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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커피메타포, 커피의 향미를 새롭게 인식하게 해 주는 또다른 방법

리디언스
2020-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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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의 안토니오 스카르메타(Antonio Skarmeta)가 쓴 소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민음사)는 무기력하게 일상을 보내던 청년이 망명 시인의 전임 우편배달부가 되어 은유의 세계에 서서히 눈을 뜨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 소설의 백미는 주인공 마리오가 그의 연인 베아트리스의 마음을 사로잡을 때 사용한 은유들이다.

"그가 말하기를...... , 그가 말하기를 제 미소가 얼굴에 나비처럼 번진대요." 

"그러고는?" "그 말을 듣고 웃음이 났어요."

"그랬더니?"

"그랬더니 제 웃음에 대해 뭐라고 말했어요. 제 웃음이 한 떨기 장미고 영글어 터진 창이고 부서지는 물이래요. 홀연 일어나는 은빛 파도라고도 그랬고요" (민음사 62p)

이 정도의 달콤한 메타포라면 보잘 것 없는 시골 청년이 아름다운 처녀의 가슴을 울렁이게 만들기에 충분하지 않았을까? 마리오가 구사하는 메타포를 한 줄 한 줄 읽는 재미가 상당하다. 은유의 파도에 몸을 맡긴 듯 이야기 속에 파묻혀 마리오가 소설 속에서 말한 '온 세상이 다 무엇인가의 메타포'라는 걸 인식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메타포가 없는 삶은 삭막하고 건조하다. 주변의 세계를 새롭게 인식하게 해 주고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일종의 철학적 사유라 할 만 하다.  

‘일 포스티노(Il Postino)’는 동명의 소설이 원작인 영화다. 지역적인 배경이 칠레에서 이탈리아로, 주인공이 17세 소년 마리오에서 조금 나이 먹은 노총각 마리오로, 그리고 연인 베아트리스의 이름이 베아트리체로 바뀌는 몇 가지 작은 변화를 빼고는 대체적으로 소설의 이야기 구조를 벗어나지 않는다. 소설과 영화 모두 주인공 마리오가 메타포를 익힘으로서 기존의 세계를 또 다른 인식으로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다는 인간 실현의 이야기다.

이 영화의 OST 음악 또한 소설과 영화 못지않게 유명하다. 이탈리아 출신 작곡가 루이스 바칼로프에 의해 만들어진 음악은 애초에 세계적인 영화음악의 거장 엔리오 모리꼬네에게 의뢰되었다. 하지만 모리꼬네의 바쁜 일정상 바칼로프에게 재의뢰되어 제작되었다는 숨은 일화가 있다. 어쨌든 이를 계기로 바칼로프는 일약 영화음악계에서 거장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그 중 타이틀 곡 <Il Postino>는 OST 연주도 뛰어나지만 클라리넷의 지안루이지 트로베시(Gianluigi Trovesi), 아코디언의 지아니 코스시아(Gianni Coscia)의 듀오 앨범 <'In Cerca Di Cibo> (ECM)의 연주로도 들을만 하다. 이렇게 아름다운 연주라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밤하늘의 별이 밤새 흐르듯 유유히 들려오는 트로베시의 클라리넷과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코스시아의 아코디언이 마치 영화 속 이탈리아의 작은 섬에서 바라보는 잔잔한 파도의 움직임을 보는 듯하다. 역시 거장들의 연주답게 명불허전이다. 듀오의 넉넉한 주고받음은 연주뿐만 아니라 두 사람의 실제 관계도 왠지 마리오와 네루다처럼 메타포로 연결되어 시적인 교감을 주고받는 사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메타포는 문학과 영화 같은 예술 분야뿐야 뿐만이 아닌 의외의 분야에서도 빛을 발휘한다. 가령 커피의 향미를 표현하는 방법으로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커피의 향과 맛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은 생각보다 간단치 않다. 단순히 맛있다, 구수하다, 쓰다, 텁텁하다, 달달하다 등으로 말하기에는 커피의 품질과 품종이 너무나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결코 맛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를 현대의 커피 애호가들이 경험하게 된 것이다. 더불어 향과 맛을 표현하는 용어 또한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할 만큼 덩달아 복잡해졌다. 향을 예로 들면 지역과 품종 등의 기본적인 변수에 로스팅 정도 등이 더해져 더욱 다양하고 정교하게 구사할 수 있다. 꽃향, 과일향을 구분하는 정도는 기본이고 고소함의 정도에 따라 견과류, 곡물 등의 향으로 분류할 수도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매운 향과 같은 향신료 향으로도 세분화시킬 수 있다. 게다가 분쇄한 후의 드라이 아로마(Dry Aroma)와 추출되면서 나오는 컵 아로마(Cup Aroma)로까지 분류되기도 한다.

맛의 표현 역시 단순하게 신맛, 단맛, 짠맛, 쓴맛 정도로만 구분하는 시대는 지났다. 가령 Acidy, Mellow, Winey, Sharp, Soury 등은 가장 기본적인 맛을 표현한 것이고 여기에 Nippy, Mild, Tart, Hard 등으로 세분화 시키면 그야말로 머리가 지끈지끈해진다. 그러므로 향미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비록 천부적인 미각과 후각을 가졌다 하더라도 이를 적절한 용어로 대입시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그러나 이는 전문적인 지식과 훈련을 쌓은 전문가 층에서 이루어지는 평가이며, 표현방법일 뿐 단순하게 커피를 애용하는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굳이 힘들게 습득하지 않아도 되는 과잉 지식일 수도 있다. 보통의 애호가라면 그보다는 오히려 메타포를 이용한, 즉 은유와 비유를 사용하는 방법을 추천하고 싶다. 가령 에티오피아의 커피 예가체프(Yirgacheffe)의 향미를 메타포로 표현해 보자.

‘어느 햇살이 쏟아지던 봄날, 연인과 손잡고 올랐던 나지막한 동산 언덕에서  맡던 나무와 풀 내음 같이 상큼한 커피’


 

예가체프에 대한 일반적인 표현인 ‘감귤류의 산미, 자스민향을 연상케 하는 꽃향, 부드러운 바디감, 밀크 초콜렛의 달콤함’과 같은 표현보다 오히려 더 감각적이다. 게다가 숨겨져 있던 감각까지 드러나게 해 준다. 거기에 즐거운 상상과 기억이 더해져 커피가 더욱 맛있게 느껴질 것이다. 

조금 더 나아가 즐거운 커피 생활을 위한 작은 팁 하나를 덧붙이자면, 이런 식의 자신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표현하는 커피 향미 평가 노트(Cupping Note)를 작성해 보라는 것이다. 커피의 향미를 새롭게 인식하게 해 주는 또다른 방법이 될 수 있다.

능숙하면 능숙한대로, 미숙하면 미숙한대로 자기만의 은유를 섞어 커피를 마실 때마다 기록하면 된다. 노트의 페이지가 차곡차곡 채워지면 채워질수록 커피를 마시는 과정과 행위가 더욱 큰 즐거움을 선사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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