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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물포구락부의 서재<연필> (헨리 페트로스키, 서해문집)

리디언스
2021-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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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에 관한 모든 것

<연필> (헨리 페트로스키, 서해문집)







책상 위에라면 반드시 한 두개씩 굴러 다니는 사소한 물건이 하나 있습니다. 연필입니다. 연필은 값싸고 흔하며 쉽게 구할 수 있고 그다지 중요한 쓰임새도 아닙니다. 아마도 일상에서 주목받지 못한 대표적인 물건이 아닐까 합니다. 그러면서도 연필을 주변에서 내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코에 연필을 가까이 대면 흑연과 나무 냄새가 섞인 익숙한 향이 어린 시절의 회상 속으로 빠지게 만듭니다. 유년 시절의 아버지가 사각사각 연필을 깎아 주시던 모습, 볼펜 껍데기에 끼워 쓰던 몽당연필, 가끔은 혀가 새까맣게 되는 줄도 모르고 연필심에 침을 묻혀가며 썼던 기억도 있습니다. 아마도 질 낮은 흑연을 사용한 싸구려 연필이었을 겁니다. 





가느다란 나무자루속에 어떻게 연필심을 끼울까?  외국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인물들은 왜 노란색 연필만을 사용할까? 필끝에 달려 있는 지우개는 왜 그렇게 질이 안좋을까? 연필을 한창 사용하던 어린 시기에 품었던 의문들입니다.

연필에 관련된 이야기 중에 <월든>의 작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에 얽힌 이야기도 있습니다. 소로가 숲속 오두막으로 들어가기 전 연필 제작업자였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별로 많지 않습니다. 소로는 대학졸업후 얻은 교사직을 단 2주만에 그만두고 가업이던 연필제조업에 참여하게 됩니다. 단순히 연필생산뿐 아니라 연필심 재료인 흑연의 분쇄와 배합 과정을 연구한 연구자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실들 역시 잘 알려져 있지 않았습니다. 그의 책 <월든>에는 연필 제조에 대한 이야기는 단 한 줄도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부드럽게 써지면서도 쉽게 부러지지 않는 연필 생산 기술은 소로가 연필을 생산하고 연구하던 18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하이테크 공법이었습니다. 각 제조사는 자기만의 비법으로 나무를 재단하고 흑연과 점토를 배합하여 심을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연필의 품질은 제조사마다 제각각이었고 소로 역시 더 나은 품질의 연필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자료를 뒤지며 연구했던 겁니다. 

세계적인 공학자 헨리 페트로스키가 쓴 책 <연필> (서해문집)은 16세기 중반에 처음 등장한 이후 수많은 형태와 제조 방법을 거쳐 현재와 같은 형태로 자리잡은 연필에 관한 책입니다. 소로의 이야기를 포함하여 연필의 기원, 제조 공법의 변천 과정, 연필 산업, 학문과 예술에 미친 영향 등 연필의 거의 모든 것을 담았다고 할 만한 책입니다. 

한가지 흠이 있다면 욕심을 과하게 낸 탓인지 내용이 너무나도 방대하고 산만합니다. 대단한 의욕과 끈기 없이는 600여 페이지나 되는 분량을 소화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공학과 인문학 양면을 넘나드는 것도 어떤 기준점이 있어야 하는데 이 책의 경우 워낙 널뛰기가 심하니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책을 덮어버리기 십상입니다. 그렇다고 내용이 어렵다거나 번역상의 문제가 있다는 건 아닙니다. 개인적으로는 단락 정리와 메모를 하며 읽어야만 했다는 걸 말하고 싶습니다. 어쨌든 책을 읽고 나면 어렸을 때 가지고 있던 연필에 관한 의문은 거의 해소될 듯 합니다. 그 이유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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