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물포구락부 스토리 아카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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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커피프레더릭 아서 매켄지

리디언스
2020-02-08
조회수 243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보았을 법한 낡은 흑백 사진 한 장이 있다. 열 두 명의 남자들이 사뭇 비장한 눈빛으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사진이다. 


사진 속 남자들 대부분은 총을 들고 있고 그 중 검은 제복을 입은 남자 한 명은 유일하게 칼을 들고 있다. 총과 칼을 들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민간인은 아닐 것이라 짐작된다. 하지만 워낙 의복이 남루한데다가 통일마저 되어 있지 않아 선뜻 군인이라고 보기에는 망설여진다. 게다가 열 대여섯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앳된 소년의 모습까지도 보인다.

  

이 사진은 사실 1907년 대한제국 시절 경기도 양평 지역에서 항일 무장 투쟁을 벌였던 의병들의 실제 모습이다. 하지만 검은 제복을 입고 칼을 든 대장 김영백 의병장을 제외한 개개인의 상세한 신상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당시 종군 기자로 대한제국에 주재하고 있던 프레더릭 아서 매켄지(Frederick Arthur McKenzie)의 저서 <대한제국의 비극 The Tragedy of Korea>(1908)에 수록되어 있다는 건 무척 다행한 일이다. 당시 항일 의병 투쟁사 연구 자료로서는 물론 역사적 실체로서 존재했던 의병들의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매우 소중한 자료이기 때문이다.

1869년 캐나다 퀘벡 주에서 출생한 매켄지는 1900년 영국 일간지 ‘데일리 메일’에 입사, 1904년 기자 신분으로 러일전쟁 취재차 처음 한국에 들어왔다. 이어 1906년에 재방문, 1907년 일본의 대한제국 군대 해산에 반발해 전국 곳곳에서 일어난 항일 의병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그의 책 <대한제국의 비극>에 담았다. 이밖에도 <베일을 벗은 동양>(1907)을 통해 한국인은 일본의 통치를 반대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으며 한국의 독립운동 전반을 다룬 <한국의 독립운동 Korea's Fight for Freedom>(1920)으로 당시 외국인으로서는 거의 유일하게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들은 사실 그대로 항일 독립 투쟁을 기록하고 알렸다. 

  

그의 대표 저서 <대한제국의 비극>은 1907년 항일 투쟁을 위해 전국 각지의 산속 깊숙히 은신하고 있는 의병들의 아지트를 직접 찾아가 그들의 활동상을 취재한 책이다. 직접 보고 접하지 않았다면 절대 기술될 수 없는 내용이다.

  

“일본군이 의병 부상자들에게 접근해 왔을 때 그들은 상처의 고통이 심해 말도 못하고 다만 짐승처럼 ‘만세, 만세, 만세!’만 부르고 있었다. 그들은 무기도 없었고 피가 땅위에 자욱하게 흘러 내리고 있었다. 일본군은 그들의 비명을 듣고 달려와 그들이 죽을 때까지 칼로 찌르고, 찌르고, 또 찔렀다. 조선인들은 일본군의 칼 아래 갈가리 찢기었다. 우리는 그들의 시신을 거두어 묻어주었다.”

  


당시 변변한 무장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저항하다 일본군에게 잔혹하게 죽임을 당하는 의병의 처절한 모습이다. 이 대목을 읽을 때마다 울컥한 마음에 매번 숙연해진다. 


매켄지의 또 다른 책 <한국의 독립운동> 역시 의병들의 은거지는 물론, 그들이 체포된 후 갇힌 감옥 등을 찾아가 취재하여 일제의 잔혹성을 해외에 알렸다. 또한 3.1 독립선언서의 영문번역문을 싣는 등 외국인 기자로서의 한계를 넘는 활동을 보여주었다. 우리로서는 매우 고마운 은인이다.


다시 사진을 꺼내어 의병 열 두 명의 얼굴을 찬찬히 본다. 일본 제국주의의 침탈이 없었다면 모두 평화로이 논과 밭을 갈며 살았을 평범한 농민들이었을것만  같다. 아마도 그들의 모습을 담은 낯선 이방인 기자의 눈에도 분명 그렇게 보였을 것이다. 제국주의의 무력에 어쩔 수없이 겪어야만 했던 약소국 국민들의 비애를 대하며 냉혹한 역사의 교훈을 얻는다.


이번 주 제물포 구락부의 스페셜 블렌드 커피 <프레더릭 아서 매켄지>는 강하게 로스팅하여 마치 식민지 국민들이 겪었던 고통을 연상케 하듯 원두의 색깔이 짙다. 다크 초콜렛을 베어 문 것 같은 쓴맛과 함께 진하고 오일리 한 바디감이 커피 본연의 풍미를 자아낸다. 핸드드립용 뿐만 아니라 에스프레소용으로도 손색이 없다. 


Tip : 커피 재배 지역의 확산

에티오피아 고원지대에서 처음 발견된 커피는 대략 17세기 이후 서구 제국주의 열강들에 의해 전세계로 확산된다. 현재 커피 생산국 거의 대부분이 과거 제국주의 시절의 식민지였던 이유다. 말하자면 로스팅된 커피의 색깔이 검은색에 가까운 것처럼 커피의 역사 또한 어두운 면을 가지고 있다. 커피야말로 제국주의 역사가 낳은 대표적인 산물이며 커피의 역사는 곧 제3세계 식민주의 역사다. 대부분의 커피 생산국가들이 아직 저개발 국가의 지위에 머물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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