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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브루잉재즈 브루잉 - People Time (Stan Getz & Kenny Barron, Emarcy, 1992)

리디언스
2020-10-24
조회수 95

People Time (Stan Getz & Kenny Barron, Emarcy, 1992)

 


People Time (Stan Getz & Kenny Barron)




Stan Getz & Kenny Barron




앨범 People Time은 색소포니스트 스탄 게츠(Stan Getz)가 임박한 자신의 죽음을 예견한 상태에서 남긴 마지막 앨범이다. 암투병중이었던 그는 1991년 3월 코펜하겐의 한 카페에서 이루어진 이 연주를 마지막으로 3개월도 못 넘기고 세상을 떠난다. 평생 음악적 동료였던 피아니스트 케니 배런(Kenny Barron)이 함께 해서 그럴까? 프레이징 중간중간 힘겹게 호흡하는 스탄 게츠를 배려해 주듯 다소 길게 플레이 되는 케니 배런의 피아노 솔로가 돋보인다.  



Stan Getz (1927 - 1991)



자신의 죽음을 예감한 듯 혼신을 다하는 스탄 게츠의 색소폰은 어찌나 깊은 슬픔을 자아내는지, 거리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 모습이 담긴 앨범 자켓 사진이 일종의 형용모순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아이들이 노는 저 평화로운 풍경과 죽음을 앞 둔 스탄 게츠의 색소폰이 어울릴 수 있으리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을테니 말이다. 물론 음악을 듣기 전까지는 그렇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하면 공연 당시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몸이 망가진 스탄 게츠가 회상하고 있었던 건 바로 사진 속 풍경과 같은 미처 삶의 질곡을 알아버리기 전의 순수했던 어린 시절 모습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더욱 역설적이다.

개인적으로 이 앨범을 집어 들면 늘 두 번째 CD부터 듣게 된다. 아마도 ‘First Song(For Ruth)’ 때문일 것이다. 몇년전 작고한 위대한 재즈 베이시스트 찰리 헤이든(Charlie Haden)이 그의 아내 ‘Ruth’를 위해 작곡한 곡이다. 무수히 많은 연주자들의 버전이 존재하지만 나는 이 앨범의 트랙을 단연코 최고로 꼽는다. 마치 흐느끼는 듯 비장미 가득한 스탄 게츠의 색소폰과 절제된 배음으로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케니 배런의 피아노가 가슴 깊숙이 절절하게 박혀 들어오기 때문이다. 듣고 있노라면 9분 56초의 긴 러닝 타임 내내 각자가 지니고 있는 본질로서의 슬픔을 조금의 군더더기 없이 돌아볼 수 있게 만든다. 게다가 ‘First Song’이라니... 생애 마지막일지도 모를 공연에서 연주된 곡 치고는 매우 아이러니한 곡명이다. 차라리 Last Song이었다면 좀 나았을까?



Kenny Barron (1943 ~)



케니 배런한테는 좀 미안한 말이지만 이 앨범은 온전히 스탄 게츠를 위한 앨범이다. 하지만 케니 배런 역시 앨범의 북클릿에서 밝혔듯이 스탄 게츠의 마지막 여정을 위하여 처음부터 익히 그를 위한 연주로 생각했을 것이다. 소쉬르식으로 말하면 여타 연주자들의 색소폰은 ‘랑그’이고 이 앨범 속 색소폰은 스탄 게츠만의 ‘파롤’이다. 그만큼 어느 누구도 재현할 수 없는 스탄 게츠만의 색소폰 소리라는 뜻이다. 

마스크를 벗지 못하는 것은 안타깝지만 그래도 한창 청명한 하늘과 공기가 느껴지는 시기다. 푸릇한 잎들은 서서히 물들어 가고 있고 때이른 낙엽도 하나 둘 떨어지고 있다. 스탄 게츠의 색소폰을 들으면 마치 떨어지는 낙엽과 그 낙엽을 태우는 냄새가 나는 것만 같다. 불꽃은 분명 타오르는데 강렬하지는 않다. 사그라지는 불꽃이 안타깝다기 보다는 차라리 아름답다는 생각만 들 뿐이다. 타는 낙엽도 스탄 게츠의 색소폰도 어쩌면 곧 사라질 것들이기에 더 아름다운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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