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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커피흑사병과 커피, 차별과 혐오의 시작점이 되다.

리디언스
2020-04-06
조회수 744


14세기 중세 유럽을 강타한 가장 큰 사건은 단연 흑사병(혹은 페스트)의 창궐이다. 당시 유럽 전체 인구의 ⅓ 인 거의 2억명이 사망했다고 하니 역사상 인류에게 가장 극심한 피해를 끼친 전염병이다. 

흑사병은 애초에 중앙아시아에서 발생하여 실크로드를 통해 유럽으로 전파되었다는 가설이 가장 설득력이 있다. 그 밖에 인도 등지에서 발생했다는 설도 존재한다. 그러나 1347년 몽골군의 공격을 받았던 크림반도에 처음으로 흑사병이 발병하였으니 몽골 지역을 중심으로 한 중앙아시아 발원설이 현재로선 가장 유력하다. 어쨌든 유럽의 입장으로 볼 때 동양에서 발원하여 서양으로 전파된 것만은 틀림없다. 특히 1347년 흑해에서 돌아 온 12척의 제노바 상선에 의해 이탈리아반도 전역으로 퍼진 흑사병은 이내 무서운 기세로 프랑스와 포르투갈 영국 등지로 퍼져 나갔다. 1349~1350년에는 독일과 노르웨이, 1351년에는 러시아와 폴란드 등 동유럽에서도 발병, 결국 유럽 전역에서 퍼지게 된다. 

흑사병은 유럽 전체 인구의 감소라는 외형적 변화와 14세기 중세 유럽 체제의 근간이었던 봉건제 자체가 흔들거렸을 정도로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이밖에 종교와 문화, 사회적인 면에서도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특히 주목할 점은 유대인과 거지와 외국인 등 소수자들에 대한 반감과 혐오를 키우는 중대한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흑사병의 원인이 불명하여 빚어진 사회 현상으로 이들이 흑사병을 몰고 다닌다는 비과학적 근거에 의한 것으로서 제2의 마녀사냥으로 불러도 될 만큼 학살이 자행되기도 했다. 특히 동양에 대한 관념이 부정적인 면으로 바뀌게 되었다. 그간 이교도가 사는 ’미지의 세계’ 내지는 ‘신비한 지역’ 정도로 이해하던 동양을 ‘흑사병’을 전염시키는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시킨 역사적 맥락이 된 것이다. 

14세기에 흑사병이 동양에서 서양으로 전파되어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면 16세기에는 또 다른 것이 동양에서 서양으로 전파되어 유럽 전체에 영향을 주었다. 바로 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시는 커피다. 물론 커피는 훨씬 이전부터 유럽에 알려진 동양의 신비한 음료로 여겨졌다. 유럽인들은 처음에 커피를 두고 ‘이교도의 음료, 악마의 음료’라 부르며 배척하였으나 대략 16세기 경부터 커피의 긍정적인 효과를 인정한 후 부터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된다. 하지만 그동안 일부 상류층만이 대할 수 있었던 커피가 점차 일반 시민들에게까지 전파되면서 심각한 수급 불균형이 일어난다. 이로 인한 경제적 파장은 또 다른 사회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하지만 금지령을 내리기 위해 커피를 마셔 본 교황 클레멘스 8세가 오히려 그리스도인들에게도 유용한 음료라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어 세례를 베풀어야만 했다고 전해진다. 



커피가 진정한 의미에서 유럽에 퍼지게 된 시기는 17세기 초 유럽과 이슬람 지역과의 무역을 주도하고 있던 이탈리아 베네치아 상인들에 의해서라는 것이 정설이다. 커피하우스가 제일 먼저 등장한 곳 역시 베네치아 등 항구 도시였다. 이후 점차 유럽 대도시를 중심으로 많은 커피하우스들이 생겨났으며 영국 런던에는 1652년에, 프랑스 파리에는 이보다는 조금 늦은 1689년에 생겼다.

흑사병의 유럽 창궐이 14세기 초 제노바에서 시작되어 베네치아 등 항구 도시를 중심으로 이탈리아반도 전역으로 전염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면 커피는 17세기에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통해 본격적으로 수입되어 유럽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공교롭게도 일찍부터 동서양 교역의 중심이었던 이탈리아가 동양에서 서양으로 전파된 두 역사적인 사건의 중심지가 된 것이다. 아울러 흑사병과 커피는 모두 서양을 침공한 동양의 비밀 병기가 된 셈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유럽 국가 중에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사태가 가장 심각한 나라 역시 이탈리아다. 동양에서 서양으로 전파된 것으로 알려진 14세기의 흑사병, 17세기의 커피, 21세기의 코로나 바이러스가 모두 이탈리아가 공간적인 교차로가 되었다. 

흑사병이 동양인과 유대인, 빈민 등에 대한 혐오 관념을 키우는 계기가 되었다면 커피는 그들의 근대 정신세계를 깨웠다는 긍정적인 역사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원활한 수급을 핑계로 한 식민제국주의 확산의 직접적인 매개가 되었다. 커피 산지 대부분이 과거 유럽 제국주의 식민지였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그럼에도 유럽 전역과 유럽인들의 후손이 근간이 되어 세워진 북미와 호주 등지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한 동양인 혐오 사건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한다. 차별과 혐오에 대한 대응에는 인류 공동의 도덕적 연대가 필요하다. 또한 경제 규모의 차이와 문화의 이질성 등을 이유로 차별과 혐오가 정당화 될 수는 없다. 동양과 서양, 유럽과 아시아, 인종 간, 국가 간, 민족 간,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 등 모든 분야에서 인류 전체가 동등한 권리를 부여 받아야 하며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초유의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는 차별과 혐오의 시작점이 된 흑사병과 커피 전파와는 다른 인류의 동반자적 연대라는 역사의 변곡점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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