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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브루잉재즈 브루잉 - The Melody At Night, With You (Keith Jarrett, ECM)

리디언스
2021-04-30
조회수 45


<The Melody At Night, With You> (Keith Jarrett, ECM)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의 말을 빌어보면 사람은 혼자 있을 때가 가장 자유롭기 때문에 고독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자유도 사랑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나는 이 말을 고독에 대항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즐기라는 말로 이해한다. 고독의 고통에 대해 단지 견뎌내야 한다는 소극적 대처가 아니라서 더욱 마음이 놓인다.

하루 종일 사람을 만나고 일에 매달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가도 잠깐의 틈이 생기면 스마트폰으로 SNS와 포털 사이트에 접속한다. 그러나 그렇게 접속한 세계는 헛헛한 가슴을 채워주기는 커녕 오히려 또다른 공허에 빠지게 만든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도무지 진정한 의미로서의 혼자만의 시간은 영영 가질 수 없는 존재처럼 보인다.

폴란드 출신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Zigmunt Bauman)은 이런 현상은 ‘고독을 이기는 능력’을 잃었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 했다. 말하자면 우리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형성된, 어쩔 수 없이 겪어야만 하는 ‘비자발적 고독’을 이기기 위해 또 다른 형태의 원하지 않은 고독으로 들어가는 셈이다. 바우만이 말하는 것은 모든 사회적, 개인적 관계에서 벗어나 스스로 사색하는 시간, 즉 ‘자발적 고독’을 만들어 즐기라는 의미리라.

돌이켜보면 우리가 고독속에서 고통을 느끼는 이유는 도저히 나 혼자서는 감내하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 때문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홀로 남겨졌다는 것, 혼자 괴로워해야 한다는 고독감이야말로 젊은 시절의 누구든 한번쯤은 경험할 수밖에 없는, 피할 수 없는 감정 아닌가.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의 말대로라면 어차피 삶이란 작은 고독의 상처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가. 오히려 고독이야말로 내가 즐길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간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일찍 알아채지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고독을 즐긴다는 것은 ‘접속’하지 않고 ‘접촉’하지 않아도 충분히 행복하다는 것이다. 관계의 소홀에 불안해하거나 불편해하지 않는 일이다. 굳이 바꾸지 않아도 될 것을 바꾸지 않고 무관심해도 되는 일에 무관심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감정을 숨기면서까지 과잉으로 친한 척 한다거나 관계하지 않는 것이다. 가까이 있어야 잘 보일 것 같지만 실상 어느 정도 거리를 두어야 더 잘 보이는 것들이 있다. 지금 들고 있는 책의 글자들이 그렇고 남산 타워가 그렇고 사람 관계가 특히 그렇다. 고독을 사랑하는 일은 혼자만의 숲을 갖고 오솔길을 갖는 일이다. 그 길을 홀로 걸으며 자신에 대한 고유성과 소중함을 찾아 사랑하는 일이다. 





Keith Jarrett 





The Melody At Night, With You (Keith Jarrett, ECM)




<The Melody At Night, With You> (Keith Jarrett, ECM)은 키스 자렛(Keith Jarrett)의 수많은 앨범 중에서 특히 자주 듣는 음반이다. 키스 자렛은 언젠가 ‘만성피로증후근’이라는 질병을 얻어 연주를 잠시 중단하고 칩거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크리스마스 날 밤, 자신의 집에서 오로지 아내만을 위한 연주를 녹음했고 이 녹음은 휴식기 이후 세상에 나온 그의 첫 번째 앨범이 되었다. 그간의 화려하면서도 즉흥적이고 때로는 지나칠 만큼 탐미적인 그의 연주 스타일에 비하면 이 앨범은 지극히 소박하다. 세간의 명성을 뒤로 하고 외부와의 접촉을 끊었던 시기에 그는 어쩌면 고독을 즐기고 있었으리라.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연주가 탄생할 수 있으랴. 오로지 사랑하는 아내만을 위해 누르는 피아노의 타건은 담백함 속에서도 결코 서정성을 잃지 않는다.

커피가 밤을 길게 만들었거나 마치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처럼 시간이 천천히 흐를 때 불면이라도 들이닥치면 그야말로 속수무책이다. 그럴 때마다 책 한 권을 들고 이 앨범을 꺼내 조용히 듣곤 한다. 그러면 까짓 불면의 고독쯤이야 이내 깊은 사유로 채워지기 마련이다. 그야말로 나만이 누릴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는 것이다. 내가 고독을 즐기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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