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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브루잉재즈 브루잉 - <Gogol> (Chilly Gonzales, Solo piano)

리디언스
2020-08-29
조회수 187

<Gogol> (Chilly Gonzales, Solo piano)


19세기 러시아의 위대한 작가 ‘니콜라이 바실리예비치 고골(Nikolai Vasil’evich Gogol)’의 작품들을 읽다 보면 생각나는 연주자가 있다. 바로 캐나다 출신의 피아니스트 ‘칠리 곤잘레스(Chilly Gonzales)’다. 그가 연주한 곡 중에 특별히 ‘Gogol’이라는 곡이 있기 때문이다.





칠리 곤잘레스는 특이한 이력의 아티스트다. 딱히 재즈에만 국한하지 않는 피아니스트이자 프로듀서이며 영화의 각본, 음악은 물론 주연까지 맡아 열연한다. 그런가 하면 일렉트릭 뮤직에 랩까지 구사하는 토탈 엔터테이너다. 2010년 아이패드 광고음악인 Never Stop으로 대중성까지 확보했다. 범상치 않은 그의 행보는 그의 음악세계를 탐구하는 뮤직 다큐멘터리 영화 ‘닥치고 피아노!’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필립 예디케 감독, 2018 개봉)








하지만 그의 예술성은 피아노 솔로 앨범에 특히나 더욱 빛을 발한다. 그중 가장 주목할 만한 건 그의 첫 번째 앨범 <Gonzales Solo piano>다.  재즈, 클래식, 이지 리스닝, 팝을 넘나드는 곡들이라 딱히 어느 한 장르의 음악이라고 얘기할 수 없는 팔색조와 같은 앨범이다.







모든 트랙이 다 좋으나 베스트 트랙은 단연 첫 번째 트랙 Gogol이다. 솔직히 곡 제목을 Gogol이라 붙인 이유를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러나 들으면 들을수록 작가 고골의 이름에서 차용했을 거라는 확신이 든다. 마치 소설 <코>에서 자신보다 직급이 높은 5급 관리가 되어 잔뜩 허세를 부리는 ‘코발료프’의 코이거나 또 다른 작품 <외투>에서 소중한 외투를 잃고 유령이 되어버린 아카키의 테마곡이라고나 할까? 아니 어쩌면 <광인일기>에서 서서히 미쳐가는 ‘포프리시친’의 주제곡일 수도 있겠다. 연주가 상당히 몽상적이다. 힘들이지 않고 누르는 건반으로부터 나오는 한 음 한 음이 상상을 불러 일으킬 수 밖에 없는 묘한 매력이 있다. 환상의 세계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방황하는 소설 속 주인공들의 우울함을 제대로 투영해 놓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만큼 아스트랄 하다. 나도 모르게 “아. 딱 고골이네” 하면서 무릎을 치게 된다.






생각해 보면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는 시절이다. 현실과 환상은 얼마나 다를까? 아니 정말 다르기만 할까? 코로나 19의 세계속에서는 그냥 현실이 환상이고 환상이 곧 현실일 것만 같다.

연일 발표되는 코로나19 감염자 숫자는 사람들로 하여금 이게 끝이 아니구나 하는 불안을 뛰어 넘게 만들었다. 이제 다시는 코로나 19 이전의 세계로 돌아갈 수 없다는 세간의 이야기가 과장이 아님을 실감한다. 거기에 자신만의 이데올로기로 광기와 이성을 구분하지 못하는 구성원들과 어쩔 수 없이 이웃하여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 오히려 무력감과 허탈감을 낳고 있다.

한여름인데도 기존의 의학적 상식을 비웃듯 코로나 바이러스는 더욱 창궐하고 있다. 더욱이 이제 9월이 되었으니 곧 가을과 겨울이 올것이다. 바이러스가 퍼질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려와 공포만을 가진 것으로는 결코 해결될 수가 없다. 지금부터는 여태까지 겪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엄혹한 생활방식을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른다. 게다가 개인만 잘 한다고 될 일도 아니다. 그야말로 공동체 의식이 발현되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래서인지 현재를 사는 우리와 고골의 환상소설 속 주인공들의 분투는 둘 다 눈물겨워서 별반 다르게 느껴지지 않는다. 우리 모두는 비현실적인 이 시대를 함께 살아내고 있는 동지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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