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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물포구락부의 서재<사물과 사람 사이> (이일훈, 서해문집)

리디언스
2021-07-05
조회수 132


<사물과 사람 사이> (이일훈, 서해문집)



1998년 12월, 인천시 동구 만석동 달동네에 노출 콘크리트 벽체의 3층짜리 회색 집 한 채가 들어섰습니다. 생계에 바쁜 부모의 돌봄을 받지 못하는 달동네 아이들을 위한 지상 3층, 연면적 45평의 '기찻길 옆 공부방'입니다. 연건평 148㎡(45평) 정도에 불과한 작은 건물이지만 학습실은 물론, 옥상마당과 동네를 조망하는 쌈지마당까지 들어서 최적의 공간 활용을 이룬 건물입니다. 그런데도 공사비는 일반 다세대주택보다도 적었습니다. 당시까지만 해도 달동네의 서민 건축이란 오로지 경제적인 측면만 강조한 나머지 좁은 면적에 최대한의 주거인을 수용할 수 있도록 지은 몰개성적인 주택들만 난무했습니다. 만석동의 '기찻길 옆 공부방'은 그런 달동네 서민 건축에 처음으로 건축가의 철학이 들어간, 현대건축사에 색다른 명작이었습니다.

후일 현대건축사에 독특한 자취를 남기게 되는 이 건물의 설계자는 건축 거장 김중업의 말년 제자이기도 한 이일훈 건축가입니다. 그가 안타깝게도 지난 7월 2일 향년 67세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고인의 건축 철학을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좁은 공간에 기능을 집약한 아파트 같은 공간이 아니라 건물을 가능한 한 잘게 쪼개어 나누고 건물간 이동에 필요한 동선을 최대한 늘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불편하게 살면서 안이 아니라 밖에서 넓직하게 살아야 삶이 풍요롭고 건강해진다는 건축가 이일훈 평생의 건축담론입니다.






이번주 <제물포구락부의 서재>에서 고른 책은 건축가 이일훈이 도시 산책자로서 찍은 글과 사진을 엮은 산문 <사물과 사람 사이> (이일훈, 서해문집)입니다. 사람과 자연을 우선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그의 건축 철학을 실행하듯 도시를 천천히 산책하며 적어내려간 쪽글과 아무렇게나 찍은 듯한 친숙한 사물과 풍경이 담겨 있습니다.

일상에서 늘 만나는 사물과 길, 건물, 사람이 낯설거나 혹은 새롭게 보일 때가 있습니다. 누군가에겐 지겨운 모습일 수가 있으나 다른 누군가에겐 도시 공간이 주는 재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대상들을 작가 이일훈은 늘 카메라를 갖고 다니며 찍었습니다. 그렇게 카메라에 담은 사물에 대해 행여 잊힐까 순간적인 잔상으로 떠오른 생각을 빠르게 적어나갔습니다. 

익숙한 일상에서의 '사물과 사람 사이'도 이렇게 속 이야기가 많은데 하물며 '사람과 사람 사이'는 오죽할까요. 어쩌면 끙끙거리며 앓아야(또는 알아야) 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차라리 말을 않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면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도 '사물과 사람 사이'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야기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손에 들고 다니기 딱 좋을 판형일 뿐만 아니라 150편의 짧은 글들을 모은 책이라서 지루하다는 핑계를 댈 수가 없습니다. 추천할 만한 좋은 책이란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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