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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브루잉재즈 브루잉 - ‘사형대의 엘리베이터’ (Ascenseur Pour L'echafaud, Miles Davis)

리디언스
2020-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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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대의 엘리베이터’ (Ascenseur Pour L'echafaud, Miles Davis)


6월도 어느새 막바지다. 어느새 한여름에 들어섰다. 여름 더위를 식히는 방법 중엔 뭐니뭐니 해도 등골이 오싹할 정도의 서늘한 영화를 보는 일이다. 하지만 지난 겨울에 시작한 코로나는 우리에게서 완벽히 봄을 앗아갔고 이제는 여름마저 삼킬 기세다. 그러니 올여름이 가기 전에 맘편히 영화 한편 제대로 볼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그래서 겸사겸사 고른 음반은 영화 <사형대의 엘리베이터> (Ascenseur Pour L'echafaud)의 사운드 트랙이다. 비록 공포 영화는 아니지만 ‘사형대’가 자아내는 음침한 분위기는 잠시나마 한여름의 더위를 잊기에 충분하다. 자 그럼 지금부터 사형수의 무거운 발걸음을 함께 사형대로 향하는 길고 음침한 복도를 따라 들어가 보자.





<사형대의 엘리베이터> (Ascenseur Pour L'echafaud)는 28세의 젊은 루이 말(Louis Malle)이 감독하고 잔 모로우(Jeanne Moreau)가 주연한 최초의 누벨바그 영화다. 

젊고 매력적인 여인 플로랑스와 그녀의 정부(情夫) 줄리앙은 플로랑스의 나이 든 남편(줄리앙의 직장 상사)을 살해하고 사랑의 도피를 계획한다. 그러나 완벽할 것 같았던 범행의 알리바이는 두 사람과는 아무런 상관없던 가난한 연인 루이와 베로니카가 벌인 또 다른 살인 사건과 얽히고설켜 차질을 빚고 만다. 거기에 줄리앙이 범행을 저지르는 과정에서 어이없는 실수를 하게 되고, 이것 때문에 차단된 엘리베이터의 전원은 결말에 대한 불안한 암시가 된다. 결국 줄리앙은 검거되고 살인에 대한 자백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 영화 최고의 장면이자 반전은 현상액 속에서 서서히 형체를 드러내는 한 장의 사진이다. 이 사진으로 결국 플로랑스와 줄리앙은 살인죄를 벗어날 수 없게 되고 영화는 파멸로 끝난다. 사랑의 순간을 담은 사진이 사랑의 파멸을 가져온다. 진부한 역설을 루이 말은 뛰어난 영상미로 승화 시켰다.


“나는 곧 늙겠지. 그러나 사진 속에서 우리는 같이 있어. 거기 어딘가에서 같이... 결코 우리는 서로 떨어질 수 없어.”

 




플로랑스는 현상액 속에서 차츰 선명해지는 사진을 바라보며 독백처럼 속삭인다. 사랑이란 결코 현실에서는 존재할 수 없다는 걸 말하려는 듯 영화 전체에서 둘의 행복한 모습은 연출되지 않는다. 오직 한 장의 사진 속에서만 행복하다. 

‘사형대의 엘리베이터’는 영화의 명성만큼 OST 역시 유명하다. 우선 주목할 점은 위대한 재즈 레전드인 마일즈 데이비스(Miles Davis)가 남긴 유일한 영화 음악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제작 과정도 극적이다.

감독 루이 말은 마일즈 데이비스를 초청한 후 줄거리조차 알려주지 않은 채 연주를 주문했다고 한다. 더욱 놀라운 건 마일즈 데이비스다. 루이 말의 의도를 단번에 이해한 그는 이틀 동안 주어진 단 몇 시간 만에 즉흥으로 녹음을 끝내고 만다. 이 사건이야말로 마일즈 데이비스의 모던 재즈가 한편의 누벨바그와 완벽히 합쳐지는 역사적인 순간이다. 달리 표현하자면 음악과 영상이 한 테이크로 움직이는 영화가 탄생했다는 뜻이다. 어쩌면 마일즈 데이비스가 남긴 가장 위대한 앨범인 <Kind OF Blue>로 시작된 모달 재즈가 이미 이 작업 ‘사형대의 엘리베이터’에서 실험되었다고 할 수 있다.





프랑스 누벨바그의 흑백 영상이 마치 청각으로 현현하는 듯한  마일즈 데이비스의 뮤트 트럼펫과 자크 루시에 트리오(Jacques Loussier Trio) 초기 베이시스트인 피에르 미쉘로(Pierre Michelot)의 베이스 소리는 사형대로 올라가는 누군가의 무거운 인기척이라도 되는 듯 앨범 총 러닝타임 73분 45초 동안 처음부터 끝까지 무겁게 압박한다.

그 중에서도 내가 뽑은 최고의 트랙은 Nuit sur les champs-Elysees(상젤리제의 밤)이다. 약속장소에 나타나지 않는 줄리앙을 찾아 상젤리제의 밤을 헤매던 여 주인공 잔 모로가 전화기를 붙들고 통화할 때 들려오는 곡이다.







대부분의 영화 삽입곡들이 다 그렇겠지만 특히 사형대의 엘리베이터의 OST는 그야말로 온전한 영화음악으로서 즐길 때 더욱 가치를 발한다. 음반으로만 듣는 것 보다는 가능하면 영화를 보면서, 영상과 함께 즐기라는 뜻이다. 재즈 문외한이거나 마일즈 데이비스의 팬이 아니더라도 틀림없이 엄지를 세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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