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물포구락부 스토리 아카이브

재즈,어번스케치,3D모델링,여행가 그리고 남겨진 이야기.

제물포구락부의 서재제물포구락부의 서재 - <여행자의 독서> (이희인, 북노마드)

리디언스
2021-11-22
조회수 21


당장 떠나지 못하는 여행, 미처 읽지 못한 책들

<여행자의 독서> (이희인, 북노마드)







여행다운 여행을 해본지가 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니 생각해 보니 코로나 이후 근 2년을 지내는 동안 여행이라는 단어 자체는 제 삶에서 완벽하게 지워진 상태더군요. 여행이라 할 만한 이동은 없었고 고작해야 서울 동쪽 끝에서 인천역까지 오고가는 장거리 출퇴근 전철 이동이 전부였습니다. 이 지루할 법한 전철 출퇴근에 만약 책과 음악이 없었다면 정말 어찌할 뻔 했을까 생각만 해도 몸이 뒤틀립니다.

제가 전철을 타면 반드시 하는 루틴이 있습니다. 먼저 헤드폰을 쓰고 폰에 저장된 음악을 플레이 합니다. 그리고는 주섬주섬 가방에서 책을 한 권 꺼냅니다. 음악과 책은 미리 적당한 것으로 골라놓는 편이지만 딱히 정해진 룰은 없습니다. 그때그때 맘이 닿는 것을 가지고 나옵니다. 다만 출퇴근용으로는 조금 가볍더라도 흥미로운 책들을 읽습니다. 그래야 쉽게 졸지 않을테니까요.

출퇴근에 음악과 책이 반드시 필요한 것처럼 업무든 여행이든 집을 떠나는 일정이 생기면 제일 먼저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게 음악과 책을 챙기는 일입니다. 어떤 음악을 가져갈지, 어떤 책을 가져가야 할지, 몇 권을 가져가야 할지 정하는 일은 즐거우면서도 조금은 번거로운 일일 수도 있습니다. 까다롭게 고르기도 하지만 그저 집에서 읽던 책을 마저 읽겠다는 심산으로  생각없이 집어올 때도 있습니다. 하물며 사색과 사유가 필요하다 싶은 여행을 앞두고는 책과 음악은 어떤 준비물보다 중요합니다. 소개하는 책 <여행자의 독서>의 저자 이희인 역시  여행 가방을 꾸리면서 제일 먼저 챙기는 것이 책이라고 합니다.

<여행자의 독서> 저자 이희인은 이십여 년간 세계 곳곳을 여행한 여행가이며 카피라이터이자 사진가이기도 합니다. 그간의 여행 경험에 책, 음식, 사진, 영화 등을 엮어 낸 책이 바로 소개하는 <여행자의 독서>입니다. 2010년 초판이 나온 이래 10주년 기념 개정증보판이 나온 현재에도 꾸준히 읽혀지는 책이기도 합니다. 당시 유행했던 사진과 글로 이루어진 고만고만한 여행 에세이 홍수 속에서도 흔한 감성에 기대지 않은 흔치 않았던 책입니다. 단순한 여행 에세이가 아니라 여행지의 땅의 걸으며 그 땅의 이야기를 담은 책들을 읽고 그 책의 작가들과 나눈 사색을 담았습니다.

책은 총 4장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1장 ‘구원을 찾아 떠나다’ 편은 시베리아, 네팔 히말라야, 카슈미르, 인도까지의 여정을, 2장 ‘사랑을 찾아 떠나다’ 편에서는 미얀마, 라오스, 베트남, 일본, 호주를, ‘이야기를 찾아 떠나다’의 3장에서는 스페인, 그리스, 모로코, 요르단, 시리아, 레바논,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터키, 이집트를, 마지막 4장은 쿠바, 페루, 볼리비아, 칠레, 이른바 세상의 끝이라 불리는 파타고니아(아르헨티나)까지 라틴아메리카를 종단합니다.

저자는 각각의 여행지에서 그곳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읽습니다. 가령 러시아에서 맞는 백야에 도스토옙스키의 ‘백야’를 읽으며 대문호 도스토옙스키의 청춘과 고뇌를 생각합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서는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를 읽습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는 노천카페에 죽치고 앉아 조지 오웰의 카탈로니아 찬가를 읽겠다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터키에서는 터키 최초의 노벨상 수상 작가인 오르한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을 이야기 합니다. 등장인물들 각자의 내러티브 형식이라는 특이한 방식으로 그린 ‘내 이름은 빨강’은 세밀화에 얽힌 예술 세계를 그린 일종의 역사 추리 소설입니다. 이슬람이라는 낯선 세계에 대한 묘한 매력을 주는 위대한 작품입니다.  그밖에 아르헨티나의 파타고니아에서는 당연히 보르헤스를 말합니다.

이번 10주년 기념 개정증보판은 저자가 특별히 권하는 국내 여행지와 동행할 책을 부록으로 덧붙였습니다. 그 중에는 흥미롭게도 인천이 들어있습니다. <고향을 떠나온 사람들의 고향 − 인천 원도심 일대> 편에서는 인천 원도심의 오래된 부둣가인 괭이부리말이 배경인 김중미 작가의 ‘괭이부리말 아이들’과 최인훈의 ‘광장’, 오정희의 ‘중국인 거리’가 소개됩니다. 고향이 인천인 저자의 애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당장 떠나지 못하는 여행만큼 미처 읽지 못한 책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습니다. 책을 읽지 못한 것에 대한 핑계로는 왠지 곤궁합니다만 워낙 시절이 하수상하니 가지 못하는 여행 탓을 한들 그리 조롱받지는 않을 듯 합니다. 그렇더라도 가을이 가기 전에 책 한 권은 떼어야 하지 않을까요?  저도 이 책 <여행자의 독서>에 나오는, 미처 읽지 못한 한 권을 골라야겠습니다.    







 

0 0

연락처


주소:인천광역시 중구 자유공원남로 25

전화번호:032-765-0261

이메일:jemulpoclub@gmail.com

찾아오시는길


#제물포구락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