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앨범 Officium (Jan Garbarek & Hilliard Ensemble, ECM)이 발표되었을 때 종교적 신비감으로 가득한 음악적 색채만큼이나 아방가르드 색소포니스트 얀 가바렉(Jan Garbarek)과 그레고리안 성가를 비롯해 중세와 르네상스의 곡들을 전문으로 연주하는 고음악 전문 무반주 남성 4중창단 힐리어드 앙상블(Hilliard Ensemble)의 조합은 엄청난 충격이었습니다.
앨범의 타이틀 Officium은 성무일도(聖務日禱)라는 뜻으로 카톨릭에서 신부와 수녀를 포함한 모든 가톨릭 성직자들의 직무를 뜻합니다. 그렇지만 기도가 성직자의 첫 직무이기 때문에 교회에서 성직자에게 공적으로 지정한 기도서로 아침, 점심, 저녁에 바치는 기도를 의미합니다.
타이틀이 알려주다시피 앨범 Officium은 르네상스 시대의 스페인 작곡가 크리스토발 데 모랄레스의 작품 Parce Mihi Domine로 시작하여 그레고리언 성가와 기욤 뒤페이의 작품 등 중세와 르네상스를 아우르는 선곡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Jan Garbarek (사진: www.giornaledellamusica)
앨범의 주인공 중 하나인 얀 가바렉(Jan Garbarek)은 키스 자렛과의 퀄텟 앨범 <My Song> (1978)에 참여했던 노르웨이의 색소포니스트입니다. 노르웨이 출신답게 북구의 자연을 노래하듯 자연적 공간감이 가득하면서도 차가우리만큼 선명한 사운드를 구사하는 연주자로 유명합니다. 누가 들어도 그의 연주라 알 수 있을 만큼 특별한 아이덴티티를 가진 연주자입니다. 얀 가바렉은 1969년 ECM 레이블의 설립자 만프레드 아이허와 처음 만나 이듬해 1970년 데뷔작 <Afric Pepperbird>를 내놓습니다. 이를 계기로 시작된 ECM과의 관계는 계속 유지되어 현재도 유럽 재즈의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ECM 레이블의 대표 뮤지션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ECM 하면 조금의 과장 없이 얀 가바렉을 떠올릴 정도로 현재의 레이블 ECM을 있게 한 공로자입니다.
또 하나의 주인공 힐리어드 앙상블(The Hilliard Ensemble)은 1974년에 결성된 영국 출신의 고음악 전문 무반주 남성 4중창단입니다. 테너 2명, 바리톤1명, 카운터테너 1명 등 모두 4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르네상스 시대의 영국 작품을 중심으로 세계적으로 뛰어난 연주를 들려주는 팀입니다. 힐리어드란 그룹의 이름은 16세기 엘리자베스 왕조시대의 세밀 화가이자 금 세공사인 니콜라스 힐리어드(Nicolas Hilliard)의 이름을 따왔다고 전해집니다. 유래된 이름처럼 세밀화과 금 세공품을 연상케 하는 연주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Officium은 애초에 얀 가바렉도, 힐리어드 앙상블도 아닌 ECM 창업자이자 프로듀서 맨프레드 아이허의 아이디어로 시작되었다고 알려집니다. 그가 아이슬란드에 머물던 중 라디오에서 어떤 음악을 듣게 되었는데 그 곡이 그가 20년 전 스페인의 세비야 대성당을 방문했을 당시의 감동을 떠올리게 했다고 합니다. 그 곡은 스페인 작곡가 크리스토발 데 모랄레스의 곡이었고 힐리어드 앙상블이 EMI 레이블을 통해 발표한 녹음이었습니다. 듣는 순간 맨프레드 아이어는 북구의 차갑고 웅장한 자연을 연상시키는 얀 가바렉의 색소폰과 스페인 남부의 따뜻함을 담은 힐리어드 앙상블의 협연을 구상했다고 합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곡의 포텐을 놓치지 않고 그의 음악적 영감으로 승화시킨 것을 보면 역시 ECM의 창업자라 할 만합니다.
힐리어드 앙상블이 신에 대한 신성한 제의를 표현하듯 철저하게 악보에 충실한 음악을 하는 반면 얀 가바렉은 자유로운 임프로비제이션을 맘껏 펼치고 있습니다. 당연히 이 앨범의 정체성에 고개를 갸웃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 재즈와 클래식의 경계는 어쩔 수 없이 허물어 지기 마련입니다. 그저 그들이 펼치는 하모니를 음미하며 감동받을 수 밖에는 달리 도리가 없습니다.
