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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물포구락부의 서재 <이봐 화내지 마> (두 소설에 언급된 게임의 정체는?)

리디언스
2021-06-07
조회수 47


<제물포구락부의 서재>






책을 읽을 때 아주 사소한 디테일에 집착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소설을 읽을 때 특히 그렇습니다. 문제는 설령 놓치고 읽는다 해도 서사의 구조나 내용 이해에 전혀 영향이 없는 것들이라는 겁니다. 이런 습관 때문에 책읽기가 종종 중단되곤 하니 곤혹스럽기까지 합니다.

예컨대 하인리히 뵐의 <어느 어릿광대의 견해>에 수없이 등장하는 '이봐 화내지 마' 게임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이 바로 그런 종류입니다. 주사위 소리라든가 말을 옮기는 묘사로 봐선 아마도 일종의 보드게임일 겁니다. 



<어느 어릿광대의 견해> (하인리히 뵐, 문학동네)



<어느 어릿광대의 견해> (하인리히 뵐, 문학동네 p133)



나는 그런 엄청난 공허와 비슷한 것을 ‘이봐 화내지 마’ 게임이 서너 시간 지속될 때 느끼곤 한다. 주사위들이 달그락거리는 소리, 말을 옮기는 소리, 말을 둘 때 나는 딱 소리 등 오로지 소음뿐이다. 나는 심지어 체스를 좋아하는 마리를 ,이봐 화내지 마. 게임에 중독시켰다. 그 게임은 우리에게는 마취제와 같았다. 우리는 더러 대여섯 시간동안 연달아 게임을 했다. (어느 어릿광대의 견해, 하인리히 뵐, 문학동네 p133)


체스를 좋아하는 애인조차 이 게임에 중독될 정도였으니 얼마나 재미있는 게임이었는지는 충분히 짐작이 갑니다. 흥미로운 건 W.G. 제발트의 소설 <아우스터리츠>에서도 비슷한 게임이 나온다는 사실입니다. 




<아우스터리츠> (W.G. 제발트, 을유문화사)





<아우스터리츠> (W.G. 제발트, 을유문화사 p261) 


아무런 보상도 없이 이윤 창출을 위해 세워진 공장의 국제 무역 분과나 붕대 제조 공장, 가방 공장, 장신구 제조, 나무 구두창 제조나 소가죽 덧신 생산, 숯 제조 공장, 방앗간, 화내지 말고 모자를 잡아라 같은 보드 게임을 제조하는 일… (아우스터리츠, W.G. 제발트, 을유문화사 p261) 

게토에 갇힌 유대인 수용자들이 강제 노역으로 ‘화내지 말고 모자를 잡아라’라는 게임 도구를 생산했다는 겁니다. 이름이 비슷한 이 두 게임은 동일한 게임 내지는 비슷한 방식의 게임 도구로 <어느 어릿광대의 견해>, <아우스터리츠> 두 소설의 시대적 배경인 대략 2차 세계대전 전후부터 1960년대까지 독일어권에서 꽤 인기 있었던 것 같습니다. 주사위를 던지고 말을 옮기고 무엇보다 ‘화내지 마’라는 말이 들어간 사실로 미루어 볼 때 우리나라에서도 예전에 인기 있었던 ‘뱀과 주사위’같은 방식의 보드 게임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시간날 때 원문을 한번 들여다보는 수밖에 별 도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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