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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커피모비딕의 화자 "이슈메일"과 완두콩 커피

리디언스
2020-02-06
조회수 515

19세기 미국 문학의 위대한 걸작 ‘모비딕’(Moby Dick)은 흰 고래 모비딕을 잡으려는 인간의 집착과 광기, 그로 인한 비극과 파멸의 과정을 그린 허먼 멜빌(Herman Melville )의 위대한 소설이다. 사실 대개는 모비 딕을 단순히 괴물 흰 고래와 사투를 벌이는 외다리 선장의 모험 이야기로서 ‘백경’이라는 제목으로 각색되고 변형된 판본으로 소년기 때부터 숱하게 읽었을 것이다. 하지만 온전한 번역으로 완독한 이는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유는 아마도 만만치 않은 분량과 더불어 문명, 종교, 인간성에 대한 비판과 좌절을 온갖 비유와 상징으로 이해해야 하고 거기에 성경과 신화까지도 은유와 암시로 읽어내야 하는 어려움이 한 몫 했을 것이다.

작품 속 화자 ‘이슈메일’은 어느 12월 토요일 밤 뉴베드퍼드에 도착한다. 포경선이 출발하는 넨터컷에 가기 위해서는 이곳에서 이틀을 더 보내야만 한다. 

「나는 계속 걷다가 마침내 부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밖에 내걸린 희미한 불빛을 보고, 공중에서 쓸쓸히 삐걱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문 위에서 간판 하나가 그네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간판에는 안개 같은 물보라를 뿜어 올리는 고래 그림이 하얀 페인트로 희미하게 그려져 있고, 그 밑에 ‘물보라 여인숙 – 피터 코핀’이라는 글자가 쓰여 있었다. (중략) 코핀(‘관’이라는 뜻)과 물보라 – 이 독특한 결합이 좀 불길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코핀은 낸터컷에서 흔한 성이라고 하니까, 이 피터라는 사람도 아마 낸터컷에서 이주한 사람일 것이다. 불빛은 너무 희미해 보였고, 집은 제법 조용해 보였다. 그 황폐하고 작은 목조 건물은 불난 지역의 폐허에서 손수레로 실어온 목재로 지은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나는 여기야말로 값싼 잠자리와 맛있는 완두콩 커피를 구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모비 딕, 허먼 멜빌, 작가정신 40p)

을씨년스러운 밤거리를 헤매다가 마침내 여인숙을 찾은 장면에 대한 묘사는 읽으면 읽을수록 마치 내가 잠자리를 찾아 그 캄캄하고 추운 거리를 헤매고 있는 듯 몸을 웅크리게 하는 마력이 있다. 

어쨌든 이슈메일은 춥고 어두운 밤거리를 헤매다 겨우 여인숙 하나를 발견한다. 하지만 이슈메일이 기대한 ‘값싼 잠자리와 맛있는 완두콩 커피’는 어딘가 모르게 어색하다. 어색하다 못해 한편으로는 역설적이다. 싸구려 여인숙에서 맛있는 커피를 제공할 리가 없잖은가. 게다가 이름도 낯선 완두콩 커피라니.


작품 속에서 언급된 ‘완두콩 커피’의 완두콩, 즉 ‘pea’라는 단어를 연상하여 혹자는 피베리(Peaberry)로 유추할 수 있으나 이는 올바르지 않다. 여기에서 이르는 ‘완두콩 커피’란 ‘켄터키 커피나무’(Kentucky Coffee Tree)의 열매를 볶아 커피 대용으로 마시던 음료를 말한다. 


‘켄터키 커피나무’는 이름에 ‘커피나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어 자칫 커피 품종의 한 종류라 착각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꼭두서니과(Rubiaceae) 식물인 ‘커피나무’와는 완전히 다른 식물이다. ‘켄터키 커피나무’는 콩과(Leguminosae) 식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돌연변이에 의해 커피 열매 속에 두 개의 씨앗이 아닌 한 개의 열매만 들어가 있어 마치 완두콩 모양처럼 생겼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피베리’와는 전혀 다른 말이다. 

원래는 열매에 독성이 있어 날로 먹을 수는 없지만 이를 볶으면 독성이 제거되어 식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데 오래전부터 인디언들은 주로 차를 마시듯 음료로 마셨다고 한다. 이를 목격한 초기 백인 이주자들이 커피 공급이 여의치 않을 때 커피 대신 마셨기 때문에 커피나무라고 불렀단다. 그러므로 ‘완두콩 커피’는 마치 18세기 무렵부터 유럽에서 커피의 교역이 원활하지 않을 때 커피 대용으로 마시던 ‘치커리 커피’같은 역할을 했을 것이다. 커피 ‘대용’이었던 것만큼 당연히 진짜 커피만한 풍미는 기대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아무튼 가진 것이라고는 주머니 속에 은화 몇 닢만 달랑 있던 이슈메일이 싸구려 ‘물보라 여인숙’에서 기대한 맛있는 커피란, 고작 커피 대용품이었던 ‘완두콩 커피’였던 셈이다. 하지만 춥고 캄캄한 거리를 배회하던 이슈메일한테 이보다 더 맛있는 커피가 더 있었을까? 단언컨대 그 어떤 순간에 마셨던 커피보다 근사하고 맛있는 커피였을 것이다. 마치 커피집에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주머니가 얇았던 시절 동전 몇 개만 있으면 맘 편히 마실 수 있었던 자판기 커피가 세상에서 가장 맛있게 느껴졌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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