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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커피5만 잔의 커피가 만들어 낸 문학

리디언스
2020-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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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크 흉상

전기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는 프랑스의 소설가 오노레 드 발자크(Honoré de Balzac,1799~1850)의 하루를 이렇게 묘사했다. 

“한밤중에 일어나 여섯 자루의 촛불을 켜고 써 내려가기 시작한다. 시작이 반. 눈이 침침해지고 손이 움직이지 않을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4시간에서 6시간 정도가 훌쩍 지나간다. 체력에 한계가 온다. 그러면 의자에서 일어나 커피를 탄다. 하지만 실은 이 한 잔도 계속 글쓰기에 박차를 가하기 위함이다. 아침 8시에 간단한 식사. 곧 다시 써 내려간다. 점심시간 때까지. 식사, 커피. 1시부터 6시까지 또 쓴다. 도중에 커피.” (츠바이크의 발자크 평전 중)


오노레 드 발자크(Honoré de Balzac,1799~1850)

<고리오 영감>과 <인간 희극> 등의 작품으로 알려진 프랑스 리얼리즘 소설가 발자크는 20여 년의 집필 기간 중 총 100여 편의 다작을 남긴 작가로도 유명하다. 발자크는 하루 평균 15시간 이상을 작품 집필에 할애할 만큼 일반적인 작가들에 비해 훨씬 더 고통스러운 창작 활동으로 일관했다.

대체 발자크는 이렇게 많은 작품을 왜 써야만 했을까?

젊은 시절 그는 어느 백작 가정의 가정교사로 들어가게 되었고 자신보다 23살이나 연상인 백작 부인을 사랑하게 된다. 끈질긴 발자크의 구애에 감복한 백작 부인은 남편이 죽으면 결혼해 주겠다는 약속을 한다. 이에 자극받은 발자크는 백작 부인의 연인에 걸맞은 지위와 재산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사업을 시작했으나 곧 실패하고 오히려 막대한 부채를 안게 되었다. 이를테면 빚을 갚기 위한 생계형 작가가 된 것이다.

발자크는 하루 평균 약 50잔의 커피를 마셨다고 한다. 추정하면 평생 5 만잔 가량의 커피를 마신 셈이다. 즉, 커피의 각성 효과가 발자크의 저술에 뜨거운 불쏘시개가 된 것이다. 이는 발자크가 쓴 과학 논문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커피를 마시고 난 다음의 효과 내지는 반응에 대한 글이다.

“커피가 위장에 침투함과 동시에 총체적 동요가 발생한다. 생각이 전쟁터에 출격한 나폴레옹의 대군처럼 움직이면서 한바탕 전투가 시작된다. 기억은 바람에 휘날리는 깃발을 들고 전속력으로 출격한다. 비유는 경기병이 되어 탄약을 전략적으로 전달하고, 논리는 포병이 되어 수송대와 무기를 신속히 챙기며, 재치는 명사수처럼 사격을 개시한다. 직유가 떠오르고, 어느새 종이는 잉크로 뒤덮인다. 왜냐? 이 전투는 애당초 검은 물(커피)이 도발해 검은 물(잉크)로 종결되는 전투이기 때문이다. 마치 어떤 전투도 무력으로 시작해 무력으로 끝나는 것처럼” (근대 각성제에 대한 논문 중)

그러나 발자크가 단순히 글을 쓰기 위한 도구로서 커피를 마신 것만은 아니다. 발자크 친구들의 증언에 의하면 그는 커피를 좋아한 것뿐만 아니라 커피에 대한 지식 역시 풍부했다고 한다. 몇 가지 원두를 블렌딩하여 자신만의 고유한 맛을 즐길 줄 알았고, 맛있는 원두를 사기 위해 파리 시내의 카페를 순회했다고도 한다. 또 소설 <외제니 그랑데>에 언급된 ‘샤프탈식’ 커피메이커로도 직접 내려 마시기도 했다. 샤프탈식 커피메이커란 아마도 일종의 퍼콜레이터 방식으로 추출하는 도구로 짐작된다. 두 개의 용기를 이용하여 우리고 걸러내는 이런 방식의 커피는 당시 일반적인 커피 추출 방식이었던 끓여서 우려 마시는 커피의 과도한 쓴맛과 텁텁함을 줄일 수 있었다. 또한 <농민들>이란 작품에서는 커피와 치커리를 섞어 냄비로 내오는 여관 주인을 심하게 경멸하는 장면이 등장할 정도로 직접 끓여 마시는 방식에 대해 야만적인 습관이라고 개탄하기도 했다.

발자크 소설의 특징이기도 한 19세기 리얼리즘 소설은 단순히 서사를 전개 시키는 문학의 기능을 뛰어넘는다.  작품에 당대의 사회상을 반영시켰기 때문이다. 발자크는 특히 음식을 통하여 이를 실현하고자 했다. 그러나 동 시기의 여타 소설가들, 예컨대 플로베르, 프루스트 같은 작가들과 비교해서 음식의 맛보다는 조리 과정이나 요리하는 사람 자체에 대한 묘사에 더욱 치중했다. 그래서였을까? 발자크는 엄청난 양의 굴과 고기 요리를 좋아한 대식가였으나 미식가는 아니었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발자크의 커피와 커피 맛에 대한 지식과 애정은 특별히 더 흥미롭다.

1850년 3월, 발자크는 드디어 18년을 사랑하며 기다렸던 백작 부인과 결혼식을 올린다. 그러나 그해 8월, 결혼 5개월 만에 사망하고 만다. 사인은 지나친 카페인 복용에 의한 심장병이라고 알려진다. 그가 생전에 ‘내 삶의 위대한 원동력’이라 했던 커피가 오히려 그의 삶을 재촉하여 스러지게 했으니 얼마나 역설적인가? 그러나 변하지 않는 중요한 사실은 발자크에게 커피가 있었기에 수많은 작품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삶을 그려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마침 프랑스의 사상가 탈레망은 커피를 두고 “악마같이 검고, 지옥같이 뜨겁고, 천사같이 순수하며, 키스처럼 달콤하다”고 했다. 발자크의 생애를 말할 때 이보다 더 적절한 비유가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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