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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물포구락부의 서재<최초의 인간> (알베르 카뮈, 열린책들)

리디언스
2021-08-03
조회수 119


이 세상에 던져진 인간 모두가 최초의 인간이다.

<최초의 인간> (알베르 카뮈, 열린책들)

 






<최초의 인간>은 부조리와 반항을 얘기한 실존주의(카뮈 자신은 실존주의자가 아니라고 했지만) 작가 알레르 카뮈(Albert Camus)가 쓴 미완의 작품이자 자전적 소설이다. 카뮈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지 3년이 갓 지난 1960년 남프랑스에서 파리로 향하던 중 자동차 사고로 사망한다. 카뮈가 탔던 자동차로부터 사고의 충격으로 튕겨나간 검은 색 가방 속에는 파리로 출발하기 바로 직전까지 몰두했던 육필 원고가 하나가 들어있었다. 그 미완의 작품이 바로 <최초의 인간>이다. 사고 후 <최초의 인간>의 출간은 여러 이유로 좌절되었고 카뮈 사후 34년이 지난 1994년이 되서야 비로소 출간 될 수 있었다. 미완성된 채로 남겨진 원고 정리에만 2년 반이 걸렸다고 하니 실제 출간 작업은 훨씬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다면 작품의 제목 ‘최초의 인간’은 누구이며 무슨 의미일까? 이에 대해 번역자 이화영은 번역 후기에서 ‘그러나 그가 찾아낸 것은 아버지의 철저한 부재와 어머니의 침묵뿐이었다. 그것은 가난과 무지, 기억 상실과 무관심의 세계였다. 예컨대 그것은 무의 세계였다. 이리하여 그는 자신이 텅 비어있는 무의 세계와 마주한 <최초의 인간>임을 발견한다.’고 했고 저자 카뮈 역시 ‘그가 오랜 세월의 어둠을 뚫고 걸어가는 그 망각의 땅에서는 저마다가 다 최초의 인간이었다.’고 했다. 말하자면 이 세계에 던져진 개개인의 우리, 곧 인간 모두가 최초의 인간이다.





“20년을 같이 살고 난 끝에 그 사람은 자기 아내가 제과점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게 된 거야. 그래 아내의 거동을 유심히 살펴본 결과 그녀가 일주일에 여러 번씩 거길 찾아가서 커피 과자를 잔뜩 먹고 나온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네. 사실이야. 아내가 단 것을 싫어하는 줄 알고 있었는데 사실은 커피 과자를 아주 좋아했던 거지” (최초의 인간, 열린책들 p 39)


묘지에 묻혀있는 아버지의 삶에 관하여 알고 싶어하는  주인공 코르므르에게 ‘말랑’은 말한다. 20년 동안이나 같이 살았음에도 한 인간을 알 수 없는 것이라면 죽은 지 40년이 지난 아버지에 대해 알 수 있는 건 더더욱 없다고. 자신의 아내에 관한 에피소드로 에둘러 말한다. 

여기에서 지나치지 못하는 한 가지 의문이 있다. 말랑의 아내는 대체 왜 20년 동안이나 커피 과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숨겼을까?

카뮈의 문학과 삶을 얘기할 때 실존주의를 빼놓을 수는 없다. 실존주의를 빌어 인간 존재를 말하자면 인간은 단지 호명으로 이 세계에 던져진 피투성(被投性)의 존재다. 즉 인간이 애초에 이 세상에 존재하는 건 내 의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실존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실존적 삶은 자유로운 만큼 선택과 책임에 대한 불안이 따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구속(물론 자율적 자기 구속이지만)이 필요하다. 그래서 사르트르는 현실에 관계하며 일종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뜻으로 앙가주망을 실천했고 카뮈는 부조리(不條理)를 직시하고 대응하는 것에 온 전력을 다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현재 실존주의 철학이 비록 시대에 뒤떨어진 한물 간 사유라고 조롱받기도 하나 솔직히 실존주의자들만큼 명료하게 자기 서사를 실제의 삶으로 증명하려고 했던 사람들도 없었다.

특히 카뮈가 생각하는 이 세계는 온통 부조리로 가득찬 세계다. 카뮈는 이런 부조리한 세계에 대응하는 방식을 반항이라고 불렀다. 가령 ‘시지프의 신화’처럼 바위가 다시 굴러 떨어지는 부조리함을 알면서도 사태를 인정하고 산꼭대기로 밀어 올리는 행위가 바로 실존적 반항이란 뜻이다.

말랑의 아내가 커피 과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숨긴 이유가 혹 여기에 있는 건 아닐까? 아무에게도(남편에게조차도) 알리지 않고 오로지 혼자만 먹는 것. 완벽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일종의 그녀가 세계에 반항하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어차피 부조리로 가득 차서 돌아가는 세계이니 이 정도의 엉뚱한 사태 정도야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건 그렇고 대체 커피 과자가 얼마나 맛있었기에 20년 동안이나 남편 몰래 혼자만 먹었을까? 하기사 세상에 커피에 곁들이는 과자치고 맛없는 과자가 있을까 싶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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