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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물포구락부의 서재<노견 만세> (짐 웨인가튼 & 마이클 윌리암슨, 책공장 더불어)

리디언스
2021-05-23


<노견 만세> (짐 웨인가튼 & 마이클 윌리암슨, 책공장 더불어)






그리스인들은 인간성을 정의하면서 죽음이 핵심이라고 보았습니다. 인간 존재를 일컬어 ‘필멸의 존재’라고 했습니다. 인간만이 개체성(individuality)을 지닌 존재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 말에 따르면 개인은 다른 인간으로 대체할 수 없는 유일한 존재입니다. 개인이 죽는다는 것 자체가 존재의 영속성이 소멸하는 걸 의미합니다. 하지만 여기엔 인간 이외의 존재 즉, 다른 동물의 존재는 그렇지 않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인간이 아닌 동물에게는 유일성이 아예 없으므로 종 전체로 보면 결코 존재의 소멸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조금은 복잡한 철학적 사유와 대화가 필요합니다만 쉽게 동의하기는 어렵습니다. 여태까지의 개인적 경험에 비추어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직접 길렀거나 주변에서 보아왔던 모든 개 이름을 기억합니다. 쫑, 메리, 피스, 마크, 미미, 그리고 몇 해전 떠나보낸 애나와 라운이. 지금 내 곁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강아지 초코. 

나는 이들의 이름을 기억할 뿐만 아니라 이들 각각의 성격, 식성, 습관, 짖는 소리, 걷는 모습 그리고 마지막 모습을 기억합니다. 

어렸을 적 내 최초의 개 ‘쫑’을 잃어버리고 실의에 빠졌을 때 아버지가 ‘메리’를 데리고 오셨습니다. 하지만 쫑을 잃어버린 내 상실감이 완벽히 지워지진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쫑은 쫑이고 메리는 메리니까요. 지금도 가끔 마당의 텅 빈 개집 앞에서 울던 기억을 떠올리곤 합니다. 쫑은 쫑으로서, 메리는 메리로서, 또 피스, 마크, 미미는 각각 그들대로 결코 다른 개체와 대체할 수 없었고 하나하나마다 각기 다른 생애가 있었습니다. 이들한테 개체성이 없었다면 가능한 일이겠습니까? 

<노견 만세> (짐 웨인가튼 &마이클 윌리암슨, 책공장 더불어)는 60여 마리 노견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은 에세이입니다. 

생각해보면 내 곁에 있었던 모든 강아지들은 어느 순간 예외 없이 나보다 먼저 늙어버리고는 훌쩍 떠났습니다. 그들의 생애 마지막 순간들은 대부분 병원을 오가며 힘들어했던 삶이었습니다. 종종 그들의 이름을 불러볼 때가 있지만 그건 참 슬픈 일입니다. 녀석들의 활기찼던 모습뿐만 아니라 마지막 즈음의 힘겨워 하던 모습이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생애 최고의 마지막 나날을 보내는 노견들에게 보내는 찬사'라는 이 책의 부제는 아쉽지만 내 입장에선 그냥 클리셰일 뿐입니다.

 그러나 눈곱이 끼고 침을 흘리고 숨을 헐떡거리며 제대로 걷지를 못해 비척거리는 모습이었을지라도 유대감, 사랑, 헌신 같은 감정은 노견 시절에 더욱 높았던 것만이 분명합니다. 그들은 예외없이 나를 비롯한 가족들에 의지했고 상호 교감은 더욱 높아졌습니다. 

이 책 <노견만세>에 등장하는 개들은 사진을 찍을 당시(2018년 발간) 모두 10살이 넘었다고 합니다. 지금 현재 모두 살아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대부분이 흔히 말하는 무지개 다리를 건넜을 겁니다. 그러나 그들의 존재는 영원할 것입니다. 대체할 수 없는 유일한 ‘개체성’을 지닌 존재로서 말입니다. 나 역시 내 곁에 있었던 쫑 메리, 피스, 마크, 미미, 사랑스런 애나 라운이, 초코를 유일한 ‘존재’로서 기억하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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