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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커피감자 먹는 사람들 (빈센트 반 고흐, 1885)

리디언스
2020-05-01
조회수 235

<감자 먹는 사람들>은 1885년 고향 누에넨으로 돌아온 고흐가 농촌 풍경과 농부의 모습을 진솔하게 그리려고 마음먹었던 시기에 그린 작품이다. 어느 날 이웃 농부의 집을 방문한 고흐는 고된 노동을 끝내고 감자를 먹는 가족의 모습을 보게 된다. 이후 각각의 가족 얼굴을 수십 번씩 스케치를 하며 준비했을 정도로 공을 들인 작품이다. 비록 작품 발표 당시의 평단 반응은 형편없었지만 고흐 자신은 이 작품에 대해 너무나도 만족한 나머지 그의 동생 테오에게 보내는 편지에 이렇게 썼을 정도다.

“작은 등불 아래서 접시에 담긴 감자를 손으로 먹는 이 사람들을 그리며 나는 그들이 마치 땅을 파는 사람들처럼 보이도록,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내려고 애썼단다. 이 사람들이 먹고 있는 건 자신들이 노동을 통해 정직하게 번 것임을 말하고 싶었지”

<감자 먹는 사람들>은 그리 밝지 않은 램프 아래에서 다섯 명의 식구가 낡고 허름한 식탁에 둘러 앉아 감자를 먹는 장면이다. 램프가 어두운 만큼 식사를 하는 방 안은 온통 짙은 어둠이 드리워져 있다. 인물들 모두 거친 노동으로 투박해진 얼굴들이지만 감자를 먹으며 대화를 나누는 표정엔 테오에게 쓴 고흐의 편지대로 ‘노동의 정직함과 진실함’이 가득 차 있다. 비록 어둡고 좁은 식탁에서 자신들이 직접 일구고 수확한 감자를 쪄 내어 먹고 있지만 하루의 고단한 일과를 끝냈다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감자먹는 사람들 The Potato Eaters (반고흐미술관, 암스테르담)

작품에는 나이가 지긋한 부부, 그들 보다 젊어보이는 또 한쌍의 부부, 그리고 딸로 보이는 젊은 여자의 뒷모습이 보인다. 여자들은 모두 수건을, 남자들은 낡은 모자를 썼다. 하루종일 들판에서 일하던 그대로의 옷차림이다. 식탁 위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감자 몇 덩이만 있을 뿐 저녁 식탁 치고는 너무나도 소박한 모습이다. 이 작품에서 또 한가지 눈여겨 볼 것은 투박한 여인의 손에 들려있는 어두운 갈색의 주전자다. 방금 막 끓여 냈을 뜨거운 커피가 가득 담긴 주전자다. <감자 먹는 사람들>이 나온 1885년 즈음의 네덜란드에서는 이미 커피가 가정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음료였다. 육류와 곡물 대신 감자로 식사를 대신할 수밖에 없었던 가난한 농민들조차 커피를 마시며 하루의 고된 노동의 피로를 풀었을 것이다.

한편 네덜란드는 커피의 역사를 얘기할 때 반드시 언급되어야 하는 중요한 나라이다. 일찍이 커피의 생산과 수출을 독점하고 있던 이슬람 지역에서는 커피 생산의 확산을 막기 위해 대단히 엄격하게 커피를 관리했다. 커피나무의 묘목은 물론이고 볶기 전 상태의 생두 반출 역시 철저히 금했다. 반드시 볶은 상태의 커피만을 수출하여 기타 지역에서는 싹 조차 틔울 수 없도록 했던 것이다. 따라서 에티오피아에서 자생하는 커피와 예멘 일부 지방의 농장에서 재배하던 소량의 커피만을 수입해야 하는 유럽인들 입장에서는 커피 수급에 늘 애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네덜란드는 이전부터 커피의 운송과 수출입에 관계해 왔다. 그래서 여타 국가들 보다 커피의 전파 속도가 빨랐고 대중적인 수요가 많았기에 질 좋은 커피를 저렴한 비용으로 수입하는 일이 관심사였다. 그런 상황에서 드디어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 소속 상인 ‘피터 반 데어 브뢰케’가 삼엄한 경계를 뚫고 커피 묘목을 반출, 식물원에 성공적으로 이식하였고 이를 식민지 인도네시아의 자바 섬에 심을 수 있었다. 이로써 인도네시아 전역이 주요 커피 생산지가 된 것이다. 낮은 비용을 들여 질 좋은 커피를 생산하게 된 네덜란드는 이후 유럽 대륙을 대상으로 커피 판매에 성공하여 막대한 부를 얻는데 성공한다. 

그렇다면 작품 속의 커피는 과연 어떤 커피였을까? 혹, 식민지 인도네시아 원주민들의 고된 노동으로 수확된 커피가 아니었을까? 작품 속 식탁위의 저녁식사 메뉴가 인도네시아 농부의 거친 손으로 수확된 커피와 가난한 네덜란드의 시골 농부가 일구어 캐낸 감자라니 어쩐지 씁쓸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조금 억지를 부려 본다면 인도네시아산 커피의 일부 품종에서는 이른바 ‘흙 내음(Earthy)’이라 일컬어지는 향을 지녔기에 들판에서 갓 캐어 낸, 흙냄새가 가득 배어있는 감자와의 조화라면 한편으로는 꽤 훌륭한 콜라보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어쨋든 노동이 삶에 전하는 가치와 고흐 자신 또한 커피를 좋아했으니 커피를 등장시킨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아무튼 화면의 배치로 보았을 때 작품의 맨 오른쪽의 할머니로 보이는 여자가 가족의 식사를 준비했을테고 다른 식구들이 식사를 하는 동안 묵묵히 커피를 갈아 주전자에 넣고 펄펄 끓여 냈을 것이다. 그 커피를 가족 모두의 잔에 부어주고 나서야 비로소 그녀는 감자를 먹었을 것이다. 

별다른 장식 조차 보이지 않는 허름한 방안, 낡은 서까래가 보이는 천장과 그 밑에 달려 있는 조그만 등불, 하루의 노동을 마친 가족들의 주름 투성이 얼굴과 손, 그리고 감자와 커피만으로 차려진 저녁 식탁 풍경이다. 특히 감자와 커피는 모두 가난한 농부들이 가족들을 위해 해야만 했던 거칠고 힘겨운 노동의 결정체이다. 보잘 것 없는 사물과 사람들 뿐인 작품이지만 고흐의 다른 어떤 작품 보다도 따뜻하고 안락하다. 아마도 가족이 함께 있는 풍경이라서 더 그럴 것이다. 일상을 마치고 가족과 함께하는 소박한  저녁 식사, 거기에 곁들여지는 뜨겁고 진한 커피. 고흐뿐만 아니라 평범한 우리 모두가 꿈꾸는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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