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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와제물포는처음이지지그프리트 겐테의 끝나지 않은 한국 여정

모비딕
2020-10-27
조회수 133

“찌는듯한 무더운 어느 여름날 아침, 골목마다 밀려드는 사람들의 경이롭고 놀라운 시선을 뒤로하고 서울의 동대문을 나섰다. 눈부시게 하얀 옷과 검은 갓을 쓴 사람들로 가득한 서울 거리는 이상하게 환상적이고 이국적인 느낌을 더해 주었다. 중국이나 일본 같은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조선 본연의 모습이었다.” 

지리학자이자 독일 쾰른 신문기자였던 지그프리트 겐테의 저서 “KOREA”에 등장하는 내용이다. 여느 이방인들의 견문록과 달리 조선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듬뿍 묻어나는 문장이다. 

“조선 토착민들이 피우는 담뱃대는 적어도 50cm는 된다. 때로는 너무 길어서, 물부리를 입에 물고 있으면 팔이 긴 원숭이조차 대통에 손이 닿지 않을 정도이다. 오랜 관습이 된 진정한 애연가의 대통은 절대 불이 꺼지지 않는다.” 

이방인에 대한 경계심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선한 사람들 곁에서 함께 쪼그리고 앉아서 그는 다양한 인문학적 정보를 사진과 삽화 그리고 글로 남겼다 


때로는 위정자들의 안일한 일상을 비판하기도 했다.

“불이 다 꺼져 어두운 서울 성안에 정동 쪽 궁궐에서만 매일 밤마다 불빛이 휘영청 밝고 피리와 가야금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복이 많은 이 나라 왕이 나라에서 가장 예쁘고 영리한 처녀들 중에서 선택한 궁녀 300명과 함께 즐기는 연회에 대해서 떠도는 별별 풍문에 의하면 중국 황실의 향연은 조선의 잔치에 비해 어느 모로나 떨어지는 듯하다. 나도 궁궐의 연회에 몇 번 초대받은 적이 있는데 놀랍고 실망했던 것은 여느 유럽의 왕실 연회석과 다를 바 없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외국인이 참석한 연회는 언제나 그랬다. 더 놀랐던 사실은 화려하게 장식된 식탁에 오른 값비싼 최고급 유럽식으로 완벽한 음식이었다. 너무 비싼 음식이라 감히 상상도 못 하는 "트뤼 펠(프랑스의 고급 버섯)” 요리가 상석을 차지했고 이 나라 주인의 안녕을 위해 축배를 올리는 술은 프랑스산 샴페인으로 한 없이 나왔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리학자로서의 전문적 분석이 가미된 글들을 많이 남겼는데, 가령 서울의 지리 여건을 언급하면서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와 이란 테헤란과 입지여건이 비슷하다고 적기도 했다. 


“산기슭 아래까지 집들이 늘어서 있는 데다, 주변에 높은 산들이 둥글게 에워싸고 있는 게 비슷하다는 것. 전문가답게 세도시의 차이점도 밝힌다. 당시 서울은 전신과 전화, 전차와 전기를 동시에 갖췄는데, 그의 지식으로는 베이징이나 도쿄, 방콕이나 상하이 같은 어떤 대도시도 당시 이 모두를 갖추지는 못했다고 했다.”


그는 한라산의 높이를 처음으로 측정한 인물이기도 했다.

백록담에 오른 겐테는 두 개의 아네로이드 기압계(Aneroid barometer·기압의 변화에 따른 수축과 팽창을 이용하여 기압을 측정하는 기기)를 이용, 한라산 높이를 측정해 한라산의 고도가 1950m임을 알아낸다. 백록담 분화구가 직경 400m, 높이 70m이라는 사실도 확인했다. 일제가 공식적으로 제주도를 측량한 1915년보다 14년 앞선 것이었다. 


물론 2005년 GPS(위성 위치확인 시스템) 측량을 통해 한라산의 높이는 1947.26m로 정정되었으나, 겐테의 기록은 당시의 기술 수준으로서는 가장 근접한 높이를 확인한 것임에 틀림없다. 


그는 한라산 등정 과정을 상세하게 기록하며 "백인은 아직 한 번도 오르지 못한 한라산 등정은 내 생애 최고의 영광"이라고 했다. 

"마지막 300m 구간을 오르기 위해 두 시간 반 동안 사투를 벌였다. 숨이 막히고 땀이 흘러내렸다. 숨을 헐떡거리며 분화구 가장자리에 쓰러져 잠시 모든 것을 잊었다. 드디어 정상이다. 사방으로 웅장하고 환상적인 장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섬을 지나 저 멀리 바다 너머로 끝없이 펼쳐지는 파노라마였다."


"분화구 바닥에는 겨울 잔설이 있는 웅덩이보다 별로 크지 않은 호수가 반짝이고 있었다. 주민들은 호수가 상당히 깊어 그 아래에는 지하세계로 가는 통로가 있다고 주장했다. 화산이 폭발할 때 갈라진 깊은 흔적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호숫가에는 난쟁이처럼 작고 튼튼해 보이는 야생마들이 풀을 뜯고 있었다. 육지에서 제주도는 야생마의 원산지로 유명하다. 바람막이가 되는 분화구 근처에서 말똥이 수북하게 쌓여 있는 곳을 발견했다. 평소 단련된 말들은 이곳 높은 산 정상에서 밤을 보낸다는 표시였다."


"제주도 한라산처럼 형용할 수 없는 웅장하고 감동적인 광경을 제공하는 곳은 지상에 그렇게 흔하지 않을 것이다. 바다 한가운데 솟아 있는 한라산은 육지에서 100km 이상 떨어져 있다. 전망이 좋은 높은 산에서도 주변의 시야가 가려 한눈에 보기 힘들지만, 거칠 것 없이 펼쳐진 바다 위로 가파르게 우뚝 솟은 한라산 정상에서는 확 트인 시야에 온 사방을 둘러볼 수 있었다. 이런 높은 산이 끝없이 넓은 바다 위에 우뚝 솟아 있다고 상상해 보시라."

조선땅을 발품을 팔아 직접 기록한 그의 기록은 ‘하멜표류기’(1668)와 ‘한국교회사 서론’(1874)에서 묘사된 ‘더럽고 미개하며, 거짓말을 하고 풍속이 부패한 나라’ 조선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은 첫 번째 기록물이기도 했다. 

겐테의 여행기는 그가 세상을 떠난(1904년)지 1년 뒤인 1905년 그의 동료 게오르그 베게너(Georg Begener) 박사에 의해 베를린에서 '겐테, 코리아'라는 제목의 책으로 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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