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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물포구락부의 서재<가문비나무의 노래> (마틴 슐레스케 지음, 도나타 벤더스 사진, 니케북스)

리디언스
2021-06-13
조회수 152


<가문비나무의 노래> (마틴 슐레스케 지음, 도나타 벤더스 사진, 니케북스)






“고지대에서 빼곡히 자라는 나무들은 바이올린 제작자에게 가히 은총입니다. 이런 곳에 곧추선 가문비나무는 아주 위쪽에만 가지가 나 있습니다. 밑동에서부터 40~50 미터까지는 가지 하나 없이 줄기만 쭉 뻗었지요. 바이올린의 공명판으로 사용하기에 이보다 좋은 나무는 없습니다. 저지대에서 몇 년 만에 서둘러 자란 나무는 2~3백 년 넘는 세월 동안 서서히 자란 가문비나무와 견줄 것이 못 됩니다. 저지대의 온화한 기후 속에서 빨리 큰 나무는 세포벽이 그리 단단하지 않습니다. 이런 나무는 나이테의 폭이 넓고, 늦가을까지 계속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 냅니다. 늦여름과 가을에 만들어지는 부분을 '추재(late wood)'라고 하는데, 추재 비율이 높은 나무는 세포벽이 두껍고 섬유가 짧습니다. 또 줄기 아랫부분까지 가지가 무성하지요. 이런 나무로 바이올린을 만들면 매력적인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울림의 진수가 생기지 않습니다. 하지만 산의 거장들은 다릅니다. 고지대의 가문비나무들은 천천히 자라면서 아래쪽 가지들을 스스로 떨굽니다. 어두운 산중에서 살아남기 위해 위쪽 가지들은 빛을 향해 위로 뻗어 오르고,빛이 닿지 않는 아래쪽 가지들은 떨어져 나가지요. 바이올린을 만들기에 딱 좋은 '가지 없는 목재'가 바로 이렇게 만들어집니다. 수못 한계선 바로 아래의 척박한 환경은 가문비나무가 생존하는 데는고난이지만, 울림에는 축복입니다. 메마른 땅이라는 위기를 통해 나무들이아주 단단해지니까요. 바로 이런 목재가 울림의 소명을 받습니다”. (가문비나무의 노래, p 13)


바이올린, 첼로, 비올라같은 현악기는 거의 르네상스 시대에 등장한 악기들입니다. 스트라디바리우스, 과르네리가 제작한  악기들이 바로 지금으로부터 거의 300년 이상이나 된  그 당시 제작된 악기들입니다. 현대의 최신 공법으로 제작한 악기의 음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이 악기 제작에 사용했던 나무가 바로 가문비나무입니다. 가문비나무는 주로 북부 이탈리아 북쪽, 스위스, 독일, 오스트리아에서 자라는 나무입니다. 재미있는 건  17세기 즈음 유럽대륙의 겨울은 지금보다 훨씬 추웠다고 합니다. 그래서 스트라디바리나 과르네리가 사용했던 가문비나무는 매우 천천히 성장하여 나이테가 촘촘하다고 합니다. 이번에 <제물포구락부의 서재>에서 소개하는 책 <가문비나무의 노래>의 저자 역시 이 점을 당연히 알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가문비나무의 노래>는 바이올린 제작 마스터 마틴 슐레스케가 가문비나무로 바이올린을 제작하며 들려주는 에세이입니다. 저자는 7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배웠으며 독일 국립 바이올린 제작 학교를 졸업한 바이올린 제작자입니다. 

고지대에서 추위와 삭풍을 견디어 바이올린 명기(名器)가 되는 가문비나무를 통해 순간 순간을 충실한 자세로 사는 삶의 당위성을 통찰하게 만들어주는 책입니다. 

마틴 슐레스케의 명상적인 글에 더해 사진작가 도나타 벤더스가 찍은 아름다운 흑백사진들 역시 이 책을 손에 들게 만드는 매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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