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물포구락부 스토리 아카이브

재즈,어번스케치,3D모델링,여행가 그리고 남겨진 이야기.

읽는커피부조리(不條理)에 대한 뫼르소의 반항, 밀크커피

리디언스
2020-02-08
조회수 578


여름이 점점 더워진다. 이러다가는 조만간 선풍기와 에어컨이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제치고 현대인이 만들어 낸 문명의 이기 목록의 맨 위 지위를 차지하지 않을까? 이쯤 되면 단지 강렬한 태양 때문에 살인을 저질렀다는 알베르 카뮈(Alberto Camus)가 쓴 소설 <이방인> (L'Étranger) 의 주인공 뫼르소의 살인 동기가 이해가 될 법도 하다.


<이방인>은 엄마의 사망을 알려주는 전보 한통으로 시작하여 자신이 저지른 살인과 살인죄의 형벌로 받은 사형집행을 예고하는 것으로 끝난다. 한마디로 말하면 죽음에 관한 소설이다. 사건이 중심인 1부는 엄마의 죽음, 장례식, 연인 마리와의 연애, 친구 레몽과 그의 애인간의 불화, 이에 연유한 아랍인 살해에 이르기까지의 연이은 사건들이 골격이다. 2부는 살인 혐의로 체포 된 후부터 재판 과정, 사형 집행을 기다리는 순간까지를 다루었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였을까. 모르겠다. 양로원으로부터 전보를 받았다. ‘모친 사망. 내일 장례 예정. 삼가 애도함’ 이걸론 알 수 없다. 아마 어제였겠지. (열린책들 13p)


주인공 뫼르소는 보통의 시각으로 본다면 매우 이상한 사람이다. 엄마의 죽음 앞에서 조차 관례화된 슬픔을 느끼지 못한다. 장례식 다음 날엔 해수욕을 하고 코미디 영화를 보고 연인과 정사를 나누는 패륜아다. 일련의 행동들은 단지 강렬한 태양 탓에 살인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자백에도 불구하고 미리 계획했던 살인이라는 정황을 각인시키기에 충분하다. 그런 면에서 그는 이방인이다. 이방인이라는 의미 속에는 사회에서 그를 이방인으로 보는 것과 그가 스스로 자기 자신과 사회를 낯설게 보는 것 두 가지가 모두 해당된다. 엄마 장례식에서의 그와 살인 혐의로 법정에 앉아 있는 그는 자유를 누리는 자와 자유를 소박당하는 자라는 차이만 있을 뿐 자기 자신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실존’으로서의 인간이라는 위치는 동일하다.


뫼르소가 사형을 언도 받은 근본적인 이유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단지 살인죄였을까? 그것보다는 어쩌면 엄마의 장례식에서 울지 않았다는 것과 엄마의 시신 보기를 거부 했고, 담배를 피우며 밀크 커피를 마신 냉혈한 인간이라는 굴레 때문은 아니었을까? 거짓 없는 자신을 드러냄이 부조리(不條理)로 가득 찬 세상에서 오히려 부조리한 존재로 전락하게 된 것은 아닐까? 지루한 법정에서의 심문과 공방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죄에 대한 다음과 같은 문장에서 그는 자신의 진짜 ‘죄’를 자각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알베르 카뮈의 사진은 세상을 조롱하는 듯 옅은 미소를 띤 채 담배를 물고 있는 모습이다. 그는 평소 담배와 함께 커피를 즐겼다. 특히 19세기 말에 생겨난 프랑스 파리 ‘셍제르멩데프레’ 성당 근처의 ‘카페 레 되 마고’에서 사르트르와 셍텍쥐페리, 헤밍웨이, 피카소 등의 문화 예술인들과 커피를 마시며 예술과 사상을 논하며 <이방인>을 집필했다고 알려져 있다. 조금 비약해서 말하면 카페와 커피가 알베르 카뮈와 그의 문학, 특히 <이방인>을 만들어 냈다고도 할 수 있다.


17세기에 이미 시작된 프랑스 카페의 역사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사건은 단연 프랑스 대혁명이다. 카페 프로코프가 프랑스 대혁명의 이론적 장이 되었다면 ‘카페 프와’는 혁명의 첫 발자국을 내 디딘 실제적인 장소다. 1789년 7월 역사적인 프랑스 대혁명 당시 카페 프와의 탁자 위로 올라간 카미유 데물렝(Camille Desmoulins)은 왕과 귀족들에 대항하여 무장할 것을 촉구하고 혁명가 일행과 함께 바스티유로의 행진을 시작했다. 당시의 ‘살롱’이 부르주아 계층만이 입장할 수 있었던 귀족적, 엘리트적 시설이었던 것에 반해 카페는 커피 값만 지불하면 누구든 드나들 수 있었던 열린 장소였다. 바로 평등과 공화주의의 상징이 되었던 것이다. 런던의 커피 하우스가 ‘공론장’으로서의 역할이 컸던 만큼 파리의 카페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양한 계층의 모임 장소로 활용되었던 것만큼 계몽사상과 혁명의 장소적 단초가 되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는 내가 엄마를 보려하지 않았고 담배를 피웠으며 잠을 잤고 밀크 커피를 마셨다고 했다. 그러자 장내 전체에 어떤 술렁임이 이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처음으로 내가 죄인임을 깨달았다. (열린책들, 127p)


한편,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는 엄마의 빈소에서 담배를 피우고 수위가 가져다 준 ‘밀크 커피’를 마신다. 당시의 양로원 수위가 커피에 거품을 낸 스팀 밀크를 얹어 가져다주었을 리는 만무하니 아마도 카페 오레(Café au Lait)에 근접한 커피가 아닐까 추측한다. 카페 오레는 이탈리아식 메뉴 즉, 에스프레소에 거품 우유를 올리는 카페 라떼와는 달리 커피 플런저라고도 불리는 프렌치프레스나 핸드드립으로 진하게 내린 커피에 단지 따듯하게 데운 우유를 부어 만든다. 프랑스에서는 아침 식사용으로 애용하고 있다고 한다. 커피 본연의 맛 보다는 우유 맛의 특징이 더 또렷하게 나타나기에 우리나라에서는 커피 전문점 등에서 판매되기 보다는 가정에서 편의성에 의해 즐기는 메뉴다.


엄마의 시신이 잠들어 있는 빈소에서 담배를 피우고 커피를 마신 뫼르소의 행동은 확실히 생경하다. 말하자면 계획적인 살인 의사를 품을 수 있는 흉악한 인간일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는 준거가 된 것이다. 결국 자신의 삶에 솔직함으로서 노예가 아닌 주인으로 온전히 서는 인간이 역설적으로 ‘부조리’한 세상에 ‘부조리’를 저지르게 되는 셈이다. 안타깝게도 뫼르소에게 주어진 탈출 방법이란 결국 사형을 당하는 ‘죽음’일 수밖에 없었다.

3 3

연락처


주소:인천광역시 중구 자유공원남로 25

전화번호:032-765-0261

이메일:coreacartoonist@gmail.com

인천시 담당부서: 문화재과 032-440-4472

찾아오시는길


#제물포구락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