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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브루잉재즈 브루잉 - <Racconti Mediterranei> (Enrico Pieranunzi, Marc Johnson, Gabriele Mirabassi, EGEA)

리디언스
2020-12-25
조회수 358

<Racconti Mediterranei> (Enrico Pieranunzi, Marc Johnson, Gabriele Mirabassi, EGEA)

 

재즈는 현재 다른 어떤 장르보다 빠르게 진보하고 있다. 유럽 레이블의 약진이 대표적인 현상이다. 1969년 독일에서 창립된 레이블 ECM의 출현으로 가속화된 재즈의 변신은 이제 각 레이블의 고유성에 의거한 스펙트럼으로 진화하고 있는 중이다. 현재 가장 활발하게 신보를 발매하고 있는 ECM, ACT, W&W 등은 공교롭게도 모두 독일 레이블이다. 이밖에 우리에게는 조금 낯설지만 스웨덴, 덴마크, 네덜란드 등 북유럽 지역의 레이블 역시 그들만의 특색을 유지하며 현재진행형으로 유지되는 모습이다. 물론 전통적인 재즈 강국인 프랑스와 이탈리아등의 레이블들 역시 건재하다.

이번에 소개하는 레이블 EGEA는 2000년대 초반 국내에 수입되어 독특한 앨범 자켓 디자인과 소속 아티스트들의 면면으로 인해 국내 재즈 애호가들에게 시선한 충격을 주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이전에 이미 소개되어 이탈리아 재즈의 참신함을 알렸던 레이블인 Cam Jazz와는 또 다른 음악적 색감을 보여주고 있다. 당시 국내엔 미처 알려지지 않은 많은 이태리 연주자들이 대거 소개되면서 현재까지도 적지 않은 매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발군은 아름다운 커버 아트로 유명한 앨범 <Racconti Mediterranei>이다. 당시 소개된 EGEA의 앨범 중에서도 단연 화제였고 현재까지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간판격인 앨범이다.






앨범의 주인공은 이탈리아 출신 피아니스트 엔리코 피에라눈치 (Enrico Pieranunzi)다. 엔리코 피에라눈치는 지금까지 쳇 베이커, 조이 배론, 폴 모션, 리 코니츠 등 여타 쟁쟁한 연주자들과의 협연은 물론이고 솔로, 듀오, 트리오 등 자신이 주도하는 다양한 구성의 앨범을 발표해오고 있다. 특히 그를 설명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빌 에반스의 충실한 계승자’라는 칭호다. 전성기 빌 에반스를 연상케하는 서정적인 피아니즘으로 유명하다. 앨범이 발표된 지 20여년이 흐른 지금 엔리코 피에라눈치를 유러피언 재즈 피아노의 전설이라 부르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아무도 없다. 


엔리코 피에라눈치 (Enrico Pieranunzi)




앨범에 참여한 다른 멤버들 역시 각 분야에서 인정받고 있는 연주자들이다. 베이스의 마크 존슨 (Marc Johnson)은 빌 에반스 트리오의 마지막 베이스 주자였다. 또 브라질의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보컬인 엘리아니 엘리아스 (Eliane Elias)의 남편으로도 유명하다. 본 앨범에는 등장하지 않으나 엔리코 피에라눈치 트리오의 멤버로 활약하고 있는 드럼의 조이 베런과 함께 엔리코 피에라눈치의 수많은 앨범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마크 존슨 (Marc Johnson) 



이 앨범의 가치를 더해주고 있는 클라리넷의 가브리엘 미라바시 (Gabriele Mirabassi)는 우리에게 세계 곳곳의 저항 음악을 서정적인 솔로 피아노로 구현한 앨범 <Avanti> (Sketch)의 피아니스트로 친숙한 지오바니 미라바시 (Giovanni Mirabassi)의 친형이다. 형제는 레이블 EGEA가 위치해있는 이탈리아 페루자 출신이기도 하다.



가브리엘 미라바시 (Gabriele Mirabassi) 



<Racconti Mediterranei>는 드럼이 빠진 대신에 클라리넷이 들어간 독특한 구성이다. 드럼이 제외되고 가브리엘 미라바시의 클라리넷이 들어갔다는 말은 처음부터 클래시컬한 멜로디 위주의 연주를 들려주겠다는 의도이리라. 여기에 마크 존슨의 베이스 역시 시종일관 피치카토와 아르코를 넘나드는 유연한 주법으로 클래식의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일조한다.

 첫 번째 트랙이자 베스트 트랙이라 할만한 ‘The Kingdom (Where Nobody Dies)은 이 앨범의 알파이자 베타이며 오메가다. 그만큼 세 연주자의 모든 예술성을 담고 있다. 플레이 버튼을 누르면 먼저 피아노의 명징한 음 몇 개가 흐르기 시작한다. 거의 동시에 클라리넷이 이어 받더니 잠시 후 베이스의 현이 투명한 물방울처럼 튕겨 오른다. 사실 이 곡의 제목과 부제는 미국의 시인 에드나 세인트 빈센트 밀레이(Edna St. vincent Millay)의 작품 ‘Childhood is the kingdom where nobody dies’에서 가져왔다.



Childhood is the Kingdom Where Nobody Dies - Edna St. vincent Millay


Childhood is not from birth to certain age and a certain age

The child is grown, and puts away childish things.

Childhood is the kingdom where nobody dies. (후략)


어린 시절은 몇 살까지로 정해진 게 아니다. 어떤 나이가 되면

아이는 어린 시절의 것들을 버리게 된다.

어린 시절은 아무도 죽지 않는 왕국과도 같다. (후략)


에드나 세인트 빈센트 밀레이가 말한 것처럼 우리가 살면서 잃어버렸던 어린 시절의 순수한 삶을 생각케 한다. 앨범 자켓의 그림 속 바다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은, 아무도 죽지 않는 아름답고 신비로운 왕국의 풍경도 그려진다. 여튼 매번 들을 때 마다 느끼는 이 신비로움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엔리코 피에라눈치의 피아노와 가브리엘 미라바시의 클라리넷은 말 할 것도 없고 마크 존슨의 베이스 역시 인상적이다. 초반엔 피치카토로, 2분여가 지난 지점부터는 아르코 스타일로 이어지다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피치카토로 돌아간다. 자칫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수도 있는 이 부분이 가슴 깊이 들어온다면 비로소 이 트랙의 진정한 가치를 알게 된 것이다. 아르코 스타일의 1분 30여 초 동안은 마크 존슨의 베이스가 주인공이라 할 만하다.

이 앨범을 듣고 있노라면 스르르 잠이 올 때가 많다. 하지만 지루한 연주를 듣다가 졸게 되는 불쾌한 경험이 아니다. 마치 아무런 근심 걱정없이 순수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경험이다. 잠깐만이라도 복잡한 현실을 벗어나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다면 이 앨범을 듣는 것도 괜찮다. 비록 한 시간 남짓 꿈결 속 여행이지만 말이다.



Provided to YouTube by Pirames International 

Kingdom (feat. Marc Johnson,Gabriele Mirabassi - Where Nobody Dies) · Enrico Pieranunzi Racconti mediterranei 

℗ 2000 Egea Srl under license to Pirames International Srl 

Released on: 2000-01-01 Composer: Enrico Pieranunzi Featuring: Marc Johnson,Gabriele Mirabassi 

Auto-generated by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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