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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브루잉5월의 커피와 재즈, 서로 닮은 우수(憂愁)

리디언스
2020-05-17
조회수 238

읽는 커피 - 5월의 커피와 재즈, 서로 닮은 우수(憂愁)


무엇이든 아름답게 느껴질 만한 계절이다. 이런 좋은 날씨 속에서 마시는 한잔의 커피야말로 나른한 휴식 이상의 평온함 그 자체가 된다. 현대인에게 커피 없는 하루를 어찌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게다가 거기에 살랑살랑 스윙 리듬이 넘치는 재즈 선율이 더해진다면 그 순간이야말로 더 이상의 부족함이 없다. 

커피와 재즈는 서로 닮았다. 둘 다 보통 사람들의 기호를 충족시켜 준다는 취향의 관점에서 그렇다. 일상의 아름다움, 행복감, 가벼운 기대감에 들뜨게 만드는 것도 닮았다. 커피와 재즈라는 테두리 속에 다양함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어떤 것이 더 좋다’가 아닌 서로 다른 차이만이 존재한다는 것. 그것을 인정해 주면서 개성을 확보하는 여유. 그리고 결정적으로 커피는 에티오피아를 원산지로 하고 있고, 재즈는 미국의 흑인 노예들이 불러오던 블루스 형식의 노동요를 기반으로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다시 말해서 모두 아프리카를 기원으로 둔다는 것이다.

커피를 로스팅하는 직업을 가졌으면서도 가끔은 커피가 주는 단편적인 이미지는 과연 무엇일까? 라는 질문에 빠질 때가 있다. 아마도 커피를 다루는 사람뿐만 아니라 커피를 좋아하는 애호가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 본 질문일 것이다. 예컨대 커피는 한마디로 무슨 맛일까? 혹은 순간적으로 연상되는 커피의 색깔은 무엇일까?와 같은 물음이다. 이에 대한 나의 대답은 주로 이렇다.

커피의 맛은 쓴맛이라는 것이다. 물론 커피 맛을 발현하는 최근의 추세가 산미를 도드라지게 표현하는 방식이라서 ‘쓰다’라는 표현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도 없진 않겠으나 전통적인  사고가 그렇다는 말이다. 이에 비해 커피가 검은색이라는 대답에는 별로 이의가 없다. 로스팅된 원두가 대체로 검은색에 가까운 짙은 색깔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커피 생산지의 확대 과정에서 제국주의 열강들에 의한 식민지 착취의 어두운 역사가 생겨났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이것은 커피의 맛을 ‘쓰다’라고 말하는 비유로서도 적용이 된다.

재즈의 이미지 역시 검은색이다. 초기 흑인 노예들의 애환을 고스란히 리듬에 담아 놓은 것이 바로 재즈다. 현대 재즈와는 달리 태동기의 재즈는 그들의 묵직한 육성과 몸짓을 그대로 표현하는 형식이었다. 그래서 식민지 시대 커피를 경작하는 흑인 노예들이 불렀던 노동요, 블루스는 초기 재즈와 거의 쌍둥이라고 해도 될 만큼의 유사성이 있다. 

오랫동안 재즈를 들어오면서 관련된 이런저런 일을 하다보니 종종 지인들로부터 계절에 어울리는 음악을 소개해 달라고 부탁을 받는다. 그러나 이게 좀 난감한 일이다. 대개는 날씨와 기온, 그리고 계절의 일반적인 분위기나 관념적으로 가지고 있는 그 계절의 느낌에 부합하는 음악을 기대하는 눈치지만 음악적 취향만큼 다양하고 복잡한 것도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내 음악감상 취향과 조금이라도 다를라치면 욕을 먹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앨범은 화려한 계절 5월임에도 조금 깊이가 있는 탱고를 담은 앨범이다. 브라질에 삼바와 보사노바가 있다면 아르헨티나에는 탱고가 있다. 2007년에 발매된 <Ojos Negros> (ECM 1991)는 아르헨티나의 반도네온 연주자 디노 살루치(Dino Saluzzi)와 독일의 첼리스트 안야 레흐너(Anja Lechner)의 듀오 앨범이다. 


