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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물포구락부의 서재제물포구락부의 서재 - <개와 나> (캐롤라인 냅, 고정아 역, 나무처럼)

리디언스
2021-10-18
조회수 72


개와 사람에 관한 내용이지만 사실은 지극히 사랑에 관한 책

<개와 나> (캐롤라인 냅, 고정아 역, 나무처럼)







고백하자면 저는 최근 몇 년 사이 사랑하는 세 마리의 개들을 연이어 잃었습니다. 그들을 떠나보낸 후 닥친 가장 큰 변화는 고요와 적막의 체감입니다. 그들과 나누었던 많은 것이 사실 나의 루틴이었고 그것들 거의 모두는 내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들이었습니다. 돌이켜보니 개와 함께 있을 때의 번잡함이야말로 즐거움이었고 애정이었고 내 육체를 움직이고 심리를 안정시킬 수 있었던 가장 역동적인 동기였습니다.

그들은 인간을 기준으로 할 때 결코 완전한 적이 없었습니다. 모두 불완전한 존재였고 번거로움을 주었으며 잠시라도 소홀히 하면 엉망이 되는, 기르기 까다로운 화분 같았습니다. 언어 소통은 불가능하고 그나마 통한다고 느끼는 교감도 실은 불완전하기 짝이 없는 것들입니다. 어떤 이들은 이를 두고 본능이라고 하고 어떤 이들은 훈련의 결과라고 합니다. 어찌되었든 이 불완전한 존재를 매일 산책을 시켜야 했고 때마다 목욕을 시켜주어야 했으며 시간에 맞춰 물과 사료를 갈아 주어야 했고 아플 땐 병원을 들락거렸습니다. 모든 여행 스케줄은 이들에게 미칠 최소한의 영향을 우선해서 짜야만 했습니다. 

그런데도 개를 보면 늘 즐거웠고 기쁘고 사랑스러웠습니다. 녀석들을 안고 가만히 가슴에 손을 대어 미세하면서도 힘차게 뛰는 심장의 움직임을 느끼곤 했습니다. 그때 얻어지는 경이로움은 어떤 말로도 표현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런 감정이 단지 소유물에 대한 애착이 아니라는 건 잘 알지만 한편으로 이 사랑의 감정이 가진 본질이 무엇인지, 어디로부터 비롯된 것인지, 누구나 다 그런 것인지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여튼 여태까지 내가 기른 개들은 최소한 내 관념속에서만큼은 성장 이전의 강아지로 남아 있습니다. 채 한 달이 안된 새끼였을 때나 관절이 약해져서 느릿느릿 걷는 노견일 때나 모두 그렇습니다. 어쩔 땐 인간보다도 늠름하고 어른스러운 적도 있었지만 그들에 대한 나의 근본적인 감정은 어린 강아지로서의 존재였습니다. 한편으로는 그들에게 나를 투사했고 한편으로는 내가 어떤 일로 부실해졌거나 도움이 필요하거나 뭔가 상처를 받아 휘청이던 때 녀석들의 존재 자체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작은 불씨같은 안정감, 위안일 때도 있었습니다. 






저자 캐롤라인 냅(Caroline Knapp)이 쓴 <개와 나>는 개에 대한 책이지만 사실은 지극히 사랑에 관한 책입니다. 20년간 술을 동반한 삶을 살다가 어느날 카페에서 어떤 남자와 개의 교감을 보고는 개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후 동물보호소에서 작은 세퍼트 잡종 강아지 ‘루실’을 만납니다. 그렇게 충동적일지도 모르는 강아지 루실과의 만남은 알콜중독에서 벗어났지만 고뇌와 고독의 삶에서 고통스러하고 있던 캐롤라인 냅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놓았습니다. 

이 책에는 저자 캐롤라인 냅과 루실의 관계와 교감을 넘은 사랑뿐 아니라 수많은 사람과 개와의 관계가 등장합니다. 저마다의 다양한 관계를 통해 개와 인간의 관계뿐 아니라 인간의 심리 자체를 들여다 보게 됩니다. 결국 이런 관계들은 독자 자신과 주변과의 관계에 대해 을 돌아보며 생각하게 만듭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내내 웃고 울면서 읽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15년간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다가 프리랜서로 독립하며 본격적으로 작가의 삶을 살았던 캐롤라인 냅은 첫 작품 <드링킹>으로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올랐습니다. 이 책 <개와 나>는 저자의 두 번째 책입니다. 여기에 더해 <욕구들>과 함께 저자의 중독 삼부작이라 일컫습니다. <드링킹>은 짐작하다시피 술의 문제를, <욕구들>은 젊은 시절 음식을 거부하며 마른 몸매를 향한 지나친 중독 과정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개와 나>는 술을 끊은 후 만난 개 루실을 향한 애착과 사랑, 은둔의 삶을 절절하게 파고들어 개에 대한 ‘중독’이라 부릅니다. 개에 대한 애정을 술이나 육체에 대한 지나친 애착과 중독이라며 동일하게 취급하는 건 불만입니다만 어쨋든 그만큼 지극한 애정이라 생각하기에 기꺼이 수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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