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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커피커피로 읽는 인물 - 세실 쿠퍼 (Cecil Cooper)

리디언스
2021-02-01
조회수 215

한국 근현대사의 산 증인 

대한성공회 주교 세실 쿠퍼 (Cecil Cooper) 

서울 덕수궁 대한문을 바라보고 우측 돌담길을 따라 걸으면 돌담을 끼고 작은 골목이 나타난다. 골목 입구에 제일 먼저 서울도시건축관이 보이고 곧이어 로마네스크 양식의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을 볼 수 있다. 1890년 건축된 영국대사관을 보려면 조금 더 올라가야 하는데 자칫 대성당의 모습에 압도되어 지나치곤 하는 중요한 곳이 있다. 바로 ‘세실극장’이다.  



세실극장



1976년 대한성공회성당 별관으로 사용하고 있던 이 건물에 처음 개관한 세실극장은 1980년대 대학로 연극 문화를 있게 한 ‘한국 연극의 1번지’라 일컫는 곳이다. 또한 1979년에는 건물 지하에 1987년 6월 민주항쟁 당시 단골 기자회견 장소였던 ‘세실레스토랑’이 문을 연다.

20세기 한국 건축을 대표하는 건축가 김중업이 설계한 세실극장은 1976년 320석 소극장으로 개관했다. 당시 서울 도심에는 연극을 공연할 수 있는 이렇다 할 소극장이 없었던 시기여서 웬만한 극단들은 모두 대관을 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숱한 명배우들이 이곳에서 이름을 얻었고 한국 몇년 뒤 개관한 삼일로 창고극장과 더불어 한국 연극의 성지라 부를만 하다. 하지만 90년대에는 김광석 등의 역량있는 가수들의 콘서트 장소로, 2000년대엔 뮤지컬 '난타'의 인기로 인파가 그럭저럭 운영에 어려움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연극과 여타 공연의 중심지로 대학로가 본격적으로 떠오르면서 운영에 어려움을 겪다 문을 닫았다가 다행히 2018년부터 서울연극협회에 의해 위탁운영되고 있다. 

이 세실극장과 세실레스토랑의 ‘세실’이라는 이름은 1931년 부임해 23년간 성공회 교구장을 맡았던 세실 쿠퍼(Cecil Cooper) 주교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전해진다. 




세실 쿠퍼(Alfred Cecil Cooper) 




이름의 주인공 세실 쿠퍼(Alfred Cecil Cooper)는 영국에서 태어나 케임브리지 대학을 졸업하고 1907년에  사제서품을 받았다. 1908년 대한성공회의 선교사로 우리나라에 온지 23년만인 1931년 주교로 서품되어 대한성공회 제4대 주교가 되었다. 주교 부임 후 교세 확장에 힘을 기울인 결과 1930년대 후반에 신자 만명에 이르는 부흥을 이루어내었다. 하지만 1939년 세계 성공회 공동체의 상징적인 수장이자 영국 성공회를 대표하는 캔터베리 대주교인 윌리엄 랭(William C. G. Lang)이 일본의 중국침략을 강하게 비판하자 한국에 파견된 선교사들이 수난을 받기 시작한다. 세실주교 일행 역시 제2차 세계대전의 발발로 영일동맹이 깨짐으로서 1941년 1월 한국에서 추방당할 수밖에 없었다. 해방 후 1946년 4월 한국으로 돌아와서 활동 중 1950년 7월 북한군에 체포되었다. 외국인 포로수용소에서 고생하다가  이른바 ‘죽음의 행진’이라 부르는 포로 이송의 고난을 이겨내고 전쟁포로의 신분으로  모스크바에서 풀려나 1953년 영국으로 귀환하였다. 그해 11월 대한성공회에 다시 복귀하였다가 1954년 주교직을 사임하고 1955년 마지막 미사와 함께 한국을 떠났다.




올드 코리아 초판본




한편 같은 영국 출신으로 1919년, 1921년에 각각 한국을 방문하여 작품을 남긴  화가 엘리자베스 키스가 1946년 출간한 <Old Korea: The Land of Morning Calm> 에는 세실 주교의 추천사가 실려있다. 추천사에서 그는 3.1 만세운동으로 인한 한국인의 고통을 아파하면서도 독립의 염원과 국민적 열망을 강화하게 된 역사적인 사건으로 기록하고 있다. 

또한 전략적 중심지로서 한국의 독립은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역설하고 있다. 일본의 폭압적인 식민지 정책이 있었음에도 일본이나 중국과는 다른 특유의 개성과 문화를 연면히 유지하고 있으며 한국인의 참된 기상을 생생하게 보여준다고도 했다. 한마디로 한국 근현대사를 직접 몸으로로 체험했던 산 증인으로서 생생히 기억될 만한 분이다.

세실극장은 현재 2013년에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지정되어 있고 옥상 공간은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개방되어 있는 등 여러 과정을 통하여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나 그와 달리 세실레스토랑의 이름은 다시 들을 수 없다. 2008년 아예 문을 닫았고 현재는 회의를 겸할 수 있는 모식당으로 이름마저 바뀌었기 때문이다. 1979년 문을 연 이래 30년간 수많은 문화계 인사들의 단골 만남 장소였고 특히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과정을 지근거리에서 고스란히 지켜보았을 역사적인 공간이 영영 사라지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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