디노 살루치가 연주하는 반도네온이야말로 탱고와는 떼어놓을 수 없는 악기니 당연히 탱고를 중심으로 한 음악이라고 짐작할 수 있는 앨범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리듬의 탱고 음악은 아니다. 춤을 추기 위한 음악이라기보다는 순수하게 감상만을 위해 연주되는 탱고라고나 할까. 탱고라는 영역을 뛰어넘어 클래식의 영역에까지 도달하고 있는 앨범이다.



디노 살루치는 피아졸라의 뒤를 잇는 반도네온 연주자다. 연주뿐만 아니라 작곡 능력도 뛰어난 그는 고국 아르헨티나에서 유럽 진출한 이후 더욱 인기를 얻었다. 앨범의 또 다른 주인공 안야 레흐너 또한 첼리스트로서 클래식계에서 활약하면서도 탱고에 남다른 애정을 쏟아온 연주자다. 이 둘의 만남은 안야 레흐너가 뮌헨의 극장에서 이루어진 살루치의 연주를 듣게 되면서부터 시작되었다고 알려진다. 이후 둘은 서로의 음악에 매력을 느끼고 공동으로 작업을 해 왔으며 말하자면 이 앨범 Ojos Negros는 두 연주자의 만남이 만들어낸 결과물인 셈이다.

앨범의 타이틀 Ojos Negros는 Black Eyes, 즉 스페인어로 ‘검은 눈동자’라는 뜻이다. 그런데 왜 하필 검은 눈동자라는 제목의 곡을 넣고 타이틀로 정했을까? 탱고의 음악적 기원은 쿠바의 아프리카 출신 흑인들에게서 전해진 춤곡이다. 그래서 검은색과 탱고는 전혀 무관하지 않다. ‘탱고’라는 단어 역시도 아프리카 지역 말로 ‘만남의 장소’라는 뜻이다. 검은색이 주는 어두운 이미지가 탱고가 가진 우수 어린 슬픔의 근원이 된다는 뜻이다. 물론 타이틀곡이 앨범의 정체성을 가장 확실하게 표현해 주고 있기는 하나 다른 트랙들 역시 결코 흘려들어서는 안 되는 곡들이다. 첫 트랙 Tango a mi padre는 살루치가 아버지에게 바치는 헌정곡이다. 반도네온과 첼로의 인터플레이가 마치 유년의 살루치가 아버지가 대화하는 듯 애틋하다. 반도네온과 첼로의 협연 중에 이만큼 유기적으로 교감을 나누는 연주는 찾기 힘들다. Esquina, Duetto, Serenata 역시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곡들이다. 들을 때마다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곡들답게 뭔가 아련한 노스텔지어를 안기는 것이 눈물이 나도록 감상적이다. 전체적으로는 탱고를 근간으로 한 음악들이지만 그렇다고 탱고에만 머물러 있는 곡들은 아니다. 클래식과 탱고, 거기에 재즈의 즉흥성까지 가미된, 굳이 말하자면 레이블 ECM이 추구하는 음악에 가장 근접하는 앨범이라고나 할까? 우수에 깃든 어두움뿐만 아니라  진지함과 따뜻함, 듣는 이로 하여금 향수를 느끼게 해주는 분위기가 관통하고 있다. 탱고가 과거의 리듬을 간직한 음악인 것처럼 지나간 시간을 발굴하여 현실에서 충분히 재현해 내기 때문이다. 살루치와 레흐너의 반도네온과 첼로가 이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해 내고 있음은 물론이다. 

5월은 흔히 화려한 계절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에겐 또다른 의미의 계절이기도 하다. 군부 독재의 폭거에 항거한 5. 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5.18 민주화 운동을 주제로 한 영화의 제목 ‘화려한 휴가’는 매우 의미심장하다. 더 나아가 1987년 역사적인 6월항쟁 역시도 5월 18일 명동성당의 광주 민주화 운동 7주년 기념 미사에서 고 박종철 열사의 고문 치사 은폐 조작 사건이 폭로된 이후 민주화를 요구하는 전국적인 시위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래서일까? 언젠가부터 5월에 마시고 듣는 커피와 재즈에는 진지함과 따뜻함, 깊은 우수가 복합적으로 느껴진다. 앨범 <Ojos Negros>은 그야말로 5월에 듣기에 딱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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