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물포구락부 스토리 아카이브

재즈,어번스케치,3D모델링,여행가 그리고 남겨진 이야기.

읽는커피파수꾼에게 필요한 위안, 커피

리디언스
2020-04-13
조회수 223



<호밀밭의 파수꾼>은 1951년 미국의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가 발표한 장편 소설이다.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이라는 찬사와 함께 젊은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읽어야 할 필독서라는 명성이 따라다니는 작품이다. 하지만 발표 당시에는 미국 사회의 치부를 드러내면서 문체는 물론, 비속어와 욕설의 적나라한 묘사로 엄청난 반향과 논란을 일으킨 작품이기도 하다.

줄거리는 아주 단순하다. 명문 사립 펜시고등학교의 펜싱부 주장인 주인공 홀든 콜필드는 어느 날 여자 친구를 두고 벌어진 친구와 싸움을 벌인 뒤 홧김에 기숙사를 뛰쳐나와 2박 3일 동안 가출 생활을 겪게 된다. 이를테면 사춘기 소년의 가출 기록이다. 우발적으로 뛰쳐나왔다고는 하지만 이미 낙제를 받아 퇴학 조치를 받은 상태라 기숙사에서 쫓겨날 예정이었다.

홀든은 세상의 거의 모든 것들을 싫어하는 반항의 아이콘이다. 기성 사회와 학교, 변태적이고 저질스러운 친구들과 끊임없이 부딪친다. 그래서 늘 욕설과 비속어와 함께 토하고 싶다는 말을 내뱉곤 한다. 마치 사르트르의 「구토」의 주인공 로캉탱이 부조리한 사회에 경멸을 느낄 때 구토를 하는 것과 흡사하다.

‘자신의 털코트를 도난당한 후 ‘원래 학비가 비싼 학교일수록 사기꾼들이 들끓는 법이다’(호밀밭의 파수꾼, 민음사, 13p)라고 하는가 하면 기숙사를 나와 뉴욕행 기차를 타고는 이렇게 독백한다. ‘난 기차를 타는 걸 좋아한다. 특히 밤에 기차를 타면 불이 켜져 있는 데다가, 창문은 칠흑처럼 깜깜하고, 판매원이 통로를 지나가면서 커피나 샌드위치, 잡지 같은 것을 팔기 때문이다.’ (호밀밭의 파수꾼,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민음사 76p)

홀든이 바라보는 사회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 있다. 바로 속물과 순수다. 속물이 아니면 순수고, 순수가 아니면 속물이다. 홀든에게는 어른들이 만든 세계, 예컨대 학교와 같은 세계야말로 속물들에게나 어울리는 곳이고, 밤기차를 타고 커피와 샌드위치를 먹는 것 같은 일은 완벽한 순수의 세계다.

생각해 보면 밤기차를 타고 가며 먹는 샌드위치와 커피를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을까 싶다. 순수의 세계란 늘 그렇지 않은가. 세상에 존재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어쩌면 우리가 애써 외면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손을 뻗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닿을 위치에 있는데도 말이다.

‘짐 가방을 역의 보관함에 맡겨놓고, 작은 샌드위치 바에 들어가서 아침을 먹었다. 오렌지 주스, 베이컨과 달걀, 토스트와 커피 - 나로서는 굉장히 아침을 많이 먹은 셈이다.’ (146p)

‘두 사람은 아침 식사로 토스트와 커피를 먹고 있었다. 그걸 보자 나는 우울해졌다. 내가 베이컨이나 달걀 같은 것을 먹고 있을 때 다른 사람이 토스트와 커피밖에 먹지 않는다는 사실이 싫었다.’ (149p)

아침 식사로 수녀들보다 많이 먹었다는 사실이 싫었다고 자책하는 것은, 말하자면 오렌지 주스와 베이컨, 달걀에 토스트와 커피까지 마신 홀든 자신이야말로 속물이고 토스트와 커피만을 마신 두 수녀는 순수의 세계를 사는 사람들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앞으로 뭐가 되고 싶은지, 뭘 좋아하는지 한 가지만 말해 보라는 여동생의 질문에 홀든은 곤혹스러워하면서 대답한다. 

‘나는 늘 넓은 호밀밭에서 꼬마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는 상상하곤 했어. 어린애들만 수천 명이 있을 뿐 주위에 어른이라고는 나밖에 없는 거야. 그리고 난 아득한 절벽 옆에 서 있어.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재빨리 붙잡아주는 거야. 애들이란 앞뒤 생각 없이 마구 달리는 법이니까 말이야. 그럴 때 어딘가에서 내가 나타나서는 꼬마가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거지 온종일 그 일만 하는 거야. 말하자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나 할까. 바보 같은 얘기라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정말 내가 되고 싶은 건 그거야. 바보 같겠지만 말이야’ (229~230p)

홀든은 매사에 속물을 역겨워하지만, 역설적으로 자신 또한 속물이라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그가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는 건 아닐까? 자신은 비록 순수하지 못할지언정 순수한 아이들을 지키기라도 하겠다는 의지로서 말이다.

‘난 선생님 부인이 어서 커피를 가져다주기만을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 준비가 다 됐다고 말한 지가 언젠데 실제로는 준비되지 않은 상태 - 이런 것은 사람을 어리둥절하게 만들 때가 있다.’ (243p)

옛 선생님을 찾아간 홀든은 심한 두통에 고통스러워하며 커피를 곧 내오겠다던 사모님을 기다리며 조급해한다. 수십 년 전 처음 읽을 당시에도 그랬던 것처럼 지금도 이 대목을 읽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커피에 목말라 입맛을 다시게 된다. 의학 관련 자료에 따르면 가볍게 마시는 적당량의 커피 한 잔은 두통 완화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그러니 홀든의 두통에 뜨거운 커피 한 잔만큼 유용한 치료약은 없을 것이다. 

1 0

연락처


주소:인천광역시 중구 자유공원남로 25

전화번호:032-765-0261

이메일:coreacartoonist@gmail.com

인천시 담당부서: 문화재과 032-440-4472

찾아오시는길


#제물포구락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