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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커피혁명과 문학, 그리고 커피와 재즈가 살아있는 섬 쿠바.

리디언스
2020-07-25
조회수 73

혁명과 문학, 그리고 커피와 재즈가 살아있는 섬 쿠바.


코로나 19로 인해 제대로 된 휴가를 계획하기가 여의치 않다. 하지만 해마다 이맘때면 모두가 한번쯤 낯선 곳으로의 여행을 꿈꾸게 된다. 시원한 바람과 넘실대는 파도, 거기에 사랑하는 사람과의 로맨스가 더해지고 게다가 음악이 곁들여진다면 더 말할 나위 없이 좋다. 그중에서도 저 멀리 카리브해의 작은 섬, 특히 쿠바 정도의 낯선 여행지라면 어떤가. 이 정도의 여행이라면 그저 꿈꾸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체 게바라, 혁명과 전쟁, 헤밍웨이, 구식 건물들 사이를 누비는 올드카들의 행렬, 시가, 럼, 커다란 방파제 말레콘을 집어 삼킬 듯 파도가 몰아치는 해변, 그리고 정열적인 살사. 쿠바의 이미지는 다양하다. 





그러나 쿠바를 생각하며 질 좋은 커피를 생각하는 건 쉽지 않다. 쿠바는 대표적인 열대성 기후 지역이다. 사탕수수, 담배 같은 작물뿐만 아니라 최고 품질의 커피를 생산하기에도 적합한 토질과 기후 조건을 갖추고 있다. 다만 생산량이 극히 미미하다. 자국 내 소비량에도 턱없이 모자라 소비량의 80% 이상을 브라질과 에콰도르 등 주변 커피 생산지에서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긴 냉전 시대를 겪어오면서 공식적으로는 미국으로의 수출 자체가 금지되었던 이유로 이제까지는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커피 시장에서 철저히 배제되었다. 2016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수입 금지 조치가 풀렸으니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쿠바산 커피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찾기란 좀처럼 쉽지 않았던 까닭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커피는 쿠바 크리스탈 마운틴이다. 체 게바라가 시가를 피우며 마셨고, 헤밍웨이가 ‘노인과 바다’를 집필하면서 마셨을 커피다. 커피 밭에 쏟아지는 햇볕이 마치 수정과도 같이 찬란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적당한 산미, 뛰어난 밸런스, 깊고 풍부한 아로마, 거의 완벽한 바디감을 자랑한다. 크리스탈 마운틴이라는 이름에서 보듯이 자메이카산 블루 마운틴과도 어깨를 견줄 만큼 풍미가 뛰어나나 중부 산악지대 일부 지역에서만 생산된다. 그나마도 90% 이상을 일본과 유럽에서 싹쓸이 하듯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라 더욱 희소성이 있다. 커피와 쿠바를 연관지어 생각하기 어려웠던 가장 큰 이유다.




사르트르가 ‘20세기 가장 완전한 인간’이라고 극찬했을 만큼 사후 50년이 된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의 가슴속에 깊게 각인되어 있는 체 게바라. 그가 이토록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는 건 무엇보다도 안락한 지위를 버리고 택한 신념의 실천에 있다. 오로지 고통 속에서 억압 받는 가난한 민중을 해방시키고자 자신의 삶을 던졌던 것이다. 그러나 혁명과 투쟁의 험난한 길 위에서도 그는 시가와 커피를 사랑한 로맨티스트였다. 시가를 입에 물고 있는 사진뿐만 아니라 조그만 에스프레소 잔을 들고 있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럴 때마다 시가와 커피는 현실 세계에서 혁명의 이상을 실현코자 했던 체 게바라의 유일한 유희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 담배와 커피는 생산되는 과정에서 이름 없는 수많은 노동자와 농민의 땀과 눈물이 투여되는 대표적인 집약적 생산물이다. 그가 택한 혁명의 목적은 농민과 노동자의 정치 경제 사회적 완전한 해방이다. 그렇기에 시가와 커피를 사랑했다는 사실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기도 하다. 그런 그가 즐겨 마셨던 커피가 바로 쿠바의 크리스탈 마운틴이다.




헤밍웨이 역시 체 게바라만큼 쿠바 커피를 사랑했다. 즐겨 마셨을 뿐만 아니라 그의 소설에서도 등장한다. 소설 ‘노인과 바다‘에서 청새치와의 사투로 지친 주인공 산티아고를 위해 그의 조수 마눌린이 카페 ‘라테라자’에서 깡통에 담아 가져온 커피가 바로 크리스탈 마운틴 커피다. ‘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나’에서는 마리아가 로버트 조던에게 “당신이 아침에 눈을 뜨면 커피를 가져다 드릴게요” 라며 속삭인다. 사실 헤밍웨이가 특별히 크리스탈 마운틴 커피를 즐겨 마셨다는 기록은 없다. 그러나 커피 업체들의 마케팅이니 상술이니 하는 부정적인 평가를 뒤로 하고서라도 쿠바에 있는 동안 씌여진 이 소설들에 등장하는 커피는 왠지 모두 쿠바 크리스탈 마운틴 커피라는 생각이 든다. 헤밍웨이는 30년 가까이 쿠바에서 살다가 1960년 미국과 쿠바의 관계 악화로 추방당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헤밍웨이의 자취를 찾는 여행객들에 의한 관광 수입이 적지 않다고 한다. 쿠바 정부는 이제라도 그들이 쫒아낸 헤밍웨이에 대한 감사 성명이라도 발표해야 되지 않을까?




쿠바 사람들이 가정에서 마시는 커피 추출 방법은 조금 특이하다. 모카포트에 커피와 설탕을 한꺼번에 넣고 에스프레소를 뽑아내는 방식이다. 달콤한 설탕과 쓰디 쓴 커피를 섞어 동시에 만들어 내는 뜨거운 한 잔의 에스프레소라니... 이 역설은 혁명의 아이콘인 체 게바라와 문학을 통한 위대한 지성을 표출한 헤밍웨이가 동시에 즐겼다는 점에서도 묘한 조화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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