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물포구락부 스토리 아카이브

재즈,어번스케치,3D모델링,여행가 그리고 남겨진 이야기.

읽는커피커피로 읽는 인물 - 에밀 조제프 타케 (Émile Joseph Taquet) 신부

리디언스
2021-04-03
조회수 75


한국 왕벚나무의 아버지

에밀 조제프 타케 (Émile Joseph Taquet) 신부

벚꽃철이 되니 요사이 제물포구락부와 자유공원 주변은 온통 벚꽃이 천지다. 특히 그 중에서도 왕벚나무의 벚꽃은 나무이름처럼 벚꽃 중의 벚꽃이다. 제물포구락부 출입문 앞 왕벚나무는 그 크기를 자랑하듯 가지마다 터트린 꽃이 어찌나 화려한지 나무 앞 벤치에 앉으면 일어설 줄 모르고 바라보게 된다.






제물포구락부 출입구 앞 왕벚나무


벚꽃은 봄의 상징이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벚꽃은 어떤 숙명을 안고 태어난 것이 틀림 없다. 일제가 남긴 잔재의 대표적인 상징으로 통하는 게 벚꽃이다. 그 화려함에 넋을 놓고 탄성을 지르다가도 태평양 전쟁에서 조국을 위해 비장하게 떨어지는 젊은이의 모습을 떠올리기도 한다. 그 모습을 흩날리는 사쿠라에 비견하여 이용한 군국주의 일본의 섬뜩함 때문이다. 그래서 ‘벚꽃’하면 일본이고 ‘일본’하면 ‘사쿠라’를 연상하고 급기야 태평양 한 가운데로 떨어지는 ‘카미카제’ 자살 특공대를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왕벚나무의 원산지가 일본이 아니라면 어떨까? 게다가 원산지가 한국이라면? 완전히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희망이 아니라 엄연한 사실이다. 왕벚나무의 원산지는 다름 아닌 우리나라의 제주도이기 때문이다.  




에밀 조제프 타케 (Émile Joseph Taquet 1873 ~ 1952) 사진 : 위키백과


왕벚나무의 원산지가 제주도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낸 사람은 1898년에 한국에 들어와 50여 년간을 이 땅에서 지냈던 에밀 조제프 타케 (Émile Joseph Taquet)신부다.

1873년 10월 30일 프랑스 북부에서 태어난 에밀 타케 신부는 1892년 파리외방전교회 신학교에 신학교에 입학하여 24세에 사제서품을 받은 후 1898년 1월 제물포항을 통해 한국에 입국하였다. 그해 4월까지 간단히 한국말을 배운 타케 신부는 첫 배속지로 경남으로 파견되었다. 그로부터 선종하기까지 대구 경남지역, 목포와 나주 지역, 제주도에서 선교사와 식물 채집가로 지냈다. 특히 1914년 1차 세계대전시 징집 대상에서도 면제되어 이후 고국 프랑스에는  그는 두 번 다시 프랑스 고향 땅을 밟지 못했다.  모두 1952년 한국에서 선종하기까지 모두 55년을 한국에서만 지냈다. 그가 태어난 프랑스에서의 시간보다 훨씬 긴 기간을 한국을 위해 살았던 셈이다. 심지어 아버지의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하고 동료와 친구들에게 기도를 부탁드릴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천연기념물 159호인 봉개동 왕벚나무 (사진 : 오마이뉴스)


1902년 에밀 타케 신부는 제주도 서귀포 하논본당 제3대 주임신부로 부임한다. 부임하자마자  타케 신부는 서홍동 홍로로 성당을 옮겼는데 이는 한라산 근처이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식물 채집에 나선 타케 신부는 식물 채집으로 유명한 파리외방전교회 포리 신부(1847~1915)를 만난 후 본격적인 식물 채집에 들어갔다. 식물 1만여 점에 이르는 식물을 채집하여 표본화한 타케 신부는 이를 미국 하버드대, 영국 왕립식물원 에든버러, 프랑스 파리 자연사박물관 등에 보내   제주 식물을 전 세계에 알렸다. 그가 채집하여 세계에 알린 대표적인 식물이 바로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제156호로 지정된 왕벚나무다. 1908년 4월 한라산 해발 600미터 지점에서 왕벚나무를 발견했던 것이다. 일반적으로 식물이 유래한 곳을 원산지라고 한다면 원산지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조건은 인위적 조성이 아닌 자생 군락지임을 입증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에밀 타케가 발견한 왕벚나무 자생지는 이러한 조건에 완벽히 부합한다. 이로써 왕벚나무 원산지가 일본이 아닌 제주도임을 세계에 알리게 된 것이다. 참고로 현재까지 일본에서는 왕벚나무의 자생지가 발견 된 바가 없다고 한다.



온주 밀감 (사진 : 제주도민일보)


한편 타케 신부가 1911년 왕벚나무를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던 있는 식물학자 신부에게 보내고 답례로 받은 14그루의 온주 밀감 14그루는 제주도 감귤 산업의 기반이 되기도 하였다.





제주 구상나무 (사진 : 제주미디어)


또 세계적으로 멸종 위기에 있는 일면 크리스마스 트리 나무로 불리는 구상나무 자생지 역시 1907년 한라산 해발 1400미터에서 타케 신부가 최초로 발견한 것이다.

한때 창경궁의 벚꽃도 그렇거니와 언젠가 군항 진해의 벚꽃과 서울 여의도 윤중로의 벚꽃을 베어버리자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다. 그런저런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왕벚나무와 꽃을 일본의 국목과 국화로 오해하고 잠깐이나마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집단을 위하여 바치는 개인의 죽음을 아름다운 꽃으로 비유한 군국주의 일본에 죄를 물어야지 벚꽃과 나무가 무슨 잘못이 있으랴. 

다행히도 에밀 타케 신부의 왕벚나무 자생지 발견으로 창경궁과 윤중로의 벚꽃도, 진해의 벚꽃도, 또 개항기 시절 만국공원으로 조성되었던 자유공원의 벚꽃도 조금은 달리 보여질 수 있는 여지가 생기지 않았을까 한다. 이유야 어쨌든 아무 죄 없는 제물포구락부 주변 왕벚나무 꽃들은 지난 주말 비를 이겨냈다. 잠깐의 봄이 아깝다는 듯 소리없는 아우성을 치며 만발하고 있다.



2 0

연락처


주소:인천광역시 중구 자유공원남로 25

전화번호:032-765-0261

이메일:jemulpoclub@gmail.com

찾아오시는길


#제물포구락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