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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물포구락부의 서재<철도 여행의 역사> (볼프강 쉬벨부쉬, 궁리)

리디언스
2021-07-25
조회수 97


<철도 여행의 역사> (볼프강 쉬벨부쉬, 궁리)





1899년 9월 18일. 한국에 기차가 처음 등장하여 그 육중한 몸체가 움직였던 날입니다. 이 날 미국제 모걸Mogul 탱크형 기차를 보기 위해 몰려 들었던 군중은 태극기가 아닌 성조기와 일장기를 나란히 달고 있는 기차를 보며 탄성을 지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때 개통된 철도는 인천 제물포와 서울 노량진을 잇는 경인선으로 미국인 모스J. R. Mores에게 주어졌던 부설권이 일본인에게 넘어가는 바람에 결국 일본인이 경영하는 경인철도회사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이것이 개통 첫 날 운행된 기차에 성조기와 일장기가 동시에 걸려 있던 이유입니다.

1900년 7월 5일 한강 철교가 준공되고 나서야 경인선 철도는 한강을 건너 현재의 서울역인 남대문 정거장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이어 1905년 경부선, 1906년 경의선, 1914년 경원선과 호남선이 개통되면서 우리는 비로소 근대를 실증적으로 체험하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가 20세기에 들어와 경험하기 시작한 기차와 철도는 19세기에 이미 서구에서 가장 혁명적인 사건 가운데 하나로 인식되며 화려하게 등장했습니다. ‘화려함’이라는 수식어에는 체험적 경험뿐 아니라 산업혁명을 탄생시키고 진전시켰으며 근대를 숙성시켜 예술과 경제 철학 의학 등 다방면에 걸친 변혁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철도는 단지 장소로 드러나는 출발, 정지 그리고 도착만을 안다. 그리고 이들은 대부분 서로 멀리 떨어져 있다. 철도는 완전히 무시한 채 이들 사이를 가로질러 가고, 거기서 단지 쓸모없는 구경거리만 제공하는 그 사이 공간들과는 아무런 연관도 갖지 않는다.” (철도 여행의 역사, p 54)


소개하는 책 <철도 여행의 역사>의 저자 볼프강 쉬벨부쉬는 1840년에 쓰여진 프랑스 경제학자 Charles Dunoyer의 텍스트를 빌어 기차는 단지 출발지와 목적지만을 아는 사물이라고 말합니다.

기차는 당시로서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속도로 이동에 대한 스펙트럼의 확장과 자유를 안겨주었습니다. 기껏해야 마차 정도로 이동하며 보았던 풍경이 마치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생경한 경험을 하게 된 것입니다. 또 기존의 시선과 시간, 공간이 뒤섞이며 가파르게 산업화, 도시화, 문명화가 이루어집니다.

아마도 속도에 대한 충격은 현대에서 음속의 속도를 가진 전투기에 탑승한 것, 아니 어쩌면 타임 머신을 타고 순간적인 이동을 경험한 것 같은 충격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철도와 기차는 단순히 생활 변화를 준 것을 뛰어넘습니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 쉬벨부쉬는 철도의 필요성과 우수성, 철도 이용을 위한 자연 파괴, 공간과 시간에 대한 철학적 사유, 병리학 영역과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마르크스에 의한 철도와 자본주의에 대한 이해 등 사회 전 분야에 걸친 철도의 영향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비트겐슈타인이 어느 책에선가 ‘철학적 문제에 맞붙을 수 있는 유일한 장소는 기차역’이라고 말 한 것처럼 기차와 철도가 시간과 공간을 변화시킨 것은 단순한 기술적 진보가 아니라는 것을 극명히 알려줍니다. 

기차 여행에 대한 유아적인 향수를 철저히 파괴하는 책이어서 좀 아쉽습니다만, 산업 혁명 이후 근대 역사와 어우러진 서구 풍경을 이해하는데 더없이 유익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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