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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브루잉재즈 브루잉 - Chico & Rita (Calle54 Records, 2010)

리디언스
2020-07-25
조회수 289

Chico & Rita (Calle54 Records, 2010)


쿠바에는 품질 좋은 커피처럼 그 가치에 비해 대중에게 덜 알려진 것이 있다. 바로 아프로 쿠반 재즈다. 아프로 쿠반 재즈는 명칭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아프리카 출신 흑인들의 토속 음악과 재즈가 합쳐져 탄생한 독특한 리듬의 음악이다. 소개하는 음반은 쿠바 재즈가 가득한 애니메이션 'Chico & Rita'의 OST 앨범이다. 다소 선정적이라고 느낄만한 장면들이 들어 있다며 성인 애니메이션으로 분류되는 점이 실소를 일으키나 순수하게 음악만으로 평가한다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영화다. 특히 재즈의 황금기인 1940년대부터 1950년대 초를 배경으로 미국과 쿠바의 재즈를 감상하고 이해하기에 이만한 OST는 없다.




영화는 1948년 쿠바 아바나의 어느 클럽에서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치코가 '베사메 무초'(이 앨범의 3번 트랙)를 부르고 있는 여주인공 리타를 만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된다. 치코와 리타는 불꽃같은 사랑을 하게 된다. 그러나 둘은 야망과 욕망, 질투가 불러온 오해와 갈등으로 이별과 재회를 반복하다가 리타가 뉴욕으로 떠나게 되면서 헤어진다. 리타를 잊지 못하는 치코 또한 뉴욕으로 건너가 다행히 둘의 사랑은 이어진다. 그러나 리타의 상업적인 가치를 놓치지 않으려는 매니저의 농간으로 치코는 마약 소지 혐의를 받고 쿠바로 추방당한다. 이후 쿠바 혁명이 일어나면서 두 사람은 더 이상 만나지 못하게 된다.





스토리를 짧은 지면에 다 소개할 수 없어 아쉬우나 영화는 줄곧 사랑과 이별 그리고 어쩔 수 없는 운명과 만남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내고 있다. 언뜻 빔 벤더스의 다큐멘터리 영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이 떠오른다. 그러나 둘 다 쿠바 재즈를 담은 영화라는 공통점이 있을 뿐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이 다분히 쿠바의 음악을 담담히 조명하고 있는 다큐멘터리라면 치코와 리타는 한편의 로맨틱한 드라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음악만으로도 취할 수 있다. 삼바, 보사노바, 맘보, 차차차 등 라틴 음악은 물론 비밥을 비롯한 정통 재즈 또한 풍성하다. 거기에 냇 킹 콜, 벤 웹스터, 디지 길레스피, 찰리 파커 등의 모습도 볼 수 있다. 물론 이들의 연주는 수준 높은 현역 연주자들이 대신해 주고 있다. 냇 킹 콜의 동생 프레디 콜, 베보 발데스의 아들 추초 발데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드러머로 유명한 아마디토 발데스와 그의 딸 이다니아 발데스 등이 그들이다.

특히 치코가 연주한 곡들은 모두 '베보 발데스(Bebo Valdes)'가 연주했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서 베보에게 이 영화를 바친다는 자막을 읽을 수 있듯이 쿠바의 전설적인 베보 발데스의 삶을 영화화 한 측면도 있다. 쿠바의 재즈 연주자들은 영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을 통해 알려진 것처럼 여러 사정에 의해 수십 년의 공백기를 갖는다. 베보 발데스 역시 1994년 컴백할 때까지 무려 34년의 긴 공백기를 가졌다. 그러나 이후에 그래미상을 두 번이나 받을 정도의 천부적인 자질을 지닌 천재 피아니스트로 평가되고 있다.




영화의 스토리는 단순하다. 그러나 이 단순함이 수준 높은 음악 영화인 치코와 리타의 가치를 결코 떨어뜨리지 않는다. 사랑이 원래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사랑은 복잡하게 생각하면 할수록 얽히고설킨 실타래 마냥 점점 더 풀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더욱이 사랑은 뜨겁다. 그 뜨거움을 무작정 혼자 안고 있을 수는 없다. 너무 뜨거워서 자칫 데이기 십상이다. 둘 사이에서 어떻게 주고받느냐에 따라 상처를 받을 수도, 줄 수도, 혹은 아무도 다치지 않을 수도 있다. 운명에 끌리듯 두 사람의 사랑은 당겨졌다 풀어졌다가 때로는 끊어졌다가도 다시 이어진다.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또다시 재회. 이러한 과정에서 생겨난 간격들을 재즈가 완벽하게 메워주고 있다.

장마가 얼추 끝나가고 있으니 이제부턴 연일 폭염의 뜨겁고 습한 열기에 지칠 일만 남았다. 이럴 때 쿠바로 떠나지는 못할지언정 아바나의 해변에 몰아치는 파도를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잠깐이나마 낭만과 로맨스를 꿈꾸는 건 어떤가. 여기에 체 게바라의 혁명과 헤밍웨이의 문학이 더해지고, 커피와 함께 Chico & Rita의 재즈 리듬이 함께 한다면 아마도 덥고 지치는 여름이 조금은 낭만적으로 다가올 지도 모른다.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는 전향적인 자세와 긍정의 마인드가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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