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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커피<의심스러운 싸움> (존 스타인백, 열린책들)

리디언스
2020-07-18
조회수 175

<의심스러운 싸움> (존 스타인백, 열린책들) 

의심스러운 계란껍데기 커피


<의심스러운 싸움>은 <분노의 포도>의 작가 존 스타인벡이 1936년에 발표한 소설이다. 후에 발표된 <분노의 포도>, <생쥐 인간>과 함께 노동자와 빈민의 비참한 삶과 현실을 세밀하게 그려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작가의 첫 장편 소설 <의심스러운 싸움>은 <분노의 포도>와는 달리 좌, 우 양측으로부터 동시에 비판을 받은 작품이다. 보수 측 비평가들은 존 스타인벡이 빨갱이가 되었다고 했고, 좌파 측에서는 공산당의 이미지를 왜곡시켰다며 비난했다.





「집에 있을 때 우리는 항상 무언가와 싸웠어요. 대개는 굶주림이었어요. 제 아버님은 직장 상사들하고 싸우고, 저는 학교하고 싸우고. 그렇지만 매번 졌어요. 그러면서 시간이 흐르니까 이제는 항상 패배할 거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박혀 버린 거죠. 아버님은 여러 마리의 개한테 둘러싸여 구석에 몰린 고양이 꼴이었어요. 곧 개한테 물려 죽을 것이 뻔했지만 그래도 싸웠죠. 그런 절망감을 아세요? 저는 바로 그 절망감 속에서 자랐어요.」 (의심스러운 싸움, 열린책들 27p) 

늘 착취 받는 아버지를 보고 자란 짐은 아버지가 죽자 핵심 공산당원 맥을 만나 당에 가입한다. 맥은 대의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심지어 동료의 죽음 앞에서 조차 노동자들을 독려하는 방법을 강구하는, 철저하고 냉철한 현실주의자다. 소설은 짐과 맥 두 공산당원이 사과 농장에 파견되어 임금 삭감에 대한 노동자 파업을 유도하고 선동하는 과정을 독자로 하여금 마치 바로 곁에서 파업에 동참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게 할 정도로 리얼하게 그리고 있다.

하지만 존 스타인벡이 어떤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작품을 쓴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파업 투쟁이 지난하게 진행되는 과정 속에서 동료들 간의 불신과, 싸움의 동기마저 모호해진 상태로 목적이 점점 수단을 정당화하는 현실을 비판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다.

「맥은 연단으로 다가가 난간 아래 짐의 시신을 내려놓고 단 위로 올라섰다. 그런 다음 짐의 몸을 질질 끌고 가 한쪽 모퉁이 기둥에 기대어 놓았다... (중략) ... “이 친구는 자신을 위해 원한 게 아무것도 없었소. 동무들! 그는 자신을 위해 아무것도 원하지 않았단 말이오.....」 (326 ~ 327p)

맥이 짐의 참혹한 시신을 단상 아래에 옮겨 놓고 연설하는 마지막 장면이다. 동료의 시신마저도 싸움에 이용하려는 의도가 너무도 명백해서 싸움의 진정한 목적이 과연 무엇이었던가를 생각하게 한다. 더불어 개인의 삶이 집단적 삶에 매몰될 때 어떤 비극이 일어나는지, 집단적 광기가 사실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개인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에 섬뜩함과 동시에 우울함 마저 들게 한다.







한편 짐과 맥이 파업 노동자들의 야영장으로 사용해야 할 토지의 소유주 앤더슨 씨를 방문하자 앤더슨 씨는 커피를 준비한다. 여기에서 무거운 주제와는 달리 커피에 관한 재미있는 대목이 나온다. 

「앤더슨 씨는 종이 백에서 가지런히 자른 소나무 가지들을 한 줌 꺼내 난로에 넣더니, 그 위에다 작은 소나무 토막을 몇 개 올려놓았다. 그리고 그 소나무 위에 둥그렇게 자른 세 토막의 잘 마른 사과나무를 쌓아 놓았다. 매우 가지런히, 솜씨 있게 나무토막들을 쌓아 올리고 성냥불을 대자 불길이 금방 치솟아 올랐다. 난로가 지글거리며 열기를 내뿜었다. 앤더슨 씨는 커피포트를 올려놓고 그 속에 가루커피를 넣은 다음 종이 백에서 계란껍데기 두 개를 꺼내 포트 속에 던져 넣었다.」 (106p)



많은 독자들이 이 대목을 읽을 때 고개를 갸우뚱 한다. 대체 왜 커피에 계란껍데기를 넣었을까? 차라리 날계란을 넣는 장면이었다면 대체로 수긍할 수도 있다. 날계란을 넣은 커피를 미처 먹어 보지는 않았어도 과거 70~80년대, 이른바 다방이 융성했던 시대에 그런 메뉴가 있었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어보았을 테니 말이다.

해답은 바로 커피 맛의 향상에 있다. 계란껍질을 잘게 부수어 원두에 넣고 내릴 때 계란껍질 속 탄산칼슘이 커피의 부담스런 산미를 떨어뜨려 부드럽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굳이 과학적인 측면으로 설명하자면 알칼리성인 탄산칼슘이 산성도를 중화시키는 원리다. 커피의 산미가 부담스러운 사람이라면 재미삼아 한번쯤은 시도해 볼만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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