앨범의 녹음은 특이하게도 일반 스튜디오나 콘서트홀이 아닌 오스트리아의 알프스 산중에 있는 장크트 게롤트 수도원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색소폰과 남성 중창단의 목소리 그리고 산중 수도원이라는 공간적 조합이 만들어 낸 잔향과 공명은 마치 천상의 소리를 듣고 있는 듯한 신비감 마저 들게 합니다. 러닝타임 내내 받은 신비한 감동은 말과 글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습니다.
특히 첫 번째 트랙 Parce mihi domine(주여 우리를 용서하소서)는 곡 이름대로 비유가 아닌 실존의 행위로서 손이 발이 되도록 빌게 만듭니다. 이런 경우 어떤 존재에게든 상관없습니다. 내가 지은 그 죄가 무엇이건, 실수로 했든 아니든, 설사 특정할 수 없다 하더라도, 나도 모르게 저지른 악행 뿐만 아니라 나 혼자 살겠다고 모른척 했던 여태까지의 모든 침묵까지도 용서해 달라고 말입니다.
아쉽게도 유튜브에서는 30초 분량의 짧은 트레일러 영상만 볼 수 있는 상태입니다. 대신 제물포구락부 1층으로 오셔서 말씀해 주시면 소장하고 있는 앨범 음원으로 전곡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제물포구락부 1층은 120여 년 전 건축 당시 상태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공명과 잔향이 뛰어난 석벽 공간입니다. 앨범 녹음 장소인 수도원의 분위기를 어느 정도 느끼실 수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은 제물포구락부로 오셔서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노래 Parce Mihi Domine
아티스트 Jan Garbarek, The Hilliard Ensemble
앨범 Parce Mihi Domine
YouTube 라이선스 제공자
UMG(ECM New Series 대행); LatinAutorPerf, Public Domain Compositions, Polaris Hub AB, SODRAC 및 음악 권리 단체 13개
색소폰과 고음악 전문 무반주 남성 4중창단이 만들어 내는 천상의 소리
Officium (Jan Garbarek & Hilliard Ensemble, ECM)
1994년 앨범 Officium (Jan Garbarek & Hilliard Ensemble, ECM)이 발표되었을 때 종교적 신비감으로 가득한 음악적 색채만큼이나 아방가르드 색소포니스트 얀 가바렉(Jan Garbarek)과 그레고리안 성가를 비롯해 중세와 르네상스의 곡들을 전문으로 연주하는 고음악 전문 무반주 남성 4중창단 힐리어드 앙상블(Hilliard Ensemble)의 조합은 엄청난 충격이었습니다.
앨범의 타이틀 Officium은 성무일도(聖務日禱)라는 뜻으로 카톨릭에서 신부와 수녀를 포함한 모든 가톨릭 성직자들의 직무를 뜻합니다. 그렇지만 기도가 성직자의 첫 직무이기 때문에 교회에서 성직자에게 공적으로 지정한 기도서로 아침, 점심, 저녁에 바치는 기도를 의미합니다.
타이틀이 알려주다시피 앨범 Officium은 르네상스 시대의 스페인 작곡가 크리스토발 데 모랄레스의 작품 Parce Mihi Domine로 시작하여 그레고리언 성가와 기욤 뒤페이의 작품 등 중세와 르네상스를 아우르는 선곡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Jan Garbarek (사진: www.giornaledellamusica)
앨범의 주인공 중 하나인 얀 가바렉(Jan Garbarek)은 키스 자렛과의 퀄텟 앨범 <My Song> (1978)에 참여했던 노르웨이의 색소포니스트입니다. 노르웨이 출신답게 북구의 자연을 노래하듯 자연적 공간감이 가득하면서도 차가우리만큼 선명한 사운드를 구사하는 연주자로 유명합니다. 누가 들어도 그의 연주라 알 수 있을 만큼 특별한 아이덴티티를 가진 연주자입니다. 얀 가바렉은 1969년 ECM 레이블의 설립자 만프레드 아이허와 처음 만나 이듬해 1970년 데뷔작 <Afric Pepperbird>를 내놓습니다. 이를 계기로 시작된 ECM과의 관계는 계속 유지되어 현재도 유럽 재즈의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ECM 레이블의 대표 뮤지션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ECM 하면 조금의 과장 없이 얀 가바렉을 떠올릴 정도로 현재의 레이블 ECM을 있게 한 공로자입니다.
