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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브루잉재즈는 그냥 느끼는 것이다

리디언스
2020-08-01
조회수 176



“재즈를 지적인 틀로 분석하는 건 곤혹스럽다. 재즈는 그냥 느끼는 것이다.

 

재즈의 시인이라 일컬어지는 피아니스트 빌 에반스(Bill Evans)가 한 말이다. 재즈의 성격을 이렇게 명쾌하게 설명하기도 쉽지 않다. 재즈를 연주하거나 감상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다양한 개성을 수용하는 작업이다.  

흔히 재즈를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막상 무엇을, 어떻게 들어야 할지 난감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장르의 다양성으로 인해 어렵고 복잡한 음악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재즈는 19세기 말 서아프리카 출신 흑인들에게서 기원된 노동요와 탄생된 블루스, 흑인영가 등을 기반으로 20세기 초 미국 남부 지역에서 탄생한 음악이다.

일찍이 아메리카 대륙에 정착하게 된 아프리카 출신 흑인 노예들은 그들이 처했던 혹독한 노동의 고통을 견디기 위해 선창과 후창, 합창으로 이루어진 블루스 형식의 노동요를 자연스럽게 불러왔고 이 노동요는 래그타임, 클래식, 블랙 가스펠 등과 같은 타 음악적 요소들과 결합하면서 뉴올리언즈를 중심으로 점차 재즈로서의 일정한 틀을 갖추게 된다.

이후 뉴올리언스에서 벗어나 대도시 시카고와 뉴욕 등지에서 만개한 재즈는 대공황 때 잠시 주춤했으나 1930년대 중반 이후부터 경제 호황의 기대와 함께 대규모 인원과 다양한 종류의 악기로 구성된 '빅밴드(Big Band)'에 의해 '스윙(Swing) 재즈'로 화려하게 부활한다. 비로소 흑인뿐만 아니라 여타 일반 대중 모두가 재즈에 관심을 가지고 즐기게 된 것이다. 이 시기만큼 재즈가 대중음악으로서의 찬란한 지위를 누리던 때는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었다.

그러나 비록 대중적인 음악으로 발전하고 인기를 구가했을지는 모르나 정작 연주자들 스스로는 빅밴드 내에서의 획일적인 연주에 싫증을 내기 시작했고, 점차 대중들만을 위해 연주하는 자신들의 처지를 비관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흑인으로서의, 음악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갈구하던 소수의 의식 있는 연주자들은 공식적인 모든 일정이 끝난 늦은 시각에 따로 모여 그들만의 연주를 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을 통해 탄생한 것이 바로 '비밥(Bebop)'이다. 애초에 비밥 재즈는 술 취한 청중보다는 연주자 자신들을 위하여 탄생한 재즈의 형태이기에 오히려 대중들의 외면을 받기 시작한다. ‘재즈는 어렵고 복잡한 음악’이라고 인식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이로 인해 재즈는 다시 대중들을 불러오기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게 되는데 바로 좀 더 온화하고 대중 친화적인 연주 스타일인 '쿨(Cool) 재즈'다. 특히 재즈의 역사에서는 쿨 재즈가 탄생한 40년대 후반부터 모던재즈 시대라 일컫는다. 'Cool'이라는 단어에서 연상할 수 있듯이 어딘가 모르게 냉철한 차가움과 지성이 느껴진다. 재즈가 한층 더 세련되어지고 다듬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재즈가 가진 도회적인 분위기와 정서, 클래식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고급문화라는 지위를 얻게 된 원천이 바로 쿨 재즈로부터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지나치게 차분한 쿨 재즈에 대한 반발심과 재즈의 정신 즉, 자유롭고도 열정적인 즉흥 연주로 돌아가자는 일종의 반성과도 같은 공감대가 생겨난다. 그로 인해 탄생한 것이 바로 '하드밥(Hard Bop)'이다. 굳이 말하자면 비밥을 직접 계승하여 백인 연주자 위주의 쿨 재즈로부터 뜨거운 열정의 흑인 정신으로 회귀하는 재즈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비밥이 가지고 있던 복잡한 코드 진행이나 듣기에 따라서는 부담스러울 정도의 즉흥적인 연주에서 살짝 벗어나 감상의 즐거움까지 추구하게 된다.

하드밥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연주자와 청중이 동시에 만족하는 재즈가 탄생한 것이다. 이후에도 재즈는 브라질의 삼바와 쿨 재즈가 결합한 보사노바(Bossa Nova), 1960년대 흑인 인권 운동과 반전 운동 등의 사회적 혼란기에 탄생한 프리 재즈(Free Jazz)와 퓨전 재즈(Fusion Jazz)등으로 변신을 거듭한다. 급기야 80년대 이후 재즈에 힙합이 결합하여 완성된 애시드 재즈(Acid Jazz)를 비롯한 아방가르드 성향의 재즈와 ECM을 비롯한 주요 유럽 레이블의 주도하에 현대음악과의 경계마저 모호한 지경까지 이르렀다.

재즈는 1900년대 초반 이후부터 현재까지 단 한순간도 정체된 적 없이 시대의 변혁과 함께하며 당대의 음악적 요소들을 흡수 병합하면서 이어지고 있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재즈는 결코 특별한 계층만이 즐기는 음악이 아니라는 점이다. 재즈의 탄생 자체가 흑인 노예들의 거친 노동요에서 비롯되었고 대공황과 전쟁, 반전과 인권 운동, 냉전과 화해 시대를 거치면서 철저히 일반 대중들과 함께 호흡했기 때문이다. 과하게 논리적이거나 지적인 것을 표방하지 않으면서 인간의 역사와 삶 자체가 녹아 있는 음악이 바로 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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