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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커피채워질 수 없는 욕망, 1파운드의 커피

리디언스
2020-04-03
조회수 192

유럽의 문학사에서 19세기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거장이 등장한 시대다. 소설에 국한한다면 낭만주의 소설로부터 사실주의 소설로 이행된 시대이기도 하다. 사실주의 소설의 특징은 동작과 사물을 바로 내 눈앞에서 보는 듯한 생생하고도 세밀한 묘사에 있다. 하지만 회화가 사진의 등장으로 인해 새로운 길을 모색한 것처럼, 한 시대를 풍미한 사실주의 소설 역시 비슷한 행로를 겪는다. 1895년에 영화가 탄생하면서부터, 모더니즘으로의 도피가 불가피해진 사실주의 소설은 이후 19세기에 누렸던 영화를 더는 누리지 못한다. 하지만 이 시대가 낳은 사실주의 작가들과 작품의 면모는 결코 폄하되거나 평가가 유보될 수는 없다.

귀스타브 플로베르(Gustave Flaubert)는 사실주의 소설의 시대를 활짝 연 대표적인 작가이다. <성 앙투안의 유혹>, <감정교육>, <마담 보바리>등 다양한 작품을 썼으나 대표작은 역시 <마담 보바리>다.

<마담 보바리>의 내용은 비교적 단순하다. 통속소설이라 부를 수도 있을 만큼 당시 시대상이 반영된 작품이다. 평범한 유부녀의 사랑과 욕망, 즉 불륜을 소재로 하고 있다. 불륜을 소재로 한 소설이라면 저 유명한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떠올릴 수 있으나 서사의 진행이나 스케일로만 본다면 <마담 보바리>는 그야말로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자잘한 줄거리다.

시골 농가의 딸 ‘엠마’는 당시로는 비교적 고등 교육기관이었던 수녀원 기숙학교에서 공부한 여자로 다소 무능하고 재미없는 의사 ‘보바리’와 결혼한다. 하지만 엠마에게 결혼 생활이란 그저 따분함만을 줄 뿐이다. 기숙학교에서부터 시작한 독서 경험은 이를 더 부추긴다.

엠마가 읽었던 책들은 주로 파리의 유행을 다룬 잡지와 소설이었다. 거기에 묘사된 화려한 파리 생활은 현실의 무료함 사이에 심각한 괴리를 만들었고 그녀는 점점 더 권태에 빠진다.

그러던 중 엠마는 우연한 기회에 무도회에 참석하게 된다. 상류층이 모이는 화려한 무도회는 엠마의 권태를 일시적이나마 가시게 할 수 있었던 유일한 탈출구였으나 엠마는 심한 우울증을 막지는 못한다. 더욱이 아기를 출산했음에도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한다.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 이사를 하기도 하지만 우울과 권태는 더욱 깊어지기만 한다. 그러다가 만난 노련한 바람둥이 ‘로돌프’와의 불륜과 이별은 그녀에게 발작을 일으키게 할 만큼 충격을 준다. 이제 엠마가 권태로운 현실로부터의 도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또 다른 욕망을 찾는 것밖에는 없다. 결국, 엠마는 젊고 매력적인 애인 ‘레옹’을 만나 두 번째 불륜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레옹의 배신으로 이들의 만남도 곧 끝나고 만다. 연이은 사랑의 실패로 엠마는 경제적인 무절제에 빠지게 되고 이윽고 부부는 파산을 맞게 된다. 자신을 배신한 전 애인 로돌프에게까지 돈을 빌리려 하다가 거절당하자 이를 모욕으로 생각한 엠마는 결국 독극물을 마시고 자살한다. 소설은 이렇게 파국을 맞으며 끝난다.

이야기 초반, 엠마는 자녀를 출산한다. 출산은 어쩌면 엠마에게 욕망과 권태를 극복할 기회일 수도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작가 플로베르는 오히려 이를 엠마의 파국을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다는 암시로 사용한다. 엠마는 도통 자기 아이에게 관심이 없다. 아기를 직접 육아하지 않고 유모에게 맡긴다. 이는 당시 중류층의 일반화된 풍속이다. 엠마의 욕망을 모성애마저도 막지 못한다는 장치가 마련된 것이다.

불륜 상대자인 레옹과 함께 아이를 보러 간 엠마 앞에 유모는 한쪽 팔에는 젖을 물고 있는 아기를 안고 다른 한 손으로는 ‘온 얼굴에 종기투성이인 약골의 불쌍한 아이 하나’를 붙들고 나타난다. 엠마의 아기는 방바닥에 놓은 버드나무 요람에서 자고 있다. 많은 아기를 맡아 기르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유모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어떤 때는 일이 너무 고되서 의자 위에 잠든 채 잠들어 버린답니다. 그러니 하다못해 간 커피 일 파운드만이라도 주시면 좋겠네요. 그거면 한 달은 먹을 수 있을 거예요. 아침에 우유를 타 마시겠어요.” (138p, 민음사)

자신의 아기를 고작 한 번 안아보고 뒤돌아서는 엠마에게 유모는 매달리듯 애원한다. 그녀가 간청하며 요구한 건 다름 아닌 커피다. 돈이나 식품이 아니어서 조금은 의아하나 피로에 절어 있는 유모에게는 커피야말로 가장 절실하게 필요했을 물품이었을 것이다,

커피 일 파운드라면 유모의 말대로 하루에 고작 한두 잔 만들어 먹을 양이다. 소설이 발표된 시대(1857년)의 프랑스엔 이미 커피의 소비가 보편화 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유모의 애원으로 추정컨대 하층민이 마시기엔 여전히 버거운 실정이었다는 걸 보여준다.

중산층인 엠마의 욕망이 무도회라는 공간과 권태를 이기고자 감행하는 불륜이었다면 하층민인 유모에게는 고작 잠을 이기기 위한 일 파운드의 커피가 욕망이다. 하지만 욕망은 채우면 채울수록 인간의 내면을 허전하게 만든다. 유모의 커피가 결코 채워질 수 없는 것처럼 현실을 외면하기 위해 감행하는 엠마의 불륜 역시 결코 완전한 만족을 주지 못한다. 욕망에 대한 질주를 끝내는 건 결국 그녀의 죽음일 수밖에 없다. 욕망을 채우기 위한 기능이 아무리 발달했다 해도 현대 사회가 더욱 병들어가기만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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