The Hilliard Ensemble (사진: www.independent.co.uk)
또 하나의 주인공 힐리어드 앙상블(The Hilliard Ensemble)은 1974년에 결성된 영국 출신의 고음악 전문 무반주 남성 4중창단입니다. 테너 2명, 바리톤1명, 카운터테너 1명 등 모두 4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르네상스 시대의 영국 작품을 중심으로 세계적으로 뛰어난 연주를 들려주는 팀입니다. 힐리어드란 그룹의 이름은 16세기 엘리자베스 왕조시대의 세밀 화가이자 금 세공사인 니콜라스 힐리어드(Nicolas Hilliard)의 이름을 따왔다고 전해집니다. 유래된 이름처럼 세밀화과 금 세공품을 연상케 하는 연주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Officium은 애초에 얀 가바렉도, 힐리어드 앙상블도 아닌 ECM 창업자이자 프로듀서 맨프레드 아이허의 아이디어로 시작되었다고 알려집니다. 그가 아이슬란드에 머물던 중 라디오에서 어떤 음악을 듣게 되었는데 그 곡이 그가 20년 전 스페인의 세비야 대성당을 방문했을 당시의 감동을 떠올리게 했다고 합니다. 그 곡은 스페인 작곡가 크리스토발 데 모랄레스의 곡이었고 힐리어드 앙상블이 EMI 레이블을 통해 발표한 녹음이었습니다. 듣는 순간 맨프레드 아이어는 북구의 차갑고 웅장한 자연을 연상시키는 얀 가바렉의 색소폰과 스페인 남부의 따뜻함을 담은 힐리어드 앙상블의 협연을 구상했다고 합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곡의 포텐을 놓치지 않고 그의 음악적 영감으로 승화시킨 것을 보면 역시 ECM의 창업자라 할 만합니다.
힐리어드 앙상블이 신에 대한 신성한 제의를 표현하듯 철저하게 악보에 충실한 음악을 하는 반면 얀 가바렉은 자유로운 임프로비제이션을 맘껏 펼치고 있습니다. 당연히 이 앨범의 정체성에 고개를 갸웃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 재즈와 클래식의 경계는 어쩔 수 없이 허물어 지기 마련입니다. 그저 그들이 펼치는 하모니를 음미하며 감동받을 수 밖에는 달리 도리가 없습니다.
앨범의 녹음은 특이하게도 일반 스튜디오나 콘서트홀이 아닌 오스트리아의 알프스 산중에 있는 장크트 게롤트 수도원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색소폰과 남성 중창단의 목소리 그리고 산중 수도원이라는 공간적 조합이 만들어 낸 잔향과 공명은 마치 천상의 소리를 듣고 있는 듯한 신비감 마저 들게 합니다. 러닝타임 내내 받은 신비한 감동은 말과 글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습니다.
특히 첫 번째 트랙 Parce mihi domine(주여 우리를 용서하소서)는 곡 이름대로 비유가 아닌 실존의 행위로서 손이 발이 되도록 빌게 만듭니다. 이런 경우 어떤 존재에게든 상관없습니다. 내가 지은 그 죄가 무엇이건, 실수로 했든 아니든, 설사 특정할 수 없다 하더라도, 나도 모르게 저지른 악행 뿐만 아니라 나 혼자 살겠다고 모른척 했던 여태까지의 모든 침묵까지도 용서해 달라고 말입니다.
아쉽게도 유튜브에서는 30초 분량의 짧은 트레일러 영상만 볼 수 있는 상태입니다. 대신 제물포구락부 1층으로 오셔서 말씀해 주시면 소장하고 있는 앨범 음원으로 전곡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제물포구락부 1층은 120여 년 전 건축 당시 상태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공명과 잔향이 뛰어난 석벽 공간입니다. 앨범 녹음 장소인 수도원의 분위기를 어느 정도 느끼실 수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은 제물포구락부로 오셔서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노래 Parce Mihi Domine
아티스트 Jan Garbarek, The Hilliard Ensemble
앨범 Parce Mihi Domine
YouTube 라이선스 제공자
UMG(ECM New Series 대행); LatinAutorPerf, Public Domain Compositions, Polaris Hub AB, SODRAC 및 음악 권리 단체 13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