수를 꾀하지만 좀처럼 기회를 얻지 못합니다. 오히려 그것은 소심한 남자의 무력감이 이유일지도 모릅니다. 대신 비참한 절망감에 빠지지 않도록 관심을 돌릴 만한 ‘어떤 일’들을 합니다. 예컨대, 금요일엔 책을 한 권 사고 화요일엔 맛있는 음식을 사먹는다던지, 자연과학 공부를 하고, 독백을 하거나 몇 시간 동안 바깥 건물의 창문을 관찰하는 일 따위입니다. 그러다가 급기야 그는 어느새 채석장 사람들을 웃기려고 온갖 궁리를 다 하게 됩니다. 결국 어설픈 코미디언이 되어가는 자신에 대해 자조하는 것으로 소설은 끝이 나고 맙니다. 

한때 저에게는 재즈 음반 컬렉션이 바로 야우레크의 주인공이 절망감에 빠지지 않기 위해 행했던 ‘관심을 돌릴 만한 ‘어떤 일’같은 것이었습니다. 학창시절부터 간간히 모아왔지만 본격적인 수집은 회사원이 된 이후부터였습니다. 얄팍했지만 매월 따박 따박 들어오는 급여가 있었는지라 주저 않고 음반을 사는 일에 써버렸습니다. 미치도록 사 모으고, 틈나는 대로 들었습니다. 오디오 교체에 열을 올리기도 했고, 재즈를 조금이라도 언급하는 음악 잡지란 잡지는 모두 정기구독을 했을 정도입니다. 결혼과 함께 아이들이 생긴 후부터는 정신을 차렸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무튼 과거의 일입니다. 아마도 내 생애에 지금 가지고 있는 앨범의 모든 트랙을 듣는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제 나이를 생각하면 물리적인 시간 자체가 허락되지 않을 것입니다. 과잉이라 불러도 될 만큼 음반이 많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과거 음반 수집에 대한 관성이 남아 있어서 그럴까요? 종종 음반에 대한 욕망이 스멀스멀 올라올 때가 있습니다. 







소개하는 책은 음반 수집에 열을 올릴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책 <블루노트 컬렉터를 위한 지침> (오가와 다카오, goat)입니다. 1939년 창업된 재즈 전문 레이블 <블루노트 Blue Note>의 모든 음반을 수집하여 블루노트의 전설적인 프로듀서이자 창업자인 알프레드 라이언으로부터 컴플리트 컬렉터로 공식 인정받은 ‘오가와 다카오’의 수기입니다. 사실 재즈에 관심없는 이한테는 지극히 따분할지도 모릅니다. 

도쿄에서 나고 자란 이 책의 저자  오가와 다카오는 중학교 2학년 때 스탄 게츠와 질베르트의 앨범(Getz/Gilberto, Verve)을 접하고는 재즈에 빠지게 됩니다. 블루노트의 현장감 있는 사운드에 매력을 느낀 다음엔 블루노트의 음반을 한 장도 빠짐없이 다 모아보자고 다짐합니다. 그리고 이후 그의 수집 열정은 범인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수준을 보여줍니다. 학교와 직장 근처의 단골 레코드샵에서 시작한 음반 구입은 국내와 해외를 넘나들며 무수한 이야기를 만들어 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놀라울 정도로 미시적인 작업으로 담았습니다. 가령 라벨에 프린트된 주소가 뉴욕인지 뉴저지인지, 오리지널 음반이라 할지라도 음반 보관시 손상을 막기 위한 그루브가드가 있는지 없는지(당시 블루노트 음반 제작 공장이 두 군데였기 때문에), 레코드 홈이 깊은지 그렇지 않은지 따위의 골치 아픈 논쟁입니다.


“그런 시절에 야마하의 바겐세일과 만나게 된 것은 Taylor (캔디드)였다. 재킷도 음반도 상태는 나빴다. 그래도 800엔에 살 수 있었다. 그 언저리에 지미 스미스 앳 디 오르간 Vol.2(1514)가 있었다. 이것도 음반에 약간 기스가 있어 그럭저럭 보통인 컨디션으로 1500엔. 이것이 내가 처음 손에 넣은 렉싱턴 음반이었다. 그리고 오리지널반은 아니지만 호레이스 실버 퀸텟의 더 스타일링 오브 실버 The Stylings Of Silver (1562)와 귀티스 풀러 Curtis Fuller Vol.3 (1583)이 1200엔이었다. 이것까지 사려면 수중에 돈이 부족했다. 거기서 호텔까지 쏜살같이 달려가서 부모님께 돈을 빌린 뒤 다시 레코드가게로 돌아온 기억이 난다. 그때 오리지널반에 대해서 알았더라면 좀 더 귀한 레코드를 구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p 52~53)


읽으면서 특히 놀라웠던 건 여태까지 수집한 음반마다의 구입 동기, 장소, 상황, 감정, 심지어는 가격같은 디테일까지도 열거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단순한 기억으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예상했던대로 저자는 일종의 수집을 위한 일기 형식의 기록을 해온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점에서 저자의 수집은 여타 컬렉터들의 작업과는 차원을 달리합니다. 

설령 재즈에 관심없는 독자라 할지라도 목표로 설정한 그 가치를 위해 한 사람이 쉼없이 달려온 과정과 지난한 투쟁의 기록 자체에 박수를 치게 될겁니다. 마치 총탄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살아남은 용사의 생존 기록같은 감동을 받습니다. 재즈 리스닝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고 특히 블루노트 컬렉터들에게는 책 제목대로 ‘블루노트 컬렉터를 위한 지침’으로 이보다 더 완벽한 가이드는 없습니다. 컴플리트 컬렉터의 완벽한 기록인 만큼 다양한 서체를 사용하는 등 만듦새 역시 공을 많이 들인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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