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물포구락부 스토리 아카이브

재즈,어번스케치,3D모델링,여행가 그리고 남겨진 이야기.

재즈브루잉재즈 브루잉 - Song For My Father (Horace Silver, Blue Note)

리디언스
2020-09-26
조회수 223

 

Song For My Father (Horace Silver, Blue Note)


한여름의 열기는 이미 오래전에 식었고 풀벌레 소리가 점점 더 요란해 지는 걸 보면 확실히 가을이 오긴 왔나 보다. 

추석 명절이 코앞이지만 코로나 때문에 고향에 다녀오는 것 조차 조심스러워 아쉬운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살짝 기분이 들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맘때가 되면 놓치지 않고 듣는 음반들이 몇 개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애청하는 앨범은 호레이스 실버(Horace Silver)의 'Song for my father’ (Blue Note)다. 호레이스 실버가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아버지를 위해 만든 헌정 앨범이다.











재즈 피아니스트 호레이스 실버(Horace Silver)는 역시 연주자였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10살 무렵부터 색소폰을 불며 음악적 재능을 발휘했다. 전문 연주자로 성장한 이후로는 아트 블레이키, 케니 도햄, 행크 모블리 등과 '재즈 메신저(The Jazz Messengers)'를 결성하여 당시 재즈 씬을 주도했던 비밥과 쿨 재즈의 열기를 뚫고 하드밥(hard bop)의 전성기를 열었던 연주자다.






첫 번째 트랙이자 타이틀 곡 Song for my father의 기본 리듬은 보사노바다. 그러나 대표적인 보사노바 플레이어 스탄 게츠(Stan Getz)의 그것과는 어딘가 모르게 사뭇 다르다. 스탄 게츠의 보사노바는 일관되게 낭랑하고 도시적인 세련미를 풍기고 있다. 반면에 호레이스 실버의 보사노바는 특유의 흥겨움과 더불어 블루지한 톤의 아련함 같은 감성을 동시에 느끼게 해 준다. 이질적인 두 정서가 마치 종이의 앞뒷면처럼 맞닿아 있다.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매력이다. 그래서 호레이스 실버의 재즈를 일컬어 펑키 재즈이면서도 소울 재즈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앨범을 들을 때마다 나는 아버지를 생각하게 되고 거꾸로 아버지가 생각날 때면 이 앨범을 듣는다. 비교적 일찍 세상을 등지셨던 아버지셨기에 재킷 속 노신사의 미소가 가슴에 와 닿는다.

아버지는 평소 무척 과묵하셨고, 동시대를 살았던 대부분의 아버지들처럼 당신을 위한 즐거움은 별로 누리지 못하셨다. 그래도 즐기고 싶어 하셨던 몇 가지는 가지고 계셨는데 그중 하나가 음악이었다. 당시 유행했던 대중음악보다는 클래식과 재즈를 좋아하셨다. 고교 1~2학년 시절 요맘때쯤의 어느 날, 마당의 평상에 앉아 담배가 가득 채워진 파이프에 불을 붙이시고는 가을엔 브람스를 듣거나 아니면 마일즈 데이비스를 들으라고 혼잣말처럼 말씀하셨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호레이스 실버 하면 연상되는 '펑키 재즈'의 뉘앙스가 워낙 강해서일까? 아버지께서 마일즈 데이비스만큼 좋아하셨을 것 같지는 않지만 나는 이 앨범을 집어 들 때마다 매번 아버지의 선하신 모습을 떠올린다. 굵은 시가를 입에 물고 옅은 미소를 짓는 앨범 자켓 속 호레이스 실버의 아버지 모습처럼 나의 아버지도 종종 파이프나 궐련을 입에 무시고는 종종 저런 표정을 지으셨기 때문이다.

철학자 에마뉘엘 레비나스(Emmanuel Levinas)는 타자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만 있다면 절대로 그를 죽이지 못할 것이라 했다. 사람과 사람이 직접 대면하여 나누는 교감의 중요성을 말한 것이다. 레비나스의 말대로라면 명절에 멀리 있는 가족이 모여 조상을 추모하는 일이  말 그대로 단지 조상만을 위해 모이는 것은 아니리라. 서로의 얼굴을 대면하고 안부를 묻고 손을 잡는 일이야말로 무엇보다 살아있는 우리 자신을 위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코로나가 가져온 비극 중 하나는 이른바 비대면(非對面)이라는 생각이 든다. 과연 인간이 서로 얼굴을 접하지 않고 살 수 있을까? 이런 질문들은 어쩌면 인간의 존재에 관한 근본적인 물음이기도 하다. Zoom을 비롯한 각종 영상 통화 기법들이 개발되고 활성화 되고 있다. 하지만 직접 대면해야만 비로소 느껴지는 감정들을 완벽히 대체할 수 있을 때까지는 조금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인간은 언제나 그랬듯 이 난관에 적응하거나 극복할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없앨 수 있는 백신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대면과 비대면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찾을 것이다. 어찌되었든 인간은 서로 연결되어 있어야 하고 운명적으로 모여 살아야 할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것, 이것이 역설적으로 코로나 때문에 직접 얼굴을 맛대지 못하는 현실이 주는 값진 교훈일 수도 있다.  






코로나에 대한 염려에 명절을 앞 둔 몇주전에 미리 성묘를 다녀왔다. 그 날도 버릇처럼 이 앨범을 들었다. 플레이 되자마자 둥둥대는 Song For My Father의 펑키한 리듬에 제 흥에 겨워 흥얼거리기만 하다가 여섯 번째 트랙 Lonely Woman를 듣고 나면 겨우 어머니를 생각한다. 호레이스 실버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홀로 계신 어머니를 위해 만든 곡이다. 상대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곡이지만 그 사연을 알고 난 다음부터는 때마다 챙겨 듣는 곡이 되었다.




 

1 1

연락처


주소:인천광역시 중구 자유공원남로 25

전화번호:032-765-0261

이메일:jemulpoclub@gmail.com

찾아오시는길


#제물포구락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